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큰 변동성 이어질 듯···공포지수도 오름폭 지속
중국 수출통제, 트럼프 추가 관세 등 우려 심화 영향
[시사저널e=고명훈 기자] 코스피 변동성이 4년여만에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한국형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도 가파른 오름폭을 나타내고 있다.
코스피의 경우 사상 처음으로 3700선을 넘어서고, 한때 3800선까지 근접하는 등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국내외 변수에 대한 민감성도 커지면서 증시 변동성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중 무역 갈등의 재점화와 한·미 관세 협상 관련 우려가 심화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19일 금융투자업계와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 등에 따르면 이날 기준으로 코스피의 10월(1∼17일) 일평균 일중 변동률은 1.81%로 집계됐다. 이는 월별 기준으로 볼 때 지난 2021년 2월(2.03%) 이후 4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일중 변동률은 당일 지수의 고가와 저가의 차이를 고가와 저가의 평균값으로 나눈 비율이다. 해당일 고가와 저가의 평균값에 비해 지수 변동폭이 얼마나 컸는지를 보여주는 값으로, 지수의 장중 등락 범위가 넓을수록 해당 수치는 높게 나타난다.
일별 코스피 일중 변동률은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전반적으로 1.00% 미만에 머무는 날이 많았다. 이달 2일 1.52%로 껑충 뛰어오른 것을 시작으로 상승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일중 최고가와 최저가 간 격차가 111.25포인트에 이르렀던 이달 14일에는 일중 변동률이 3.10%까지 치솟아 작년 8월 7일(3.29%) 이후 최고치를 찍은 바 있다. 이후에도 2% 안팎의 일중 변동률을 유지 중이다.
VKOSPI도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향후 코스피 방향에 대한 시장 참여자들의 전망이 상승과 하락으로 엇갈리고 있는 셈이다. VKOSPI는 옵션 가격에 반영된 향후 시장의 기대 변동성을 측정하는 지수로, 주로 코스피가 급락할 때 오르는 특성이 있지만, 상승장에서 투자자들이 갖는 불안심리와 주식시장의 불확실성이 클 때도 상승하는 경우가 있다.
지난 17일 기준 VKOSPI는 전일 대비 15.69% 급등한 34.58로 집계됐다. 지난달 말(20.62) 대비 67.7% 오른 수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가 전 세계 증시를 뒤흔들었던 지난 4월 8일(37.83) 이후 최고치에 달한다.
이처럼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큰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우선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를 계기로 촉발된 미·중 무역 갈등이 이달말 경주에서 개막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까지 지속해서 시장에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다.
중국 상무부는 앞서 지난 9일 희토류 수출통제 강화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중국산 희토류 또는 중국 기술로 만든 영구자석, 반도체 장비 등을 제3국으로 수출하거나 제3국에서 수입하는 경우 중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단 내용이 주 골자다. 중국은 이같은 조치를 오는 12월 1일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1월 1일부터 미국으로 들어오는 중국산 제품에 10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며 맞대응에 나섰다.
다만, 이달 말 국내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양국 정상 간 회동이 예고되면서 업계에선 이번 추가 관세 및 수출통제로 고조된 무역 갈등 상황이 다소 해소될 수 있을지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회담 중 취재진의 질문에 “11월 1일부터 내가 원한다면 지금 받는 것에 더해 10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대중국 관세는 약 157%가 될 것이고 중국은 그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래서 그들은 대화를 원하고, 우리는 대화하고 있다. 양측 모두에게 좋은 합의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