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경 대표, 국산 1위 자부심으로 일본·동남아 공략

박미경 포시에스 대표이사 / 사진 = 포시에스
박미경 포시에스 대표이사 / 사진 = 포시에스

[시사저널e=송주영 기자] 창업 30년을 맞은 포시에스가 또다시 변곡점을 맞고 있다. 포시에는 지난 30년간 ‘전자문서’ 한 우물을 파며 국내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독보적 입지를 다졌다. 창업 초기 4명으로 시작한 포시에스는 전자문서와 리포팅 툴 분야에서 외산 제품을 밀어내며 국산 소프트웨어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회사는 리포팅 솔루션에서 클라우드와 AI로 사업 축을 확장하며 새로운 도약을 준비 중이다. 투자 부담이 커진 환경에서도 성장 기반을 다시 깔아 올리는 데 집중하고 있으며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을 시작으로 동남아 지역까지 사업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박미경 포시에스 대표는 “아직도 창업 초창기 마음으로 일한다”고 말했다. 외산 중심이던 국내 전자문서 시장을 국산 리포팅 툴로 뒤흔들며 성장해 왔지만, 그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했다.

포시에스는 안정적 운영을 유지하면서 클라우드와 SaaS 등 신사업을 준비한다 클라우드 사업을 통해 고객을 확장하는 동시에 글로벌 시장 진출도 노린다. 특히 일본은 조직을 재편하고, 후지쯔와 협업하며 진입 장벽 극복에 나섰다. 동남아 시장에은 현지 협력업체를 통해 기술 지원과 영업을 강화하며 성과를 내고 있다.

포시에스는 AI 기반 자동화 솔루션도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문서 분석·수식 생성·워크플로 자동화 기능으로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내년에는 정식 과금 모델로 확장할 계획이다.

포시에스는 척박한 국내 소프트웨어 환경 속에서 꾸준히 기술 투자를 통해 ‘스타 소프트웨어 기업’의 길을 보여주고 있다. 30년간 쌓은 기술력과 신뢰를 바탕으로, 이제 포시에스는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포시에스 논현동 사옥 / 사진 = 포시에스
포시에스 논현동 사옥 / 사진 = 포시에스

Q. 창업 이후 30년이 흘렀다

30년이 너무 빨리 지나간 것 같다. 긍정적인 편이라 늘 희망차게 한 해를 시작했다. 연말이 되면 아쉬워하기도 하면서 보냈다. 매년 힘내서 일하다보니 성장해 있었다. 30년을 지내면서 단 한 해도 성과에 만족해 본적은 없다. 30년이란 시간이 실감이 안 나고 아직도 창업 초기 기분으로 산다. 갈 길이 멀다. 아직도 한참 더 일을 해야 더 명확하고 구체적인 확신이 서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 모범이 될만한 괜찮은 소프트웨어 업체로 키웠어야 했다는 생각도 든다.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업체 확대 가능성에 대한 비판도 있는데 시장 규모면에서 한계가 있다. 규모를 키우려면 수출을 할 수밖에 없는데 해외에서 통할 수 있는 체력을 키울 수 있는 그런 시장이 돼야 할 것 같다.

우리 회사 운영 목표가 ‘고객의 성공을 위하여(for client suceess)‘다. 고객 만족을 하려다 보면 다양한 요구사항을 수용해야 하는 데 어려운 점이 있다. 소프트웨어 외에도 지원해야 할 부분들이 있고 이를 무상으로 하다보면 소프트웨어로 안정적인 수익을 내기가 어려워지기도 한다.

소프트웨어 업체로서 어려움이 있었지만 끊임없이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실력을 키우는 데 그래도 많은 투자를 하려고 했던 점인 것 같다. 내부의 문제점을 찾아 고치려는 노력을 했다.

Q. 어떻게 사업을 시작하게 됐나

처음에는 조종민 회장, 기술 지원 인력, 재무 담당까지 4명으로 시작했다. 여의도에서 창업했고 이후 대방동으로 옮기고 다시 논현동으로 옮겼다. 현재 200여명으로 인력이 늘었다. 전자문서 분야에서 국산 소프트웨어가 거의 없었다. 2000년에 처음으로 ’오즈‘를 출시했을 때 관심을 많이 받았다.

제품 개발 이전에는 외산 소프트웨어를 유통하고 컨설팅 기술 지원을 했다. 시스템 관리 소프트웨어 유통을 했기 때문에 이미 고객군을 확보하고 있었다. 아주 큰 장점이 됐다. 대기업, 금융, 공공 등에 고객을 확보하고 있었다.

우리나라는 웹 기술이 빨리 보급된 편인데 당시 웹 기반으로 다양한 분석 보고서를 개발해야 하는 수요가 있었다. 그렇게 리포팅 솔루션을 만들게 됐다. 스타트업들이 판로 개척에 어려움을 겪는데 이미 고객들이 있었다. 오즈 뿐만 아니라 관리 소프트웨어와 결합한 ’오즈 포 유니센터‘를 만들었다. 시장에 상대적으로 쉽게 진입했다.

초기에는 오즈 포 유니센터가 더 많이 공급됐다. 일반 오즈는 판로개척이 안돼 있는 상태였는데 유니센터는 이미 고객군이 있었다. 이후 외산 관리 소프트웨어가 고비용에 모니터링에 대한 어려움도 있어서 국산 제품에 밀렸다. 어느 순간부터 오즈 포 유니센터는 사라졌고 오즈 리포팅 툴에 집중하게 됐다.

당시 공공은 전자정부를 구축하고 있었고 대기업은 웹 전환 사업을 하고 있었다. 리포팅 툴이 많이 필요했다. 웹을 지원하는 리포팅 툴 최초 버전 제품을 출시했다. 꼭 필요한 기능만 넣었고 업그레이드도 빨랐다.

Q. 리포팅 툴 시장이 열리면서 경쟁이 치열해졌고 대기업도 진출했다

대기업보다 중소기업들과 더 치열하게 경쟁했다. 당시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SI회사였는데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전 세계적으로 SI업체가 소프트웨어를 성공시킨 사례는 드물다. 비즈니스 모델도 달랐다. 대기업이었지만 리포팅 툴을 담당하는 부서 규모는 우리와 비슷했다.

또 대기업 SI는 계열사를 대상으로 사업을 하다보니 그 외 시장에서 경쟁력이 약해지는 측면도 있었다. 반면 중소기업은 더 유연하게 사업을 할 수 있었다.

2010년대 영업이익률이 30~40% 정도 됐는데 직전에 마음 고생을 많이 했다. 2002~2003년부터 매출이 줄었다. 7~8년 정도 어려움을 겪었다. 당시 관리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외산 제품 점유율이 줄면서 매출이 반토막이 나기도 했다. 당시 오즈에 집중을 해 매출을 늘리려고 했는데 갑자기 경쟁사들이 비용으로 경쟁하기 시작했다. 국산과 치열하게 경쟁했고 리포팅 툴 시장에서 외산 제품들은 자리를 못 잡았다. 국산 제품이 발전했다.

외산 제품은 본사에서 관리하니 가격 정책에 제한이 있다. 반면 국산은 가격을 많이 낮춰 경쟁했다. 원가 아래도 떨어지기도 하는데 전년도와 비교해 2배를 공급해도 매출은 그대로였다. 회사 운영에 문제도 생긴다. 그 시점부터 내부 관리를 강화하면서 비용 절감에 집중했다.

2009~2010년도에 또 한번 전환기를 겪은 것도 기회였다. 액티브X를 걷어내는 프로젝트가 많아서 리포팅 툴 수요가 많았다. html5 뷰어를 미리 준비했던 기업들은 매출이 크게 성장했다. 영업이익률도 30~40% 수준으로 높아졌다. 지금은 투자비용이 많아져 그 정도의 수익률은 어렵지만 20% 수준으로는 유지하려고 한다.

Q 내부 관리 방법은

대기업들은 내부에 ERP라든가 CRM을 구축하는데 정작 소프트웨어 개발을 잘하는 IT 중소기업은 내부 시스템이 잘 안 돼 있다. 매출과 관련된 소프트웨어를 개발해야 해서 내부 시스템 개발에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 이를 극복하고나 ERP 구축을 했다. 2006년 이전부터 틈틈이 개발을 했는데 2006년도부터 새로 기획을 해서 시스템 개발을 시작했다. CMMI 인증을 받으면서 내부 프로세스를 좀 더 관리해야 한단 생각이 있었다. 영업부터 기술지원까지 업무 처리 과정을 시스템으로 정리했다. 시스템 구축 후 3년 정도 지나니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인들이 ERP를 보고 팔라고 하기도 했는데 공급하려고 만든 제품이 아니어서 소스코드 표준화도 안돼 있었고 시장 경쟁이 치열해 잘할 수 있단 보장도 없어서 리포팅 툴에 집중했다.

Q 사업 확장 보다는 리포팅툴에만 집중했다

안정성 측면에서 장점이 됐지만 확장 측면에서 단점이 되기도 했다. 사업 확장은 숙제다. 클라우드 사업으로 확대를 하고 있지만 SaaS는 매출을 늘리는 과정이 어렵다. 구축형에 비해 저렴하게 공급하는데 개발에 들어가는 비용은 비슷하다. 외부 시스템이 아닌 우리 자원을 통해 개발하기 때문에 개발자도 다방면으로 알아야 하고 역량은 오히려 더 필요하다.

사용 건수 기반으로 비용을 받으니 초기에 매출 성장이 어렵다. 하지만 고객 확대를 위해서는 가야 할 길이다. 사업 초기 5년은 투자를 한다고 생각해야 한다. 우리는 상장기업이니 새로 투자를 받기는 어렵고 패키지 소프트웨어를 벌어들인 매출을 클라우드에 투자를 하며 사업을 확대시켜 나가야 한다.

SaaS를 이용하면 고객들은 시스템 자원이나 구축 인건비가 필요 없고 바로 가입해서 사용하면 된다. 쓴 만큼만 돈을 내면 되니 고객 입장에서 이득이다.

공급업체는 구축형 사업이 더 쉽다. 구축형은 고객사에 맞춰서 시스템을 구축하면 되는데 SaaS는 표준화 과정도 필요하다. 고객을 설득하는 과정도 어렵다. 여러 고객들에게서 나온 요청을 표준화해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라 사용하다 보면 더 편하다고 하기도 하는데 사용하기 전에는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사용자가 개발자가 아닌 일반 사용자란 점도 어렵다. 개발자들은 컴퓨터를 잘 아니 시스템을 잘 활용한다. 거기에 자부심을 느끼기도 한다. 일반 사용자들은 좀 더 친절하게 만들어야 한다. 비용도 더 많이 들고 어렵다. 패키지가 있으니 클라우드 버전으로 바꾸기만 하면 되는 줄 아는데 아니다.

Q. 클라우드 사업 확장 계획은

우리 사업과 만나 시너지가 날 수 있다면 적극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우리 사업에서 파생하는 분야도 개척할 계획이다. 가령 건설에 특화된 전자 계약 시스템을 만든다든가 하는 좀 더 특화된 분야를 공략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다. 시장을 더 넓혀 나갈 것이고 여기에 AI 기술을 통해 부가가치를 높이겠다. AI팀에서 기능을 계속 개발하고 있다. 시범 서비스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클라우드 서비스의 장점은 패키지 사업보다 글로벌 공략이 수월하다. 일본을 시작으로 글로벌 시장을 확대할 것이다. 클라우드 서비스는 전 세계적으로 시스템이 구축됐다. 각 지역에서 서버 확장이나 자동 시스템 확대가 가능하도록 설계를 해놨다. 순식간에 글로벌 서비스가 가능한 구조다. 패키지에 비해 가능성이 훨씬 더 열려 있는 시장이다. 시스템을 교체해 시장을 넓힐 수 있는 기회다.

반면 각 국가별 마케팅이 필요해 투자가 더 필요하기도 하다. 여기에 국가별로 데이터 규제가 많이 생겼다. 유럽, 중국 등이 데이터 자국주의를 펼치면서 국가별로 필요한 서비스들이 있다. 이런 상황 때문에 특정 국가에 초점을 맞추면서 확장을 해나가야 한다.

Q 일본에서 성과가 있다고 들었다

일본은 기반을 다지는 단계다. 올해 조직을 새로 구성했다. 여기에 투자를 늘려 공공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공공분야 민원 창구를 디지털화하는 사업에 초점을 맞췄다. 의료 시장은 후지쯔와 함께 공략하고 있다.

리포팅 툴은 전 세계적으로 지역 제품이 있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제품 기능이 우수하다. 다만 로컬 문화가 진입 장벽이 될 수 있다. 전략을 바꿔 특정 산업에 집중하려고 한다. 다른 패키지 상품과 함께 공급하는 전략도 있고 클라우드를 통해 쉽게 사용하도록 하는 등 다방면으로 전략을 짜고 있다.

클라우드 도입은 일본이 우리보다 빨랐다. 우리나라는 클라우드 도입이 늦은 편이다. 정부가 클라우드 보안인증인 CSAP((Cloud Security Assurance Program) 등을 통해 안전한 서비스임을 인증하며 확대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민간도 편하게 도입할 수 있도록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그럼에도 인식은 천천히 변하는 것 같다. 우리나라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에 인식이 전환되기 시작했다면 일본은 훨씬 전부터 다양한 서비스가 도입됐다.

Q 우리나라도 보안을 고민하면서 클라우드에 대한 인식은 많이 전환된 것 같다

맞다. 예전에는 보안 때문에 클라우드 서비스를 못 쓴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대기업은 클라우드보다는 온프레미스 형태로 시스템을 쓴다. 기반 시스템 측면에서 클라우드가 더 나은 선택이 될 수 있다. 클라우드 서비스는 보안 인증을 받아야 한다.

우리나라 금융은 기반 시스템은 클라우드로 사용할 수 있는데 업무 서비스까지 SaaS 수준으로 쓰는 것은 어렵다. 일본도 금융기관은 클라우드 시스템을 사용하기 어렵다. 일본도 금융시스템 구축은 히다찌나 IBM과 같은 대형 IT업체가 주로 맡는다. 시스템 구축 기간도 오래 걸린다. 대형사들과 협력하지 않으면 진입이 어렵다. 우리나라 금융기관들이 시스템을 빨리 구축하고 빨리 개선하면서 발전한 데 비해 일본 금융기관은 더 보수적이다.

공공 분야는 지방자치단체 단위로 업무 혁신 과제들이 꽤 있어서 이를 공략하려 한다. 작은 프로젝트들도 있어서 상대적으로 진입이 쉽다. 각 지자체 단위 행사를 참석해보면 반응도 좋다. 올해 일본 지자체 행사에 많이 참석했는데 내년에는 성과로 이어지도록 하겠다.

일본 시장은 새로 조직을 구성하면서 본사 임원을 지사장으로 발령했다. 소통이 이전보다 활발하다. 전시회 등에 참석한 후 성과에 대해 소통하면서 방향을 잡아나가고 있다. 우리 회사 문화를 잘 아는 사람이 지사를 맡고 있어서 포시에스 문화 접목도 더 쉽다.

Q 앞으로 해외 시장 공략 계획은

코로나 팬데믹 시기 이후 지사를 늘리기보다 현지업체들과 협력하는 방향으로 전환하려고 한다. 이제는 해외 영업을 온라인을 통해 많이 한다. 제품 소개 등의 과정을 온라인으로 하는 것이 일상화됐다. 일본은 지사가 있지만 연구소에서 기술 지원을 하기도 한다. 번들 제품과 관련해서 온라인 화상회의도 여러번 한다. 이렇게 지원하니 현지업체들보다 기술지원을 더 잘한단 칭찬도 들었다.

소통을 늘리고 본사 지원을 강화하는데 필요할 때마다 한국에서 출장을 통해 지원하는 구조다. 그러다 보니 교통비는 좀 더 들어가는데 소통의 질은 이전보다 훨씬 좋아졌다. 일본은 지사를 통해, 동남아는 현지 협력업체를 통해 지원하는 구조다. 베트남은 협력업체를 통해 성과가 나고 있다. 대만,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등도 공략하고 있다. 최근 캄보디아에 대한 인식이 안 좋아졌는데 진출해 있는 우리 금융기관들이 많다.

일본은 의료 분야 확산을 예상하고 있다. 후지쯔와 번들 제품을 만들었다. 서비스 지원 인력도 보강하려고 하는데 일본은 구인이 어렵다. 클라우드 서비스는 우리나라에서 인력을 뽑아 지원하려고 한다.

포시에스는 지난 14일 AI 전자계약 플랫폼 이폼사인으로 ‘제20회 대한민국 인터넷대상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 사진 = 포시에스
포시에스는 지난 14일 AI 전자계약 플랫폼 이폼사인으로 ‘제20회 대한민국 인터넷대상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 사진 = 포시에스

Q. 올해 성과를 설명해달라

올해 금융분야는 수주를 꽤 많이 했다. 공공분야는 상반기 부진했지만 하반기는 많이 따라잡았다고 생각한다. 전반적으로 작년과 비슷한 수준이 될 것 같다. 제조 분야는 지난 몇 년간 정체됐다. 공공이 일시적인 부진이라면 제조는 앞으로도 투자가 위축될 것 같다. 반면 희망적인 측면은 제조 분야는 전자문서 시장이 중견기업으로 확산됐다.

올해 실적은 다음달까지 가봐야 알겠지만 지난해보다는 조금 더 성장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순이익은 AI 등에서 기술과 인력 투자가 많아서 불확실하다. 영업이익률은 투자 때문에 과거보다 줄어든 측면은 있다. 15~20%는 유지하려고 한다.

매출은 신사업 분야가 성장하는 건 맞는데 기존 매출이 줄어들기도 했다. 매출 성장폭이 둔화됐다. 신규 투자로 극복을 해야 할 것이다. 이 과정이 숙제다. 클라우드에 투자를 해야 해서 당장 신규사업에 투자를 할 순 없지만 클라우드 사업이 궤도에 오르게 되면 또 새로운 분야를 개척할 계획이다.

Q. 투자가 얼마나 늘었나

인력이 꽤 많이 늘었다. SI를 하는 조직이 아니다 보니 인력 증가폭이 작았는데 지금은 개발자 등이 많이 늘면서 200여명이 됐다. 클라우드는 인력이 계속 늘어야 한다. 기술 지원 인력을 꾸준히 늘려야 한다. 개발 분야는 AI 등에서 늘려야 한다. 매출보다 투자 증가폭이 커졌다. 비용이 많이 늘어나서 절감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인건비가 저렴한 베트남 쪽 개발 조직을 늘려가고 있다. 2명으로 시작해서 6명까지 늘리며 개발 비중을 높였다.

베트남 인력들은 주로 주니어급인데 빠르게 적응을 해나간다. 처음에는 관리 때문에 망설였는데 지난해 비용이 더 들더라도 시도를 해보기로 했다. 소수 인원으로 시작해서 계속 늘려가 볼 계획이다. 베트남 개발자들은 초봉이 우리나라에 비해 많이 낮은 편이다. 대신 이직도 많아서 2~3년이 경력이 쌓이면 연봉을 두배로 높여야 한다. 그래도 초봉이 워낙 낮아서 우리나라보다는 인건비가 덜 들어간다. 초봉 기준으로 우리나라에 비해 절반 이하로 보면 된다. 2~3년 지나 임금이 많이 인상돼도 우리나라보다는 낮다. 내년에도 베트남 개발은 이어갈 계획이다.

Q. 클라우드 사업의 수익성은 어떤가

클라우드는 생각보다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사업이다. 민간 클라우드는 AWS에 올라가 있고, 공공용은 CSAP 인증을 받아 네이버 클라우드에 올려 운영한다. 멀티존 구성이다 보니 AWS 인프라 비용만 해도 적지 않은 수준이고, 네이버 쪽도 기본 비용이 나간다.

여기에 CSAP, ISMS 같은 각종 인증을 매년 갱신해야 해서 인증비만 해도 수천만원 단위로 들어간다. 공공 고객이 금방 크게 늘어나는 것도 아니다 보니 투자·운영 비용 대비 매출이 따라오는 속도가 느린 편이다.

Q. 새로 출시한 AI 서비스는 어떤 기능을 중심으로 하고 있나

현재는 문서를 분석해 자동으로 수식을 생성해 주고, 워크플로를 자동 생성해 주는 기능을 중심으로 시범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고객들이 문서를 업로드하면, 내부에서 필요한 필드·수식을 자동으로 제안해 주는 방식이라 업무 효율성이 상당히 높아진다.

지금은 기존 고객에게 무료로 기능을 제공하면서 반응을 보고 있고 반응이 나쁘지 않아 내년에는 정식 과금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다. 온프레미스 버전을 사용하는 대기업에도 적용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패키지·클라우드 양쪽에서 활용도를 보고 있다.

Q. 앞으로 계획하고 있는 AI 서비스 확장 방향은

우선 전자문서·계약서 영역에서 AI 적용을 계속 확장할 생각이다. 계약서 검토, 조회·검색, 계약 관리 영역은 AI가 들어가면 편의성이 크게 올라간다. 내년 시범 서비스 혹은 정식 기능으로 추가할 계획이다.

또 디지털창구 쪽에서는 음성 인식(STT)을 적용해 고객이 말로 입력하면 문서를 자동으로 작성해 주는 기능을 준비 중이다. 이 부분은 청각·시각장애인을 포함한 다양한 고객을 배려하는 UX 요구와도 맞물려 있어, 관련 가이드라인을 반영해 제품에 녹여가고 있다.

개발 측면에서는 ‘이폼봇(e-Form Bot)’ 같은 도구를 통해, 서식 개발자가 코드를 일일이 작성하는 대신 AI가 기본 틀을 자동 생성해 주고 개발자는 이를 보완하는 방향을 목표로 하고 있다. 결국 AI를 문서 작성·검색·관리뿐 아니라 개발 생산성에도 접목해 전체적인 플랫폼 경쟁력을 높이려 한다.

Q. 이용자 수나 사용 실적은 어느 수준인가

계정 체계가 일반 B2C 서비스와 다르다. 기업 단위 계정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한 계정에서 1명이 쓸 수도 있고 100명이 쓸 수도 있다. 그래서 단순 ‘유저 수’보다는 기업 계정 수를 기준으로 보는 편이다.

현재 기업 고객 기준으로는 1만개가 안 되는 수준이고, 대부분이 중견·중소기업이다. 멤버 등록은 건당 과금하지 않고 회사당 과금 구조라 고객 부담을 줄이려 하고 있다. 실제로 한 고객사가 수백 명을 등록해 쓰는 경우도 있다.

7월부터는 정부 과제로 추진되는 AI 기능을 기존 고객에게 무료로 공개했는데, 이 부분은 사용 건수와 만족도를 별도로 집계하고 있다. 9월 말~10월 중순 기준으로 만족도가 80~85% 수준으로 나왔고, 연말까지 누적 데이터를 정리해 보고해야 한다.

Q. 국내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라이선스 단가가 너무 낮다’는 말이 오래전부터 나왔다

예전에 비해 구조가 조금씩 바뀌고는 있지만, ‘라이선스 비중’이 전체 프로젝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낮은 것은 사실입니다. 특히 민간 시장은 무한 경쟁에 가깝다 보니, 프로젝트 막판에 한 업체가 1/5 가격을 써내는 식의 극단적인 가격 경쟁이 지금도 존재한다.

공공은 그나마 가격과 기술 점수를 함께 보는 구조라 나은 편이다. 가격을 아무리 낮춰도 기술 점수가 낮으면 선정되기 어렵기 때문 품질을 완전히 무시한 최저가 낙찰을 막을 수 있다. 다만 민간 대형 프로젝트에서는 아직도 ‘레퍼런스를 위해 무료에 가깝게 제공한다’는 식의 딜이 존재하고, 그럴 경우 SI 업체·소프트웨어 업체·고객 모두에게 장기적으로 손해가 되는 구조가 반복된다.

Q. 국내 SI·소프트웨어 생태계 전반에 대한 평가는 어떻게 보는가

대기업 SI 의존도가 높았던 시절에는 대기업이 공공·대형 프로젝트를 가져가고, 중견 SI가 협력 구조를 통해 수혜를 보는 구조였다. 대기업 공공 입찰 참여 제한 이후에는 중견 SI 매출이 크게 늘었다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실제 수익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프로젝트 관리 역량, 리스크 관리가 충분히 따라가지 못하면서 이익이 깎여 나갔기 때문이다.

결국 어려움을 겪었던 중견 SI들이 통합·합병을 거쳐 특정 IT 서비스 그룹으로 모였지만 그렇다고 SI 수익성이 획기적으로 좋아진 것은 아니다. 규모는 커졌지만 구조적으로는 여전히 단가 경쟁과 과도한 리스크 부담 문제가 남아 있다.

해외 사례를 보면, 인도의 대형 SI들은 프로젝트 마진을 20~30%까지 남기면서도 글로벌 대형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해외에서 수주해 자국 개발센터를 원격으로 활용하는 구조다. SI 프로세스의 표준화·문서화·설계 능력 등이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개발·구현 역량은 매우 강하지만, 초기 기획·설계·문서화 단계가 상대적으로 약해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서 우여곡절이 많고, 그 과정에서 비용이 새는 구조다.

Q. 그런 구조에서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다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제도적으로는 공공 입찰에서 ‘가격 대 기술 점수’ 비율을 좀 더 기술 쪽으로 옮길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기술 90, 가격 10 정도로 가면, 가격을 극단적으로 낮게 써도 기술 평가에서 밀리면 선정되기 어렵기 때문에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과 기술력을 가진 업체들이 합리적인 가격으로 경쟁할 수 있다.

기업 내부적으로는 기획·설계·문서화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우리나라 개발자들은 구현·코딩 실력은 세계적으로 손색이 없지만 요구사항 정의와 설계 단계에서 충분히 시간을 들이지 못하는 관행 때문에 프로젝트 후반부에 업무가 늘어난다. 이게 곧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다. 이 부분만 개선돼도 국가 전체의 소프트웨어 경쟁력이 훨씬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Q. CIO 입장에서는 ‘비용 절감’ 외에 어떤 방식으로 성과를 강조할 수 있을까

가장 중요한 건 구축된 시스템의 질입니다. 단순히 얼마를 아꼈다는 수치보다, 새로운 시스템이 실제 현장 업무를 어떻게 바꿨는지, 디지털 창구나 고객 경험이 어떻게 개선됐는지, 장애·보안 이슈가 어떻게 줄었는지를 정량·정성적으로 함께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 금융권 디지털 창구 프로젝트를 대부분 수주한 것도, 초기 구축이 아니라 ‘고도화·개선’ 단계에서 PoC를 통해 기술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입니다. 기능·성능·안정성, 향후 확장성까지 평가한 뒤 결정했고 이런 평가 문화가 확산된다면 CIO들도 비용 절감 외에 ‘고품질 시스템을 도입해 비즈니스 리스크를 줄이고 고객 만족도를 높였다’는 관점으로 자신 있게 성과를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Q. 치열한 경쟁과 낮은 단가 속에서, 소프트웨어 기업이 버티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인가

결국 ‘체력’과 ‘견디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헬스케어처럼 진입 장벽이 높고 규제가 많은 시장도, 처음에는 구조적인 한계가 있었지만 어느 정도 기간을 버티면서 품질을 꾸준히 증명하면 시장이 조금씩 개선된다.

고객 쪽에서도 “기술은 우리 것보다 저 회사가 더 좋은 것 같다”는 판단이 들면 한 번 다른 선택을 했다가도 다시 돌아오는 경우가 있다. 그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고객의 무리한 요구라도 가능하면 귀 기울이고 한 번 맺은 고객 관계를 최대한 소중히 여기는 태도다.

물론 그렇게 하면 단기적으로는 프로젝트 이익이 줄어들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한 번 고객이 된 곳에서 후속 프로젝트를 가져올 확률이 높고 레퍼런스가 쌓이면서 시장 신뢰도도 높아진다. 결국 소프트웨어 사업은 ‘기술·품질’과 함께 ‘얼마나 오래, 성실하게 고객 옆을 지키느냐’가 승부처라고 생각한다.

Q. 마지막으로, 한국에서 ‘스타 소프트웨어 기업’이 더 많이 나오려면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제도 측면에서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기술력 중심 평가 문화가 더 정착돼야 합니다. 가격만 보고 결정하는 관행이 줄어들수록, 기술·품질에 투자하는 기업들이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다.

기업 측면에서는 해외 사례처럼 기획·설계·프로세스 역량을 키워야 한다. 인도의 대형 SI들이 그랬던 것처럼, 글로벌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도 자국 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구조,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갖추면 20~30% 이익률도 충분히 가능하다.

국내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개발 역량에 기획·설계를 더해 ‘완성도 높은 프로젝트 수행 능력’을 갖추고 시장은 가격보다 기술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조금만 더 움직여 준다면, 지금보다 훨씬 많은 스타 소프트웨어 기업이 나올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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