원점으로 돌아간 네이버 ‘알고리즘 조작’ 과징금 소송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인 민병덕 의원이 18일 이강일, 김남근 민주당 의원, 참여연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한국통신판매사업자협회와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한 ‘네이버쇼핑 자사우대 대법원 판결’ 관련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 = 김용수 기자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인 민병덕 의원이 18일 이강일, 김남근 민주당 의원, 참여연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한국통신판매사업자협회와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한 ‘네이버쇼핑 자사우대 대법원 판결’ 관련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 = 김용수 기자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대법원이 네이버가 ‘자사우대’ 행위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제재를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네이버의 손을 들어준 가운데 여당이 유감을 표하고 ‘온라인 플랫폼법’ 제정에 속도를 내겠단 입장을 밝혀 주목된다. 현행 공정거래법이 플랫폼 시장의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단 이유에서다.

18일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위원장 민병덕 의원)와 이강일, 김남근 민주당 의원, 참여연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한국통신판매사업자협회는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네이버쇼핑 자사우대 대법원 판결’ 관련 토론회를 개최했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2020년 네이버가 자사가 운영하는 쇼핑몰 플랫폼 서비스인 ‘스마트 스토어’를 지원하기 위해 네이버쇼핑의 검색결과 노출 순위를 인위적으로 조정한 데 대해 265억원, 네이버TV 등 자사 동영상에 유리하도록 검색 알고리즘을 개편한 데 2억원 등 총 26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네이버가 2012년 2월경부터 2020년 8월경까지 오픈마켓 서비스 출시를 앞두고 11번가·G마켓·옥션·인터파크 등 경쟁 오픈마켓 상품의 노출 순위를 인위적으로 내리고 제휴 쇼핑몰은 검색 결과에서 일정 비율 이상 노출되도록 특혜를 준 것이 문제였다.

이후 네이버가 2022년 3월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서울고등법원은 같은해 12월 공정위의 손을 들어줬지만, 대법원이 네이버의 ‘쇼핑 검색 알고리즘 조작’ 의혹과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부과한 과징금 267억원이 정당하다고 본 2심 판결을 지난달 16일 파기환송한 상황이다.

이 가운데 진행된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대법원 판결은 현행 공정거래법이 플랫폼 시장의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음이 드러난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플랫폼 시장에 특화한 규제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치원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변호사 겸 안산녹색소비자연대 공동대표는 “대법원 판결이 보여주는 한계는 결국 현행 공정거래법이 플랫폼 시장의 특수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단 점을 드러냈다. 따라서 플랫폼 시장에 특화된 규제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먼저 일정 규모 이상의 플랫폼 사업자를 게이트키퍼 또는 전략적 시장지위 사업자로 지정하고 이들에게 자사우대 금지 등 행위요건을 부과하는 사전규제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또 플랫폼 사업자에게 알고리즘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주요 알고리즘 변경 시 사전 통지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 플랫폼 사업자에게 동등대우 의무를 명시적으로 부과하고 자사 서비스를 우대하는 행위도 원칙적으로 금지해야 한다”며 “아울러 플랫폼 시장에선 경쟁제한 효과의 우려에 관한 입증 기준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윤정 한국법제연구원 글로벌법제전략팀장은 “온라인에서 플랫폼이 제공하는 검색 순위는 소비자가 상품을 선택함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소비자는 온라인 쇼핑의 최대 이점인 시간 절약을 위해서라도 플랫폼이 제공하는 검색순위 및 정보에 절대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으므로, 검색수뉘의 신뢰성과 중립성, 공정성은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된다”며 “플랫폼 검색순위의 주요 결졍기준 등을 공개하도록 플랫폼에게 의무를 부과할 근거 법률로서 온라인플랫폼 거래화공정법을 조속히 제정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18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네이버쇼핑 자사우대 대법원 판결’ 관련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 = 김용수 기자
18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네이버쇼핑 자사우대 대법원 판결’ 관련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 = 김용수 기자

이날 여당인 민주당에서도 대법원 판결에 유감을 표하며 온라인 플랫폼법 입법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인 민병덕 민주당 의원은 “독일, 영국, 일본, 미국 등 세계적 추세는 플랫폼 자사우대를 규제해야 할 남용행위로 보고 있는데, 우리 대법원이 알고리즘 설계는 기업 자율이란 메시지를 준다면 한국은 자칫 플랫폼 독과점의 천국, 규제의 후진국으로 남게 된다”며 “공정위가 열심히 조사하고 제재해도 법원에서 뒤집히는 일이 반복될 수 있다. 공정위가 네이버쇼핑 사건을 토대로 만든 온라인 플랫폼 시장지배력 남용 심사지침이 대법원 판결로 흔들리면서 카카오모빌리티, 쿠팡 등 진행 중인 사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커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을지로위원회는 그간 카카오, 쿠팡, 배달앱, 온라인 플랫폼 문제를 다루며 너무 많은 피해 사례를 접해 왔다”며 “플랫폼 경제는 힘의 불균형이 작용하하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시작해야 해결할 수 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의 쟁점을 차분히 짚고, 공정위의 집행과 국회의 입법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분명히 세우는 계기로 삼겠다. 국회 차원의 입법·정책 과제를 정리하고, 공정위와 함께 구체적인 실행 방안도 만들어 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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