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 ETF, 이달 들어 수익률 하위권 대거 포진
대장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황제주에서 내려와
대형 수주 나올 경우 상황 반전될 가능성도 제기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올해 증시를 이끌던 방산업종이 이달 들어 주춤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와 추가 모멘텀 부재, 반도체 쏠림 현상 등이 약세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다만 ‘글로벌 재무장 시대’에 접어들며 구조적인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반등 여지는 남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7일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KODEX K방산TOP10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는 이달 들어 19.88% 떨어졌다. 이는 전체 1028개 ETF 중에서 가장 저조한 성과다. 레버리지 상품이 아닌 ‘KODEX K방산TOP10’ ETF도 10.51% 하락을 기록했다. 이는 레버리지와 인버스 상품을 제외한 ETF 중에서 수익률 하위 2위에 해당한다.
다른 방산 ETF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TIGER K방산&우주’와 ‘ACE 유럽방산TOP10’ ETF는 각각 9.97%, 9.44% 내렸고, ‘SOL K방산’과 ‘PLUS K방산’ ETF도 마이너스(-) 8%대 등락률을 보였다. 같은 기간 전체 ETF의 평균 상승률이 3.66%, 코스피가 9.45% 상승한 것을 감안하면 두드러진 모습이다.
방산 ETF는 지난 3분기만 하더라도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 ‘SOL K방산’ ETF의 경우 이 기간 18.15% 수익률을 기록, 코스피 상승률(11.49%)을 넘어섰다. 방산 업종에 대한 기대감 속에 KODEX K방산TOP10레버리지와 KODEX K방산TOP10, ‘PLUS K방산레버리지’, ‘PLUS K방산소부장’, ‘ACE 유럽방산TOP10’, ‘HANARO 유럽방산’ 등 상품이 대거 출시되기도 했다.
방산 대표주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주가 추이에도 방산업종 투자자들의 근심이 엿보인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는 지난달 말만 하더라도 112만원을 넘겨 이른바 ‘황제주’로 군림했다. 그러나 이달 들어 내리막길을 걸으며 전날 종가 기준 93만6000원까지 하락, 황제주 자리에서 내려왔다.
방산업종이 이 같은 흐름을 보이는 배경에는 우선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가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동의 긴장을 높였던 가자지구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주도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이 휴전에 접어들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소통에 적극 나서면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기대도 커진 상태다.
추가적인 모멘텀이 부재한 점도 방산업종에 대한 투자심리를 식게 만든 요인으로 지목된다. 그동안 방산 기업들의 연이은 수주가 시장의 시선을 끌며 가파른 주가 상승을 이끌었지만, 최근 들어 분위기는 다소 잠잠하다. 이미 투자자들의 기대치가 높아진 상황을 고려하면, 주가가 다시 상승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대형 호재나 새로운 촉매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도체 대형주 위주의 장세도 방산주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반도체가 시장 주도주가 되면서 그동안 많이 올랐던 방산주를 매도하고 이를 따라가려는 수급 흐름이 나왔다는 지적이다. 반도체로 수급이 이동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지만,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경우 외국인과 기관이 이달 들어서 각각 3146억원, 1359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다만 상황은 언제든지 반전될 수 있다는 것이 증권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유진투자증권은 지난 13일 보고서를 통해 “강력한 한방을 기다리는 중”이라며”사우디향 ‘G to G’(정부 대 정부) 마케팅이 강화되면서 수주 가능성에 주목해야 하고 미국 자주포 사업과 MCS(추진장약) 사업, 유럽 선진국 대상으로는 천무와 MCS 수주 기대가 있다”라고 밝혔다.
한 투자업계 전문가는 “각자도생의 시대로 접어들면서 전 세계적으로 구조적인 방위비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며 “이는 국내 방산기업들에게 분명한 기회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만 그동안 가파른 주가 상승으로 차익 실현 욕구가 높아진 상황에서 시장의 시선을 끌 만한 대형 호재가 부재한 만큼 리스크 관리에도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