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부사장, 65세 맞아 퇴임···석태수 전 부회장도 ‘용퇴’
업계선 “조 회장, 직급·연령 불문 유능하면 신임” 관측도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이준구 대한항공 법무 및 사회공헌 부문 부사장이 지난 6월 30일 퇴임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수년간 자리에서 물러난 대한항공 고위 임원들은 65세를 넘기지 못하고 직을 내려놓은 것으로 파악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이준구 부사장은 작년 2월 승진 임명된 후 1년 4개월 만에 퇴임했다. 미등기 임원으로서, 임기 만료일은 정해지지 않았다.
이준구 부사장 퇴임으로 대한항공 부사장 인원은 8명에서 7명으로 줄었다. 이 전 부사장은 1960년 7월생으로 올해 65세다. 2022년 4월 대한항공 법무총괄(전무)을 맡았다.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 심사 과정에서 법률 이슈를 맡아 경쟁당국별 승인을 얻는데 기여한 점을 인정받았단 평가다. 그는 앞서 한진칼 법무담당, 대한항공 경영지원팀장을 맡는 등 한진그룹 외길을 걸어왔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이 전 부사장 퇴임 이유에 대해 “일신상의 사유”라고 설명했다.
이 전 부사장에 앞서 최근 수년간 물러난 대한항공 부사장급 이상 고위 임원들 모두 65세를 넘기지 못했다. 1960년 6월생인 이수근 한국공항 대표이사(사장)도 63세였던 2023년 2월 대한항공 안전보건 총괄 겸 Operation 부문 부사장(CSO)을 맡다 승진 선임됐다. 임기 종료 예정 시점은 내년 3월이다.
1959년 9월생인 이승범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63세였던 2022년 고객 서비스 부문 부사장 겸 기내식 기판 사업 본부장에서 한국공항 사장으로 승진했다. 64세였던 이듬해 이수근 사장에게 자리를 넘겨주고 사임했다.
우기홍 대한항공 부회장의 전임자인 석태수 전 부회장은 1955년생 11월생으로, 65세를 목전에 둔 2019년 11월 정기 인사 기간에 용퇴했다. 석 전 부회장에 이어 5년만인 작년 말 공석을 채운 우기홍 부회장은 1962년 12월생으로 현재 62세다.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은 지난 2019년 취임 후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방안의 일환으로 리더십을 꾸준히 재편해왔다.
◇ 조 회장, 취임 후 부사장 2배 늘려 책임경영 주문
다만 업계에선 조 회장이 직급, 연령에 상관없이 능력만 보고 업무를 맡기는 용인술을 펼치고 있단 평가가 나온다. 조 회장 취임 후 대한항공에서 퇴임, 이직한 고위 임원들은 일신상 사유, 인적 쇄신, 세대 교체 등 다양한 이유로 이뤄진 인사일 것이란 관측이다.
1976년 1월생으로 올해 49세인 조 회장은 43세에 취임한 후, 급변하는 글로벌 항공 시장 내 한국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아시아나항공 기업통합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사업 부문별 부사장에게 전문 경영을 맡기는 용인술을 펼쳤다.
조 회장은 2019년 말 4인이던 부사장단을 작년 말까지 2배 많은 8인으로 확대했다. 현재 사내이사 3인, 사외이사 6인으로 구성된 대한항공 이사회는 매 회의에 분야별 임원을 배석시켜 직접 안건을 발표하도록 해 이사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뛰어난 통솔력을 발휘하고 성과를 창출하는 인재는 계속 옆에 두고 책임 경영을 주문했다. 5년여 전 부사장 4인 중 하은용 재무부문 부사장(CFO)과 장성현 마케팅·정보기술(IT) 및 객실·서비스 부문 부사장(CMO)은 현재까지 조 회장을 보좌하고 있다. 하은용 부사장은 1961년 9월생으로 현재 63세고, 장성현 부사장은 1969년 5월생으로 56세다.
조 회장은 부친인 고(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과 마찬가지로 사장, 부회장직을 신중하게 임명하고 상황에 따라 공석으로 뒀다. 우기홍 부회장이 5년 만에 공석을 채운 것도 같은 기조에서 이뤄진 결단으로 해석된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완전 통합 전후로 경영 안정화를 위해 능력과 리더십을 갖춘 고위 경영진에게 분야별 경영을 맡기는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휘영 인하공업전문대 항공경영학과 교수는 “조원태 회장이 직급, 연령에 제한없이 능력있고 성과를 잘 관리한 임원들을 꾸준히 신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임원들은 조 회장의 경영 기조 아래 안정적으로 각자 직무에 매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