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요청 하루 만에 발표···한화 美필리조선소서 건조 추진
“한·미 군사 동맹 어느 때보다 강력”···중국 견제 포석 깔린 듯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 다음날인 30일(한국 시간)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공식 승인했다고 밝혔다.
현재 방한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한·미 군사동맹은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며 “그에 기반해 한국이 구식 디젤 잠수함 대신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도록 승인(approval)했다”고 말했다.
핵추진 잠수함 건조는 기술 이전과 연료 공급 등 미국의 협조가 필요한 사안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승인’ 발언은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또는 보완을 전제로 한 의사 표시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한국은 필라델피아의 훌륭한 미국 조선소에서 잠수함을 건조할 것”이라며 “미국 조선업은 곧 대대적인 부활(Big Comeback)을 맞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조선소는 지난해 12월 한화그룹이 인수한 필리조선소(Philly Shipyard)다. 필리조선소는 한국과 미국의 조선협력의 상징으로 떠올랐는데, 한화는 지난 8월 미국 조선산업 재건 프로젝트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의 일환으로 50억달러(약 7조원)를 추가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핵추진 잠수함은 사실상 무한대 동력 공급이 가능한 핵연료를 사용해 잠항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 해군 군사력을 대폭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 군의 숙원사업으로 꼽혔으나, 지정학적인 민감도 탓에 미국으로부터 번번이 제안이 거절됐다.
이번 승인 발표는 전날 이재명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에서 “핵추진 잠수함 연료 공급 결단을 내려달라”고 요청한 지 하루 만에 나왔다. 이 대통령은 “디젤 잠수함은 잠항 능력이 떨어져 북한·중국 잠수함 추적에 한계가 있다”며 “핵연료 공급이 허용되면 우리 기술로 재래식 무장 잠수함을 여러 척 건조해 한반도 방어에 기여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동안 꿈쩍않던 미국이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것은 중국이 최근 필리조선소를 포함한 한화오션 미국 자회사 5곳을 자국 제재 명단에 올린 상황에서, 중국 견제 의지를 드러낸 조치로 풀이된다.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은 한국이 사실상 오커스급 파트너로 격상되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은 앞서 바이든 행정부 시절 호주·영국과 함께 ‘오커스(AUKUS)’ 협의체를 출범시켜 호주에 핵추진 잠수함을 제공했지만, 한국에는 협력 문호를 열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결정이 “한·미 동맹의 위상 강화이자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한국 역할 확대를 기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협상 관련 언급도 내놨다. 그는 “한국은 미국이 부과하던 관세를 인하받는 대신 3500억달러(약 500조원)를 지불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전에 강조했던 ‘선불(up front)’ 표현은 이번에는 사용하지 않았다.
그는 “한국은 미국산 석유·가스를 대량 구매하고, 부유한 기업들이 6000억달러 이상을 미국에 투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번 협상에서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금 중 2000억달러는 현금 직접 투자, 나머지 1500억달러는 조선업 협력 및 보증 방식으로 이행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