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 명가, 신뢰 혁신 DNA로 세계 시장 질주
배현섭 대표 “사업은 기술·시장 그리고 타이밍”

배현섭 슈어소프트테크 대표이사. / 사진 = 슈어소프트테크
배현섭 슈어소프트테크 대표이사. / 사진 = 슈어소프트테크

[시사저널e=송주영 기자] 슈어소프트테크는 23년 전인 2002년 KAIST 연구실 선후배들이 의기투합해 세운 ‘꾸준한 우상향 성장’의 상징 같은 기업이다. 흔들림 없이 소프트웨어 테스팅과 품질보증이란 국내 희소한 분야에서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며 2015년 이후 단 한차례의 역성장 없이 꾸준한 매출 성장을 이어오고 있다.

2020년 이후 최근 5년간 연평균 15%라는 매출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지난 2023년 코스닥 상장 후에는 빅데이터와 AI 등 미래 산업영역까지 발을 넓히며 사업 포트폴리오와 글로벌 존재감을 착실히 키워가는 중이다.

25일 배현섭 슈어소프트테크 대표는 “사업은 기술과 시장이 맞아야 한다. 타이밍이 중요하다”며 “믿고 버티다보면 시장이 우리를 필요로 할 때 성장의 문이 열린다”고 말했다.

슈어소프트테크의 주력은 ‘선진국형’ 산업에 특화된 고신뢰성 소프트웨어 검증·자동화 솔루션이다. 빠른 양산이나 트렌드성이 아닌, 꼼꼼한 검증과 본질적 신뢰를 바탕으로 한 품질 확보에 집중했다. 자동차, 국방, 원자력, 우주항공 등 본래 미국·유럽 강세 분야에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이 기술 내공으로 도전장을 던졌고 성공했다.

2010년 대한민국이 선진국 반열에 진입하며 산업 지도가 급변하던 시기, 슈어소프트테크는 본격 상승세를 탔다.

2022년 연결 기준 매출 434억원을 찍은 데 이어 지난해엔 자회사 모비젠 등을 통한 신규 매출이 더해져 888억 원까지 외형을 키웠다.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모비젠 적자 등 신사업 투자 영향으로 97억원(2022년)에서 79억원(2023년)으로 일시 감소했지만 본업의 안정적 성장세에는 변함이 없다. 올해는 950억~1050억 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며 1천억클럽 가입을 눈앞에 뒀다.

슈어소프트테크는 과감한 신사업 투자와 탄탄한 본업의 균형, 그리고 꾸준히 내공을 다져온 경영철학으로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 생태계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이어가고 있다.

이 회사는 판교 제2테크노밸리 신사옥(공용 타운홀·농구대, 헬스장, 식당·카페, 구름다리 등 쾌적한 사내문화)에 이르기까지 ‘좋은 조직문화와 인재영입력’까지 겸비했습니다. 지난 2023년 모비젠을 인수해 초대규모 빅데이터 처리와 AI 신시장 개척에 나섰다.

Q. 본격 성장은 언제부터였나

2010년대부터 한국이 선진국 반열에 올라섰다고 체감하는데 당시부터 고품질 고신뢰성 소프트웨어에 대한 산업계의 수요가 급증했다. 창업 후 8년 동안, 즉 2010년까지는 실질적인 성장 변곡점이 크지 않았다. 벤처 성공은 기술과 시장, 그리고 타이밍 세 가지가 동시에 맞는 순간에 온다’는 것을 직접 체득했다.

첫 매출은 2004년 무렵이었다. 국방쪽에서 제안이 왔다. 이라크 전쟁이 벌어지고 있을 때였는데 당시 보고서가 하나 나왔다. 해군과 해병대의 무기체계가 상호연동이 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상륙작전 당시 포격 좌표 등 군에 있는 시스템간 상호운용이 되지 않았다. 우리나라 육해공군도 상호운용성을 확보해야 한단 인식이 생겼고 그런 시스템을 만들자는 얘기가 있었다. 오인폭격은 큰 문제다. 군에서 신뢰성 있는 소프트웨어를 구축하면서 국방이 매출에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됐다.

구체적인 성장의 시작은 이후 자동차쪽 분야의 확산이었다. 당시 현대차는 핵심 기술의 국산화를 꾀하고 있었다. 이전까지 컨티넨탈이나 보쉬 등의 기술에 의존해왔다. 현대차 엑센트 수동기어 하이브리드 실차가 검증 대상이 됐다. 연 200대 남짓 생산되던 하이브리드차에, 외산 검증 장비가 아니라 국내 순수 기술로 만든 자동화 평가 시스템을 심었다. 국산 제어 소프트웨어 신뢰도와 생산성을 처음 경험한 순간이었다. 이후 현대차의 기술자립 선언, 원자력·고속철도·우주항공으로 사업영역을 넓혔다.

Q. 창업 배경은

2002년 창업 당시 KAIST 연구실 선후배들이 직접 ‘공부하던 기술을 사업화하자’는 각오로 모였다. 당시 소프트웨어 품질검증 분야는 국내에서 매우 낯설었다. 창업 멤버 중 대부분이 지금까지 회사에 남아 공동체를 지키며 함께 성장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벤처캐피털(VC) 투자자들이 긴 호흡으로 지원해준 덕분에 회사는 꾸준히 버틸 수 있었다. 투자자는 자금회수가 고민일 수밖에 없는데 여러 투자사가 오랜 기간 믿고 기다려준 것은 정말 고마운 일이다.

판교사옥 2층에 위치한 헬스장. 근무시간에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 사진 = 송주영 기자
판교사옥 2층에 위치한 헬스장. 근무시간에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 사진 = 송주영 기자

Q. 상장과 인재채용, 복지 변화는 어떠했나

2023년 코스닥 상장과 신사옥 완공은 회사 성장의 전환점이었다. 조달한 자금으로 우수 인재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었으며, 이후에도 전환사채 발행, 모비젠 인수(M&A) 등으로 재무 부담도 완화하며 성장 기반을 다졌다.

상장 전까지는 강남권에 사옥을 뒀다. 우수 인재 확보를 위해 위치가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판교 사옥 이전 때는 인재 유출 우려도 있었으나, 오히려 상장 효과로 회사 인지도가 상승해 지원자 수는 눈에 띄게 늘었다. 50명 신규 채용에 1500명 지원이 몰리는 경쟁률 30대 1 수준까지 오른 상황이다. 백신이나 워드프로세서처럼 개인용 시장을 공략하는 것도 아닌데 이름이 많이 알려지면서 인재가 꾸준히 몰린다.

인재 확보뿐 아니라 직원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복지와 보상제도도 강화했다. 상장 전 3년간 매년 3%씩, 총 8~9% 정도의 지분을 직원들에게 나눠줬으며, 상장 이후에는 이익의 20%를 직원과 공유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직원과 함께 성장하는 조직 문화를 매우 중요시한다. 주주 배당 얘기도 나오는데 아직은 회사를 더 키워야 할때라고 생각한다. 

슈어소프트테크 식당. 통상 식당을 지하 1층에 두는 것과 달리 밖이 훤히 보이는 3층에 뒀다. / 사진 = 송주영 기자
슈어소프트테크 식당. 통상 식당을 지하 1층에 두는 것과 달리 밖이 훤히 보이는 3층에 뒀다. / 사진 = 송주영 기자

Q. 슈어소프트테크의 핵심 경쟁력은 무엇인가

슈어소프트테크는 기업용 소프트웨어의 신뢰성을 높여주는 검사, 테스트 자동화 솔루션을 만든다. 구체적으로 엔진, 모터, 배터리, 국방 무기체계, 원자력 및 우주항공 분야 등 국가기간산업의 안전에 직결된 미션크리티컬 소프트웨어의 품질을 보증하는 도구와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들 분야에서 요구되는 소프트웨어의 결함 한계치는 극히 낮고, 작은 오류도 치명적인 오류로 이어질 수 있어 꼼꼼하고 신뢰성 높은 검증 과정이 필수적이다. 기존 해외 기술에 의존하던 영역에서 국내 독자기술로 대체하며 점차 입지를 굳히고 있다.

우주항공 분야도 우리 기술이 들어간 사례다. 과거에는 모든 소프트웨어를 미국 등 외산에 의존했으나 국산화 노력이 이어졌다.

우주발사체에도 슈어소프트테크의 소프트웨어 검증 기술이  들어간다. 일부 위성은 하루에 2번만 지상과 통신할 수 있어 12시간마다 신호를 보내는 타이밍에서만 운영 상태를 진단·수정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짧은 창구에 소프트웨어가 리셋되거나 장애가 발생할 경우, 수백억원을 들여 띄운 위성이 ‘데이터를 한 번도 수집·전송 못하는 상태’가 된다. 데이터 전송 없이 돌기만 하는 위성이 되는 것이다.

Q. 높은 영업이익률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기술 완성도를 최대로 끌어올려 제품을 출시하는 것이 높은 이익률 유지의 비결이다.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기업중 상당수가 80%의 제품을 팔고 20%는 인력으로 때우려고 한다. 그러면 수익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여러 산업군에 적용 가능한 제품을 만드는 것도 이익률을 높일 수 있는 비결이다.

Q. 모비젠 인수 이유와 시너지는

2023년 인수한 모비젠은 통신사 출신들이 설립한 빅데이터 전문기업이다. 통신사는 과금을 위해 SK텔레콤 기준으로 하루 1000억 건 이상의 통신 데이터가 쌓인다. 이 데이터를 100일 치 전수(샘플링이 아닌 전량)로 관리해야 한다. 이런 기술력은 모비젠이 국내에서 독보적이다. 100일간 수집한 데이터는 10조건에 달한다. 이를 운영 가능한 제품은 오라클 엑사데이터 뿐이었으나 도입·유지비용이 매우 높아 대체 솔루션이 절실한 상황이다.

도입비용만 수천억원이며 연간 유지보수료로 700억~800억원을 내야 해 대기업도 버거운 수준이다. 금융권, 공공기관도 이 데이터를 수년치 쌓아야 할 정보를 어렵게 관리하는데, 모비젠이 커버하는 규모는 독보적이다. 모비젠은 기술 축적을 바탕으로 이 분야 시장에서 높은 경쟁력을 갖췄다. 슈어소프트테크는 이 역량을 인공지능, 파운데이션 모델, 산업별 솔루션과 결합해 새로운 성장 동력과 시너지를 만들어가고 있다.

식당 안에는 라면 끓이는 기계와 떡볶이 밀키트 등이 구비됐다. / 사진 = 송주영 기자
식당 안에는 라면 끓이는 기계와 떡볶이 밀키트 등이 구비됐다. / 사진 = 송주영 기자

Q. 향후 계획은

해외 기술에 의존하던 소프트웨어도 앞으로는 점점 더 국산 기술로 바뀔 것이다. 석유화학이나 조선 같은 전통 산업도 마찬가지이고 로봇이나 의료 분야도 안정성이 중요한 기술이 많다. 특히 의료 분야는 과거 외국 소프트웨어 오작동으로 방사선 치료 시 정상 세포까지 공격당하는 사고가 발생한 적이 있다. 이런 크리티컬한 문제를 우리가 직접 해결하면서 산업이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다고 본다.

글로벌 시장도 함께 본다. 경쟁사는 대부분 미국이나 유럽의 소프트웨어 기업이다. 그러나 최근 이들 기업들이 인재 확보가 어려워지고 있다. 젊은 인재들이 AI 분야로 몰렸기 때문이다. 우리 같은 회사에는 오히려 기회가 된다. 이들 기업과 협력하면서 유럽이나 북미 시장 진출도 노려볼만하다.

중국에서도 미션 크리티컬 소프트웨어 분야가 성장하기 시작한다. 유럽 기업이 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우리도 협력과 경쟁을 병행하면서 중국 시장에서 계속 성장하고 있다. 우리 회사는 중국 청도에 자회사가 있고, 미국에는 2018년에 법인을 설립해 기술 수집 등 주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글로벌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우리 기술 경쟁력을 더 키우고, 앞으로 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혀갈 계획이다.

Q. AI가 크게 주목받고 있다

AI 시장은 두 가지 전략으로 공략한다. 첫째는 ‘AI의 이용’이다. 기존 제품에 AI를 접목해 생산성을 크게 높이는 방향이다. 예를 들어, 기존에 100시간이 걸리던 작업을 AI를 활용해 70시간으로 단축하도록 기존 제품을 업데이트할 계획이다.

둘째는 ‘AI의 검증’이다. 파운데이션, 에이전트, 온톨로지 같은 기반 기술을 개발해 신뢰성(Trustworthiness)을 한층 올리고자 한다. 현재 AI 기술에는 할루시네이션(잘못된 정보 생성)이나 윤리적 이슈 같은 문제점이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AI의 실제 성능과 안정성을 객관적으로 검증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은행, 통신, 정부 서비스 같이 오류가 용납되지 않는 분야에서 AI의 시험과 검증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증가할 것이고 이는 앞으로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이자 큰 사업적 기회로 본다.

Q. 창업과 성장에 있어 경영 철학은 무엇인가

달리고 있는데 힘들지 않다면 그건 내리막길이다. 숨이 하나도 안 차면 안된다. 숨이 차게 열심히 해야 한다. 해외경쟁 제품을 살피고 AI 기술도 접목해야 하고 끊임없이 빨리 더 잘해야 되는데 숨이 헉헉할 수밖에 없다. 우리 기술은 난이도가 높다. 5~10년 정도는 돈 못 벌고 투자만 해야 한다. 단순한 소프트웨어 기술뿐만 아니라 도메인 날리지도 필요하다.

창업은 각오가 필요하며 가장 중요한 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동료다. 아무리 뛰어난 아이템이라도 혼자서는 살아남기 어렵고 함께 어려움을 견디며 장기적으로 신뢰를 이어가는 팀워크가 성공의 열쇠다. 어려운 시간을 함께 견뎌줄 믿고 의지가 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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