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비 4.6조→9.5조 2배 확대···그룹 역사상 최대 규모
전액 민간자본 투입, 안정적 재원 확보가 관건

화성국제테마파크 조감도. / 사진=화성시
화성국제테마파크 조감도. / 사진=화성시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신세계그룹이 화성국제테마파크 사업 규모를 대폭 키우며 다시 시동을 걸었다. 사업비는 당초 계획보다 2배 많은 9조5000억원으로 그룹 역사상 최대 규모다. 다만 전액 민간 자금으로 추진되는 만큼 자금조달 구조와 수익성 확보가 사업 성패를 가를 최대 변수로 꼽힌다.

◇ 420만㎡ 복합레저도시 조성···2030년 1차 개장

12일 경기도와 화성시에 따르면, 신세계화성은 최근 화성시에 제출한 화성국제테마파크 조성계획에서 사업비를 기존 4조6000억원에서 9조5000억원으로 확대했다. 민간 100% 자본으로 진행된다. 사업은 오는 2050년까지 단계개발 방식으로 진행된다.

화성국제테마파크는 경기도 화성시 송산그린시티 동측 약 420만㎡(127만평) 부지에 들어서는 국내 최대 규모 복합레저도시다. 파라마운트의 영화·캐릭터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한 대형 테마파크와 워터파크와 호텔(1000실), 18홀 골프장, 주거시설(공동주택 6283가구·단독주택 530가구) 등이 함께 들어선다. 시행은 신세계프라퍼티(지분 91.26%)와 신세계건설(8.74%)이 출자한 신세계화성이 맡았다.

신세계화성은 내년 하반기 착공을 목표로 조성계획 인허가 절차를 진행 중이다. 1단계로 테마파크와 주거단지를 우선 조성해 2030년 1차 개장을 추진한다. 이후 워터파크·호텔·골프장 등 나머지 시설을 순차적으로 완성해 2035년 전체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50년까지는 1단계 사업을 확장해 관광단지 활성화를 위한 호텔·리조트 등 부대시설을 추가로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화성테마파크는 스타필드 하남(1조원), 고양(7700억원)보다 10배 가까이 큰 신세계그룹 최대 단일 프로젝트가 될 전망이다.

김동연(왼쪽 네번째) 경기지사가 지난달 28일 미국 보스턴 파라마운트 회사의 회의실에서 화성 국제테마파크 조성 본격화를 위해 관계자들과 회담을 마치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경기도
김동연(왼쪽 네번째) 경기지사가 지난달 28일 미국 보스턴 파라마운트 회사의 회의실에서 화성 국제테마파크 조성 본격화를 위해 관계자들과 회담을 마치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경기도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지난달 말 미국 보스턴을 방문해 마리 막스 파라마운트 테마엔터테인먼트 본부장, 이임용 신세계프라퍼티 상무와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세 사람은 사업비 증액과 글로벌 협력 방안 등 개발 계획을 논의했다. 김 지사는 “이번 투자 확대는 경기도·파라마운트·신세계의 3자 협력 결과”라며 “관광단지 조성 승인 등 행정절차가 남아 있지만 경기도와 화성시가 협력해 일정을 앞당기겠다”고 강조했다.

경기도는 이번 사업을 통해 2050년까지 생산유발효과 70조원, 일자리 11만명, 연간 방문객 3000만명을 예상하고 있다. 경기도 관계자는 “화성테마파크를 단순한 놀이시설이 아니라 수도권 남부에 관광·레저·주거 기능을 통합한 신개념 복합도시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 정용진 회장 역점사업···유통 넘어 ‘라이프스타일 기업’ 전환 시험대

화성국제테마파크는 정용진 신세계 회장이 직접 진두지휘하는 역점 사업이다. 그룹 역사상 가장 많은 개발비가 투입되는 초대형 프로젝트로, 단일 사업으로는 규모와 상징성 모두 신세계의 새로운 도전으로 평가된다.

신세계는 2019년 ‘한국판 디즈니랜드’를 표방하며 테마파크 사업에 뛰어들었다. 정 회장은 “신세계그룹이 가진 모든 사업 역량을 쏟아 세상에 없던 테마파크를 만들겠다”며 여러 차례 강한 의지를 밝혀왔다. 유통업 기반으로 성장한 그룹의 정체성을 확장해 글로벌 경쟁이 가능한 복합문화·레저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이다.

화성국제테마파크 조감도. / 사진=파라마운트사
화성국제테마파크 조감도. / 사진=파라마운트사

이번 프로젝트는 신세계그룹이 단순한 유통 기업에서 벗어나 레저·관광·부동산 개발까지 아우르는 ‘종합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 외연을 넓히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테마파크 단일 수익모델의 한계를 넘어 주거·숙박·상업시설을 결합한 복합도시형 수익 구조를 구현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며 “성공 시 국내 대형 유통그룹의 개발 전략 패러다임이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 내부 유동성만으론 한계···PF·외부투자 유치 시급

사업의 최대 관건은 자금 조달 구조다. 9조5000억원이 투입되는 초대형 프로젝트지만 전액 민간 자본으로 추진되는 만큼, 안정적인 재원 확보가 사업 성패를 좌우할 전망이다.

신세계그룹은 초기 투자비를 신세계프라퍼티와 이마트 등 내부 유동성으로 충당하되 중·장기적으로는 금융권 차입이나 외부 투자자 유치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룹의 핵심 수익원인 유통 부문이 아직 구조 전환 단계에 있는 만큼 장기간 대규모 현금흐름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다.

이마트는 2025년 3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1514억원으로 전년 대비 35.5% 증가했다. 창고형 할인점 ‘트레이더스’ 매출이 1조원을 돌파하며 수익성을 끌어올린 점이 긍정적이다.

다만 별도 기준으로는 매출이 1.7%, 영업이익이 7.6% 감소하는 등 할인점 본업의 부진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단기 수익성은 개선됐지만 안정적인 장기 투자 여력을 확보하기엔 아직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연간 수천억원 단위로 자금이 투입되는 구조상 자체 유동성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이나 외부 투자자 확보가 지연되면 사업 일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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