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KGM 등 개발 착수, 2027년 출시 예정
주유하면 엔진이 배터리 충전, 충전 편의·속도 ↑
개발·생산 비용 절감도 가능···소비자들 구매의향 보여

김창환 현대자동차 전동화에너지솔루션담당 부사장이 지난달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개최된 현대자동차 2025 CEO 인베스터 데이에 참석해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 개발, 출시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유튜브 공식 계정 캡처
김창환 현대자동차 전동화에너지솔루션담당 부사장이 지난달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개최된 현대자동차 2025 CEO 인베스터 데이에 참석해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 개발, 출시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유튜브 공식 계정 캡처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가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배터리 전기차(BEV) 대안으로 부상했다. EREV는 차량 구동에 개입하지 않고 고전압 배터리를 충전하기 위해서만 작동하는 엔진을 갖춘 차종이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EREV로 충전 불안, 짧은 주행거리 등 배터리 전기차의 약점을 보완하고 친환경차 판매 실적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적극 개발, 출시하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그룹, KG모빌리티, 폭스바겐그룹, 리 오토 등 자동차 제조사들이 EREV 출시를 앞두고 있거나 현재 판매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내년 말 북미와 중국에서 중형(D-세그먼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속하는 EREV를 현대차, 제네시스 브랜드별 첫 모델로 양산 개시할 계획이다. 중국에선 준중형급 EREV도 판매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EREV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배터리 용량은 동급 배터리 전기차 대비 30% 가량 축소할 계획이다. 엔진이 구동력을 보태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와 동등한 수준의 가격대를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동시에 1회 주행가능거리를 900㎞까지 달성해 상품성도 갖춘단 전략이다.

KG모빌리티도 전동화 라인업 확장 전략의 일환으로 EREV를 선보일 계획이다. 앞서 출시한 신차를 통해 입증한 하이브리드차 기술력을 기반으로, 배터리 용량을 확대하는 등 연구개발 과정을 거쳐 EREV를 내놓을 예정이다. 출시 시점은 시장 상황을 고려해 추후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폭스바겐그룹도 2027년 SUV, 픽업트럭 형태의 EREV 출시를 추진 중이다. 이밖에 스텔란티스 그룹, 포드 등 글로벌 업체들이 EREV를 개발하고 있다.

중국은 EREV의 친환경성과 보급 확대 가능성을 고려해 글로벌 시장에서 선제적으로 EREV 시장을 열었다. 중국승용차협회(CPCA)에 따르면 작년 중국 내 EREV 판매량은 전년 대비 79%나 증가한 120만대로 집계됐다. 리 오토(Li Auto), 세레스(Seres) 등 현지 업체들이 EREV 시장을 견인하고 있다. 미국 제너럴 모터스(GM)도 오는 20일(현지시간) 중국에서 산하 브랜드 엘렉트라(Electra)의 중대형 EREV 세단 L7을 출고 개시할 예정이다.

중국 자동차 스타트업 리 오토의 인기 EREV 모델 L6. / 사진=리 오토 공식 홈페이지 캡처
중국 자동차 스타트업 리 오토의 인기 EREV 모델 L6. / 사진=리 오토 공식 홈페이지 캡처

◇ 국내 하이브리드차 잠재고객 58% “EREV 구매 의사 있다”

EREV는 배터리 전기차의 각종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차종으로 평가받는다. EREV의 고전압 배터리는 충전기뿐 아니라, 휘발유를 주유해 엔진을 발전기 삼아 작동시켜 충전할 수 있다. 전기차보다 충전 장소(주유소)를 찾기 쉽고, 배터리 충전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는 셈이다.

또한 EREV는 전기차보다 고전압 배터리 용량을 낮춰도 순수 전기차보다 더 긴 주행 거리를 달성할 수 있다. 전력(電力)만으로 운행하기 때문에 기존 하이브리드차보다 개발, 생산 비용을 더 낮출 수 있다.

국내 소비자들도 현대차그룹을 시작으로 국내 출시될 EREV의 상품성과 가격 등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컨슈머 인사이트가 지난달 13~18일 엿새간 국내 소비자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당시 하이브리드차 구입 의향이 있는 소비자 중 58%가 EREV를 구입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배터리 전기차 구입 의향이 있는 소비자 중 EREV를 구매할 의사가 있단 응답 비중 38%보다 높았다. 소비자들이 긴 충전 시간과 차량 안정성 등에 대한 우려 때문에 배터리 전기차 대신 하이브리드차를 선호하는 가운데, EREV가 또 다른 선택지로 주목 받는 것으로 해석된다.

컨슈머 인사이트는 “하이브리드 구입 의향자가 배터리 전기차 구입 의향자보다 EREV 구입 의사가 더 큰 점은 하이브리드차 수요를 EREV가 대체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며 “EREV는 하이브리드 선호 고객층에게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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