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시장 확대 속 자산운용사 상품 출시 전략도 다양화
투자자 수요 충족하기 위해 혁신적인 상품도 다수 출시
상품 차별화 전략, 시장 점유율 확대로 이어질지 주목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ETF(상장지수펀드) 시장의 성장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파이를 넓히기 위한 자산운용사들의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기존에 없던 콘셉트의 ETF를 앞세워 시장을 선점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어떤 자산운용사가 차별화된 아이디어로 ETF 시장 공략에 성공할지 이목이 쏠린다.

8일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전날 기준 1005개 ETF의 순자산총액은 225조4574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말 935개 ETF의 순자산총액 173조5638억원 대비 30% 가까이 성장한 것이다. 불과 3년 전 80조원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ETF 시장이 여전히 기회의 땅으로 여겨지면서 자산운용사들의 경쟁도 식을 줄 모르고 있다. 특히 기존의 틀을 벗어난 새로운 아이디어로 ETF를 출시하거나, 그동안 상품화되지 않았던 섹터를 발굴해 차별화를 시도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들은 주로 ‘세계 최초’ 타이틀과 함께 투자자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최근 시장 변동성에 따라 전략을 유연하게 조절하는 ‘조건부 커버드콜 ETF’를 세계 최초로 출시하며 주목받고 있다. 오는 12일 상장 예정인 ‘KODEX 미국S&P500변동성확대시커버드콜’ ETF는 S&P500 지수를 기본으로 추종하면서, 변동성지수(VIX)가 일정 수준 이상 오르고 VIX 선물시장에서 백워데이션(선물시장 가격이 현물보다 낮은 현상)이 발생할 경우에만 콜옵션을 매도해 프리미엄을 수취하는 구조다.

시장 변동성이 낮을 때는 옵션 전략을 쓰지 않고 단순히 S&P500 지수만 따라가는 것이 특징이다. 정재욱 삼성자산운용 ETF운용3팀장은 전날 웹세미나에서 “올해 미국의 정책 불확실성이 커지며 투자자들이 시장 참여 여부를 두고 고민하고 있다”며 “이 ETF는 스위치를 켜고 끄듯, 상황에 따라 커버드콜 전략을 온·오프 방식으로 운용할 수 있는 점이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시장 점유율 확대에 힘쓰고 있는 키움투자자산운용도 옵션 전략을 활용한 새로운 개념의 ETF를 선보였다. 지난달 22일 상장한 ‘KIWOOM 미국테크100 월간목표헤지액티브’ ETF는 세계 최초로 ‘프로텍티브 풋’ 전략을 미국테크100지수 기반 ETF에 접목한 상품이다. 

이 ETF는 커버드콜 전략의 한계를 보완해 상승장과 하락장 모두에 대응력을 높였다는 점이 강점으로, 나스닥100 ETF와 단기국채 ETF를 혼합해 운용한다. 필요시 지수선물로 자산 비중을 조정한다. 키움운용은 이번 ETF가 손실 방어와 수익 참여의 균형을 추구하는 전략형 상품으로 개인도 헤지펀드 수준의 위험 관리를 경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나자산운용도 존재감을 높이는 방편으로 세계 최초 타이틀을 내밀었다. 하나자산운용은 지난달 말 미국 메디컬 AI(인공지능) 대표 기업에 투자하는 ‘1Q 미국메디컬 AI’ ETF를 전 세계 최초로 상장했다. 이 ETF는 AI 기반 정밀의료, 신약 개발, 로봇수술 등 폭발적 성장이 기대되는 메디컬AI 산업에 주목하며 템퍼스AI, 리커전 파마슈티컬스, 인튜이티브 서지컬 등 관련 종목에 분산 투자한다.

이 밖에 삼성자산운용은 지난 5월 세계 첫 차이나 휴머노이드 로봇 테마형 ETF인 ‘KODEX 차이나휴머노이드로봇’ ETF를 출시했고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 3월 S&P500를 활용하는 세계 최초 패시브형 TDF(타깃데이트펀드) ETF인 ‘TIGER TDF2045’ ETF를 내놓으며 시장의 시선을 끌기도 했다.

다만 ‘세계 최초’ 타이틀이 곧바로 성공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운용사들의 희비는 갈릴 전망이다. 혁신적인 콘셉트가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 수는 있지만, 실제 자금 유입과 장기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상품 자체의 매력과 전략의 유효성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이는 그만큼 국내 ETF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는 방증이지만 ‘세계 최초’라는 수식이 통할 수 있을지는 결국 투자자에게 얼마나 매력적인 상품으로 다가갈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라고 밝혔다.

표=김은실 디자이너.
표=김은실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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