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연 대표 “기술 내재화 없으면 경쟁력도 없는 거다”

이중연 KTNF 대표이사 / 사진 = KTNF
이중연 KTNF 대표이사 / 사진 = KTNF

[시사저널e=송주영 기자] 소프트웨어는 결국 돌아가야 의미가 있다. 아무리 효율적인 알고리즘이 있어도, 그걸 버텨줄 하드웨어가 없다면 소프트웨어는 존재할 수 없다. 기술 경쟁력의 시작은 화면 위가 아니라 회로 아래서 결정된다. 국내 대부분의 서버는 중국이나 대만에서 만든 보드를 들여와 조립하는 수준이다. 소프트웨어를 논하면서도, 정작 그 기반은 외산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벌교 흙을 묻혀서 벌교산 꼬막이라 부르는 거랑 똑같다니까요.”

이중연 KTNF 대표는 단호하게 말했다. KTNF는 회로부터 직접 설계하고, CPU 출시보다 2년 앞서 제품 기획에 들어가는 국내 몇 안 되는 서버 기업이다. 사옥 2층엔 개방형 데이터센터가 있고, 일부 스타트업과 학교에 서버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버티는 게 아니고, 계속 만들었기 때문에 살아남은 거다. 개발 중심으로 시작했고, 지금도 내가 설계 도면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그는 말한다.

KTNF는 유통회사가 아니라 개발회사다. CPU가 나오면 바로 대응할 수 있는 타임투마켓 능력, 인텔·AMD·SK하이닉스와 직접 소통하는 기술 신뢰, 그리고 무엇보다 설계 내재화가 그들의 무기다.

서울시 강서구 마곡동 KTNF 사옥 1층에 위치한 서버 전시장. 이 곳은 2001년부터 현재까지 개발한 서버 제품들이 전시돼 있다. / 사진 = 송주영 기자 
서울시 강서구 마곡동 KTNF 사옥 1층에 위치한 서버 전시장. 이 곳은 2001년부터 현재까지 개발한 서버 제품들이 전시돼 있다. / 사진 = 송주영 기자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위치한 생산시설은 연간 10만 대 규모의 서버를 만들 수 있으며 현재는 세종시에 제2사옥 건립을 준비 중이다. 올해 설계를 마무리하고 내년 착공을 목표로 한다. 이곳은 휴머노이드 로봇을 활용한 완전 자동화 생산라인이 들어설 예정이며 가동이 시작되면 연간 생산능력은 약 30만대로 현재에 세 배 가까이 늘어난다.

일본 현지 진출도 본격화된다. 연내 일본지사 설립을 계획 중이며 기술 기반 신뢰를 중시하는 일본 시장에 맞춰 브랜드 전략도 새롭게 정비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품격’이란 이름의 기획 중 두 번째 회사로 하드웨어 기업을 조명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겉으로 드러나는 기능과 편의성만으로는 품격이 유지되지 않는다. 시스템이 무너지지 않고, 위협에 흔들리지 않으며, 설계 철학을 품고 돌아갈 수 있는 기반이 있어야 비로소 기술이 완성된다. KTNF는 그 기반을 지키는 기업이다.

이 회사는 조용하지만 강하다. 외부 소음에 흔들리지 않고, “할 수 있는 걸 해왔다”는 한마디로 25년을 설명한다. 겉은 철판이고 속은 회로지만, 그 안에는 꺾이지 않는 철학이 흐른다. KTNF는 소프트웨어의 품격을 지켜내기 위한 가장 견고한 하드웨어 중 하나다.

Q. KTNF는 어떤 회사인가

서버를 설계부터 생산까지 직접 하는 회사다. 서버를 직접 설계하고 만든다. 메인보드를 사갖고 와서 외장 케이스만 씌우는 게 아니다. 메인보드부터 회로 설계하고 테스트까지 다 한다. 보통 국산 서버라고 불리는 제품은 대부분 중국이나 대만에서 가져온 부품을 조립한 경우가 많다. 일명 ‘택갈이 서버’다.

서버는 단순한 기계가 아니고, 안에 들어가는 CPU, 메모리, 칩셋 같은 소자들이 조화를 이뤄야 된다. 인텔, AMD,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과 긴밀히 협력한다. 인텔이랑은 얼리 액세스 프로그램(EAP)도 계약해서 2년 뒤 나올 CPU 정보도 미리 받는다. 그걸 보고 서버를 미리 기획하고 준비할 수 있다. 서버 시장의 핵심인 타임투마켓을 지키기 위해서다.

Q. 미국 회사들도 가격 경쟁력 때문에 중국 서버업체에 밀렸는데 25년이나 국산 서버로 사업을 이끌어왔다

A. 개발회사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처음부터 개발 중심이었다. 자본금 2억원 규모로 가산 아파트형 공장에서 시작했다. 유통회사였으면 이미 사라졌을 거다. 누가 뭘 만들어달라고 하면 우리는 다 만든다. 대기업 요청에 다 대응해왔다.

개발팀이 탄탄하다. 뭐든 구현할 수 있단 자신감이 있다. 지금은 마곡으로 이사왔고 세종에 제2사옥도 준비 중이다. 개발이 중심인 회사다. 나도 개발부서 소속이다. CTO는 따로 있지만, 그 부서에 소속돼서 디자인하고 테스팅 직접 본다. 직원들에게 농담처럼 나를 ‘이대리’라고 부르라고 한다.

Q. 마곡 사옥에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게 된 계기는

임대를 줬으면 돈을 더 벌 수 있었겠지만 기여를 하고 싶다. 사옥 2층에 데이터센터가 있다. ‘개방형 데이터센터’다. 서버는 다 우리가 만든 거고 스타트업이나 학교 같은 데에 일정 기간 무상으로 제공한다. AI 서버는 2~3주나 한 달, 일반 서버는 최장 1년까지 쓸 수 있다.

왜 그렇게 하느냐고 묻는다면, 그냥 도움이 되고 싶어서다. 돈을 번다는 게 혼자 잘 먹고 잘 살자는 건 아니잖아. 번 돈을 사회에 다시 돌리는 게 의미 있다고 본다. 개소식 했을 때 200명이 함께 축하식을 했다.

Q. AI 서버 시장의 변화는 어떻게 보고 있나

전용화, 계층화 흐름이 이어절 것이다. AI는 이제 전용 서버 시대다. CPU만으로 안 되고, GPU, NPU 등 다양한 xPU 기반 구조가 필요하다. AI 서버도 학습용, 추론용, 영상처리용으로 세분화되고 있다. 챗봇 같은 특화 응용도 많아지고, 엣지서버나 보안서버도 늘어난다.

엣지에서 실시간 처리하는 수요도 크다. 전력과 네트워크 효율을 위해 엣지서버가 많이 쓰이게 된다. AI 처리는 온디바이스, 엣지, 데이터센터 각각의 역할이 다르다. 어떤 건 바로 엣지에서 처리하고, 어떤 건 중앙에서 몰아서 분석하는 식이다. 서버도 이런 요구에 맞춰 다양화된다.

Q. 서버 산업에서 국내 경쟁력, 가능성 있다고 보는가

AI는 무기가 될 수 있다. 국가 안보 측면에서 하드웨어도 중요하다. 외산 서버에 스파이칩이 심기면 데이터 탈취 가능성도 생긴다. 보안 사고가 하드웨어 단에서 일어나면 정말 심각하다. 그래서 서버, 펌웨어, 칩셋까지 내재화가 필요하다.

실제로 구글이나 아마존도 ODM 서버 쓰지만, 펌웨어는 직접 개발하거나 관여한다. 우리는 국산 AI 반도체 회사들과 협업해서 전용 서버를 만든다. 서버가 제대로 갖춰지면 반도체의 의미도 커진다.

이중연 KTNF 대표 / 사진 = KTNF
이중연 KTNF 대표 / 사진 = KTNF

Q6. 앞으로 KTNF의 방향은 어떻게 잡고 있는가

이름 걸고 해외로 나간다. 그동안은 간접적으로, ODM 방식으로 해외에 진출했다. 이제는 KTNF 이름을 걸고 나갈 거다. 대만은 이미 그렇게 하고 있고, 일본은 올해부터 시작했다. 베트남도 들어갔다. 일본은 성숙한 시장이고, CEO 신뢰도도 중요하게 본다. 신뢰가 쌓이면 매출도 따라온다.

우리는 반짝했다가 사라질 회사가 아니다. 25년 동안 개발하고 제조하면서 만들어온 내공이 있다.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엔지니어 출신 CEO는 기술 내재화에 강점이 있다. 지금까지 일만 하면서 살았는데, 이제는 우리가 가진 역량을 알리고 싶다. 그래야 직원들도 자긍심을 가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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