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조7000억원 규모 역사상 최대 프로젝트
재무 상황 악화로 인한 자금 조달 변수
2007년부터 사업 추진···세 차례 무산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경기 화성에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화성국제테마파크’를 두고 회의적인 시선이 적지 않다. 수년째 투자 유치가 되지 않고 착공이 지연되는 등 수익성 확보가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마트의 실적 부진 등 그룹 전체가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4조원이 넘는 사업비 조달도 변수로 꼽힌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화성국제테마파크 사업은 리조트와 리테일, 숙박, 문화, 관광이 모두 어우러진 거대한 신도시 개발사업이다. 화성시 송산면 일원 약 4.230㎢(약 127만평) 부지에서 진행된다. 테마파크 내에는 엔터테인먼트 시설과 쇼핑몰, 호텔, 골프장, 아파트 등이 들어선다. 더 나아가 자율주행,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등 최첨단 정보기술(IT)이 접목된 스마트 시티로 거듭날 전망이다. 사업비는 4조7000억원에 달한다.
화성국제테마파크는 정용진 신세계 회장이 추진하는 역점 사업이자 그룹 역사상 가장 많은 개발비가 투입되는 대형 프로젝트다. 신세계는 2019년 ‘한국판 디즈니랜드’를 표방하면서 해당 사업에 뛰어들었다. 정 회장 역시 “신세계그룹이 가진 모든 사업 역량을 쏟아 세상에 없던 테마파크를 만들겠다”며 각별한 애정을 나타냈다. 신세계는 2020년 9월 별도법인 신세계화성을 설립하고 사업 추진을 본격화했다. 신세계화성은 신세계프라퍼티와 신세계건설이 각각 지분 90%, 10%씩 출자했다.
이번 사업은 현재 경기도에서 관광단지 지정 인허가를 진행 중이다. 연내 관광단지 지정 승인 완료 후 내년 말 경기도에 관광단지 조성 계획을 승인받아 2029년 개장이 목표다. 신세계와 화성시는 테마파크가 연간 3000만명이 방문하는 아시아 대표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1만개의 일자리 창출을 포함한 고용·생산·부가가치 유발 효과도 7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관건은 4조7000억원에 달하는 투자금이다. 2026년 착공해 2029년 개장을 목표로 하는 만큼 연간 조단위에 가까운 투자가 온전히 단일 프로젝트에 투입돼야 한다. 하지만 신세계그룹의 재무 상황은 녹록지 않다. 주된 자금 조달 창구인 이마트는 지난해 창사 이후 처음으로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신세계화성의 2대 주주인 신세계건설은 실적 악화 여파로 상장폐지를 추진 중이다.
화성국제테마파크 사업은 자금 조달 문제로 이미 실패를 세 번이나 맛봤다. 부지 소유자인 한국수자원공사는 2007년 유니버설스튜디오코리아리조트(USKR) 컨소시엄과 손잡고 한국판 유니버설스튜디오를 추진했으나 이듬해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사업이 엎어졌다. 2010년엔 롯데그룹이 뛰어들었지만 땅값 협상 등에서 문제가 생겨 2012년 무산됐다. 이후 2015년 박근혜 정부의 대선공약으로 선정됐고 롯데그룹과 대우건설, 중국자본 등이 참여해 재추진됐다. 하지만 부지 가격협상 및 조달을 둘러싼 갈등 문제로 없었던 일이 됐다.
2019년 사업자 공모에 신세계가 단독 입찰하며 개발 논의가 다시 시작됐다. 신세계는 2021년 8700억원을 들여 화성시 토지·건물을 매입했고, 올해 7월 해당 단지 공식 명칭을 ‘스타베이시티’로 결정했다. 지난 10일엔 글로벌 미디어 그룹 ‘파라마운트 글로벌’(파라마운트)과 손잡고 미국 블록버스터 ‘미션 임파서블’, ‘탑건’, ‘트랜스포머’, ‘타이타닉’ 등의 지식재산권(IP) 활용한 아시아 최대 규모 테마파크를 만들겠다면서 파라마운트사 유치를 기념하는 선포식을 성대하게 개최했다. 파라마운트의 글로벌 IP를 중심으로 오사카 유니버설스튜디오, 중국 상하이디즈니랜드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할 글로벌 테마파크를 건립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국내에서 글로벌 테마파크가 성공적으로 유치된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다. 2004년 과천 서울대공원 ‘한국판 디즈니랜드’, 2008년 인천 연수구 ‘파라마운트 테마파크’, 2014년 경남 창원 ‘20세기 폭스 테마파크’ 등은 개발 논의가 있었지만 모두 흐지부지 됐다. 2019년 주목을 받았던 강릉 마블 슈퍼히어로 테마파크 역시 여러 논란에 휩싸이며 중단된 상황이다. 국내 글로벌 테마파크는 2022년 문을 연 ‘춘천 레고랜드’가 유일하다. 2011년 유치 확정 이후 수년간 진통을 겪은 끝에 가까스로 개장에 성공했지만 2년째 적자를 기록 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금부터 준비를 하더라도 2029년 개장을 하려면 연간 조단위 자금 조달이 필요하다”며 “복합단지 내 아파트나 호텔 등을 분양해 사업지를 조달한다고 해도 감당하기 쉽지 않은 규모다”고 말했다. 이어 “당장 현금 유동성이 받쳐줘야 하는데 신세계그룹 재무 상황이 불안한 상황에서 초대형 사업이 제대로 진행될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