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E 글로벌메타버스테크액티브, 내달 18일 상폐 예정
2022년 상반기 11개였던 메타버스 ETF 이제 4개로
테마 ETF 한계 평가···다른 상폐 퇴마 나올지 주목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코로나19 팬데믹(대확산) 시기에 수혜주로 각광받았던 메타버스(Metaverse) ETF(상장지수펀드)가 연이어 상장폐지되고 있다. 한때 뜨거웠던 투자 열기가 식으면서 자금이 빠져나간 결과다.
유행에 편승한 테마형 ETF의 한계로, 다음 퇴출 테마는 무엇이 될지 주목된다.
17일 한국거래소 기업공시시스템(KIND)에 따르면 ‘ACE 글로벌메타버스테크액티브’ ETF는 내달 18일 상장폐지될 예정이다. 운용사인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신탁원본액이 감소한 소규모 ETF에 대해 상장폐지를 요청한 데 따른 결과다. 내달 14일 매매가 정지되며 해지 상환금은 같은 달 19일 지급된다.
이 ETF는 메타버스 테마에 속하는 상품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메타버스는 가공·추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현실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다. 비대면이 일상이었던 코로나19 시기 메타버스는 3차원 네트워크 시대의 핵심 기술로 꼽히며 대세 테마로 군림했다. 이 ETF 역시 이 흐름을 타고 2021년 12월에 출시됐었다.
그러나 메타버스 테마는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 이후 시장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실질적인 실적을 만들어낸 기업이 드물었던 데다가 대면 사회로의 복귀로 인해 다른 테마들이 주목받았던 영향이 컸다. 특히 2022년 말 오픈AI가 공개한 생성형 AI(인공지능) ‘챗GPT’로 인해 시장은 AI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메타버스가 투자자들에게 잊히면서 자연스레 관련 ETF의 규모도 축소됐다. 그러다 올해 연이어 상장폐지로 이어진 것이다. 실제 2022년 상반기 말 11개였던 메타버스 ETF는 내달 18일이면 4개로 남게 된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7개 중 3곳은 ETF명에 메타버스를 빼고 다른 이름을 넣는 새 단장을 단행했다.
이는 테마형 ETF의 태생적인 한계로 평가된다. 테마형 ETF는 특정 시점에 집중적인 관심을 받으며 자금이 유입되지만 시장 관심이 식어 자산이 유출되면 존속 자체가 어려워지게 된다. 일각에선 시장 유행에 편승한 상품 출시에 따른 결과라는 비판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투자자 입장에선 ETF의 상장폐지가 큰 타격을 주진 않는다. 유동성공급자(LP)가 제시하는 호가로 매도할 수 있는 시기가 주어지는 데다, 상장폐지까지 들고 있다고 하더라도 순자산가치에서 운용보수 등의 비용을 차감한 해지상환금이 지급되기 때문이다. 다만 상장폐지 시점의 순자산가치에 따라 예상보다 적은 금액을 회수할 수 있으며, 투자자는 기회비용 발생과 새로운 상품으로 갈아타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긴다.
업계에서는 메타버스 외에도 상장폐지 위험에 처한 테마형 ETF가 다수 존재한다고 보고 있다.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순자산총액이 50억원 미만인 ETF는 50개가 넘는다. 이에 따라 테마형 ETF에 투자할 때는 수익률뿐 아니라 순자산 규모와 거래량 등 유동성 지표를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테마의 특성상 사이클이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메타버스 테마 역시 다시금 시장의 조명이 받는 날이 올 수 있다. 이 경우 살아남은 ETF들이 빛을 볼 수도 있다”면서도 “ETF 상장폐지로 인해 투자자 입장에서는 매매 불편이 발생할 수 있고, 중장기 투자 전략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는 만큼 장기간 존속 가능한 ETF를 선별해 투자하는 신중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