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홍 사직 후 동아 R&D 진두지휘···주력 분야는 당뇨·비만
DA-1726, 체중 감량 효과 입증···추가 1상 데이터 연말 발표
DA-1241, 미국서 임상 2a상 결과 공개···김 본부장 역할 주목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최근 상위권 제약사의 연구개발(R&D) 고위직에 공석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R&D 총괄 박재홍 사장이 물러난 동아에스티의 김미경 연구본부장이 주목받고 있다. 김 본부장이 총괄하는 비만 치료제가 최근 체중 감량 효과를 입증함에 따라 향후 어떤 성과를 내놓을지 그의 역할에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R&D 총괄 박재홍 사장이 지난달 사직한 동아에스티는 후임 사장 인선 여부를 결정하지 않은 상태로 파악된다. 박 사장이 그동안 맡아왔던 동아쏘시오그룹 R&D 최고책임자(CTO)는 성무제 에스티팜 대표가 임명됐다. 이에 R&D 주도권을 놓고 그룹 내 역학관계도 주목받는 상황이다. 복수의 업계 소식통에 따르면 동아쏘시오그룹 CTO가 동아에스티에서 에스티팜으로 옮겨진 것은 R&D 주도권의 일부 이동으로 풀이된다. 이에 그룹 내 전문의약품 핵심 계열사인 동아에스티는 주도권을 회복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사장 인선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이같은 상황에서 동아에스티 R&D 책임과 권한은 자연스럽게 김미경 연구본부장으로 이동하는 분위기로 알려졌다. 동아 임원 구조도 이같은 흐름과 관련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동아 고위직에서 김 본부장보다 높은 직급은 오너인 강정석 회장과 전문경영인 정재훈 대표 등 극소수로 파악된다. 지난해 하반기 소순종 전무 등 동아에스티 임원들이 대거 퇴사한 여파로 분석된다. 때마침 동아에스티 R&D의 두 축인 비만 치료제와 MASH(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염) 치료제가 미국에서 임상 결과를 발표했거나 발표를 앞두고 있어 김 본부장 주목도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우선 1973년생인 김 본부장은 이화여대에서 약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은 뒤 1998년 동아에스티 전신인 동아제약 연구소에 입사한 후 27년간 그룹에서 활동해왔던 인물이다. 2013년부터 동아에스티에서 당뇨과제 PJ team leader, 연구본부 의약생물연구2실장, 신약연구소 면역질환연구실장으로 근무한 후 2023년 12월 연구본부장으로 발탁됐다. 그가 이끄는 연구본부는 합성연구실과 질환연구실, 중개연구실, 제품개발연구실, 그리고 바이오부문의 바이오신약연구실, 바이오공정연구실 등 6개 실과 3개 팀으로 구성된 조직이다. 현재 206명의 연구개발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김 본부장 주력 연구분야는 당뇨병, 비만, 비알코올성지방간질환, 골다공증 등 만성 내분비, 대사질환 등으로 파악된다. 특히 그는 2016년 국내개발신약 26호인 동아에스티의 당뇨 치료제 ‘슈가논’ 출시 주역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동아에스티가 올인하고 있는 비만 치료제에 김 상무도 전력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이다. 동아와 관계사 메타비아는 최근 개최된 미국비만학회에서 비만 치료 신약후보물질 ‘DA-1726’ 글로벌 임상 1상 및 신규 전임상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DA-1726은 옥신토모듈린 유사체 계열 비만 치료제로 개발 중인 물질이다.

GLP-1 수용체와 Glucagon 수용체에 동시 작용, 식욕 억제와 인슐린 분비 촉진 및 말초에서 기초대사량을 증가시켜 체중 감소와 혈당 조절을 유도한다. 연구 결과 DA-1726 투여군은 투약 26일 만에 최대 6.3%(6.8kg), 평균 4.3%(4.0kg) 체중이 감소했다. 김 본부장이 일종의 성과를 거둔 셈이다. DA-1726의 추가 임상 1상을 진행 중인 동아에스티는 연말 데이터를 발표할 예정이다. 김 본부장 입장에서는 또 다른 시험대를 앞두고 있는 셈이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동아와 김 본부장이 공을 들이고 있는 또 다른 프로젝트는 MASH 및 제2형 당뇨병 치료제 ‘DA-1241’로 현재 글로벌 임상 2a상을 완료한 상태다. 메타비아는 7일(현지시간)부터 11일까지 미국 워싱턴DC에서 개최되는 미국간학회 연례학술대회에서 DA-1241의 임상 2a상 데이터를 발표할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구체적으로 DA-1241의 간 염증 및 대사 개선을 통한 간 보호 효과 입증 여부를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DA-1241은 전임상 단계에서 지방간염과 제2형 당뇨병 동물모델에서 간 지방증, 염증, 섬유화를 감소시키고 혈당 조절을 개선하는 효과를 보였다. 임상 1a상, 1b상, 2a상 시험에서는 건강한 지원자와 제2형 당뇨병 환자 모두에서 내약성을 확인했다. 임상 2a상에서는 혈당 강하 효과와 함께 간에 직접 작용을 나타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동아에스티와 관계사 메타비아 업무를 매끄럽게 연결시키는 것도 김 본부장 역할로 분석된다. DA-1726과 DA-1241 등 핵심 물질의 경우 동아는 전임상 연구를 국내에서 진행하고 미국에 소재한 메타비아는 임상 1상 이후부터 담당하는 체계를 운영한다. 메타비아 직책도 갖고 있는 김 본부장은 국내에 있으면서 미국 임상 상황을 파악하는 등 숨돌릴 틈 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동아를 포함한 국내 상위권 제약사들이 비만 치료제 개발에 주력하고 있어 총괄 책임자 역할이 중요한 상황”이라며 “DA-1726 추가 1상에선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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