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티에르 vs 르엘’ 하이엔드 브랜드 정면승부
삼성 빠진 2파전 유력···강남권 입지 놓고 총력전
개포지구 초고층 재건축, 브랜드 위상 가를 분기점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도곡동 알짜 재건축 단지로 꼽히는 개포우성4차에서 포스코이앤씨와 롯데건설이 맞대결을 앞두고 있다.
포스코이앤씨는 하이엔드 브랜드 ‘오티에르’를 앞세워 강남 핵심 입지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롯데건설은 도곡·대치·청담으로 이어지는 ‘르엘 벨트’를 만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전망이다. 업계는 이번 수주전이 강남권에서 양사의 브랜드 경쟁력을 가늠할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 도곡동 알짜 사업지···삼성 빠지고 포스코·롯데 양강 구도
2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개포우성4차 재건축 조합은 내일(25일) 시공사 선정을 위한 현장설명회를 개최한다. 앞서 지난 17일 입찰 공고를 내고 시공사 선정 절차에 착수했다. 오는 9월 9일 입찰을 마감하고 10월 25일 합동설명회를 거쳐 11월 1일 총회에서 시공사를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4월 21일부터 6월 24일까지 약 6주간 운영된 사전 홍보부스에는 삼성물산, 포스코이앤씨, 롯데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등 4개사가 참여하며 치열한 전초전을 벌였다.
개포우성4차는 서울 강남구 도곡동 465번지 일대에 1985년 준공된 단지로 8개 동, 459가구 규모다. 개포지구 내에서도 중대형 위주로 구성된 고급 단지로 꼽힌다. 재건축을 통해 지하 4층~지상 49층, 1080가구 규모 초고층 단지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공사비는 6498억원으로 3.3㎡당 920만원 수준이다.
눈에 띄는 점은 입지와 사업성이다. 서울 지하철 3호선 매봉역과 양재천 사이에 위치했다. 고급 주상복합인 타워팰리스 건너편 블록으로 사교육의 메카 대치동과 가깝다. 용적률 149%에 평균 대지지분이 100.35㎡로 사업성이 높다는 평가다. 여기에 모든 가구가 양재천 조망이 가능해 도곡동 내에선 알짜 아파트로 불린다.
업계는 이번 수주전이 포스코이앤씨와 롯데건설 간 2파전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관심을 보였던 삼성물산의 불참이 예상되면서다. 삼성물산은 인근 ‘개포우성7차’ 사업에 전력을 투입 중이다. 개포우성7차 시공사 선정 총회 일정(8월 23일)과 개포우성4차 입찰 마감일(9월 9일)이 불과 2주 차이라는 점에서 두 사업을 동시에 준비하고 수주까지 이어가기엔 물리적 부담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 포스코이앤씨, 하반기 핵심 사업지로 낙점···‘오티에르’ 앞세워
포스코이앤씨는 하반기 핵심 사업지로 개포우성4차를 지목하며 적극적인 입찰 의지를 보이고 있다. 앞서 상반기에는 이수 극동·우성2·3단지 리모델링(1조9796억원)을 시작으로 성남 은행주공 재건축(1조2972억원), 구리 수택동 재개발(8421억원), 방배15구역 재건축(7553억원) 등 굵직한 사업을 따내며 공격적인 수주활동을 펼쳤다. 지난 16일에는 폭우에도 불구하고 개포우성4차 현장을 직접 답사하며 조합원들에게 눈도장을 찍기도 했다.
특히 이번 수주전은 하이엔드 브랜드 ‘오티에르’의 시장 경쟁력을 가늠할 중요한 분기점이기도 하다. 포스코이앤씨는 최근 재건축·재개발 수주 과정에서 오티에르 브랜드를 핵심 전략으로 활용하고 있다. 강남권 프리미엄 입지로 평가받는 개포우성4차는 하이엔드 브랜드의 가치를 효과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최적의 무대로 여겨진다.
회사는 이미 신반포21차, 성수 장미, 방배신동아 등 주요 재건축 단지에 오티에르 적용 계획을 발표한 상태다. 이번 수주에 성공할 경우 도곡동 중심부에서 브랜드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킬 수 있다. 개포우성4차 수주 성공 여부가 향후 오티에르 브랜드의 시장 확산과 인지도 제고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 롯데건설, 도곡·대치·청담 잇는 ‘르엘 벨트’ 구상
롯데건설 역시 하이엔드 브랜드 ‘르엘’을 전면에 내세워 개포우성4차 수주전에 본격 돌입했다. 올 상반기 신용산역 북측 제1구역(3522억원)과 송파 가락1차 현대아파트 재건축(4167억원) 수주에 성공하며 도심권·강남권 모두에서 정비사업 실적을 확대해 왔다. 이번 사업을 통해 고급 주거 브랜드 입지를 한층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롯데건설은 이미 공격적인 브랜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개포우성4차 조합에 ‘르엘 도곡’이라는 단지명을 제안하고, 매봉역 인근과 주요 보행로에 옥외광고를 설치했다.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올리고 조합원들에게 프리미엄 이미지를 각인시키기 위한 전략적 행보로 풀이된다.
특히 개포우성4차는 도곡·대치·청담을 잇는 ‘르엘 벨트’의 핵심 연결축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청담르엘과 잠실르엘 등 이미 강남권에서 준공 실적을 쌓아온 만큼 이번 수주에 성공할 경우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굳힐 수 있다는 평가다.
업계에선 이번 수주전이 각 건설사의 하이엔드 경쟁력을 입증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포스코이앤씨의 경우 방배15구역은 단독 입찰로, 성남 은행주공은 상대적으로 체급이 작은 건설사와의 경쟁이었다. HDC현대산업개발과 맞붙은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에선 오티에르를 앞세웠지만 고배를 마셨다. 롯데건설 역시 신용산역 북측 제1구역과 송파 가락1차 재건축에서 경쟁 없이 수주에 성공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그동안 경쟁입찰이 성사되지 않거나 체급 차이가 컸던 경우가 많아 브랜드 경쟁력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다”며 “개포우성4차처럼 입지와 사업성이 모두 뛰어난 강남권 현장에서 양사가 정면 승부를 벌이는 건 드문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수주 결과는 오티에르·르엘 두 브랜드의 시장 내 입지를 가를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결과에 따라 브랜드 위상은 물론 강남권 정비시장 내 입지도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