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ON 게임 서사와 선택에 관한 글로벌 패널들 토론
선택·결과·반응의 유기적 연결이 서사 완성도 좌우
"정답 없는 선택 과정 속, 이용자들 자신의 가치관 돌아보며 몰입"
[시사저널e=장민영 기자] “게임은 이용자의 선택이 이야기를 완성하는 유일한 매체다.”
‘킹덤컴: 딜리버런스2’를 개발한 마틴 클리마 총괄 프로듀서는 G-CON 2025에서 열린 ‘플레이어(이용자)의 선택과 내러티브의 확장’ 세션에서 이같이 말하며, 다른 콘텐츠와 다른 게임만의 선택 기반 서사를 강조했다.
부산 벡스코에서 13~14일 진행하는 지스타 컨퍼런스 'G-CON 2025'은 올해 ‘내러티브(서사)’를 주제로, 글로벌 창작자들이 모여 차세대 게임 서사의 발전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최근 콘솔 시장에서 서사 기반 게임들이 글로벌 흥행하면서 국내에서도 게임 서사 강화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만큼, 14일 강연에서 서구권 RPG를 대표하는 개발자들이 참여해 이용자들의 ‘선택'이 게임 서사와 몰입도 강화에 기여하는지 분석했다.
이날 패널 토론은 이용자의 선택에 따라 결과가를 만들어 내고, 게임의 몰입과 흥행으로 이어지는 과정에 대해 토론했다. 이용자들의 선택 결과를 예측할 수 있어야 하며, 동시에 예측하지 못한 놀라움을 줄 여지도 남겨야 한다는 점에 공감했다. 또 선택의 결과가 세계 내의 다른 캐릭터(NPC)와 반응, 지역의 변화 등에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 서사가 강화된다고 설명했다.
패널들은 게임만의 '상호작용' 시스템의 강화였다. 과거 영상 중심 연출에 서사 의존도가 높았다면, 최근 이용자의 행동이 게임 시스템 전반에 영향을 미치도록 설계하는 방식이 서사의 핵심으로 대두됐다. 이와 관련해 패널들은 이용자들이 내리는 결정이 게임 세계의 여러 축(세력, 관계, 환경)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도록 설계해야 하며, 그로 인해 이용자들이 자신의 선택에 책임감을 느끼고 감정적으로 몰입하게 된다는 과정을 강조했다.
‘폴아웃:뉴베가스’를 개발한 조시 소이어 옵시디언 엔터테인먼트 디자인 디렉터는 “선택이 결국 동일한 결말로 귀결된다면 이용자들은 선택의 의미를 느끼지 못한다”면서 "선택에 따른 보상과 감정적 반응이 자연스럽게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시스템 설계 측면에서 이용자들의 행동이 세계와 캐릭터에 일관되게 반영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제이슨 라티노 ‘발더스 게이트 3’ 시네마틱 디렉터는 이용자의 결정 과정 자체가 게임에 몰입하는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라티노는 “어떤 선택도 쉬운 답이 없는 상황에서 고민하고 갈등하는 과정이 이용자에게 재미를 준다”며 "이용자는 결국 자신이 가진 가치관을 게임 상황에 투영하며 서사의 깊이가 더해진다. 일련의 예측 과정이 서사와 시스템의 연결 고리를 강화한다"고 강조했다.
마틴 클리마 워호스 스튜디오 총괄 프로듀서는 개발작 '킹덤 컴: 딜리버런스2'를 들어 구체적 설계 원칙을 제시했다. 이 게임은 15세기 보헤미아 지역을 배경으로 중세 생활상을 사실적으로 재현하고, 주인공 ‘헨리’의 대화와 행동을 통해 이야기가 전개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이용자는 주인공의 성향과 역량에 따라 끊임없이 선택을 하며, 정답이 없는 상황에서 내린 판단에 따라 전개가 크게 달라지는 구조를 경험하게 된다. 개발진은 이러한 설계를 통해 이용자가 실제로 그 시대를 ‘살아가는’ 감각을 느끼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고 설명했다.
클리마는 “게임은 이용자의 선택에 따라 스토리가 달라지는 매체다. 선택 설계에서 윤리적·도덕적 갈등을 포함시키는 것이 이용자에게 강한 정서적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서사의 핵심이 된다"며 "또한 선택의 폭을 넓히되, 핵심 서사를 놓치지 않도록 서사 흐름을 정교하게 조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토론은 기술 발전이 선택 기반 서사를 확장하는 도구가 될 것이라는 전망으로 마무리됐다. 자동화 도구와 더 정교한 제작 시스템이 더 많은 반응 이끌어내겠지만, 패널들은 기술적 진보보다 핵심은 여전히 이용자를 감동시키는 '서사’에 있다고 주장했다. 게임 서사의 강화가 곧 글로벌 게임 시장의 미래가 될 것이란 점에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