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2구역 이어 개포우성7에서도 등장
경쟁사 기선 제압, 이미지 각인 효과 탁월
마케팅 비용 전가 우려에 ‘부담스럽다’ 평가도

이달 초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이 시공권 입찰에 참여한 서울 강남구 개포우성7차 인근에서 수백명의 임직원을 투입해 도열인사를 진행했다. 다만 지역 커뮤니티에서는 보기 불편하다는 댓글만 다수 이어졌다. / 표=정승아 디자이너
이달 초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이 시공권 입찰에 참여한 서울 강남구 개포우성7차 인근에서 수백명의 임직원을 투입해 도열인사를 진행했다. 다만 지역 커뮤니티에서는 보기 불편하다는 댓글만 다수 이어졌다. / 표=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시공사 선정은 재건축·재개발 과정 중 가장 큰 이권과 사업비, 명예를 얻는 큰 축제다. 그렇다 보니 정비사업 절차 가운데 언론 등 세간의 주목도도 가장 높다.

최근 들어 건설사들은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그간 없던 깜짝 도열 인사로 건설사 각인 효과에 초점을 두고 있는 모습이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달 초 서울 강남구 대청역 출구 앞에는 200명 남짓한 삼성물산과 대우건설 임직원이 각각 건설사 이름이 새겨진 어깨띠를 두르고 일렬로 늘어서서 길을 오가는 시민들에게 큰 소리로 인사에 나섰다. 인근 개포우성7차 시공사 선정에 입찰한 건설사들이다. 내달 23일 인근 개포우성7차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조합원 눈도장 찍기에 나선 것이다.

시공사 선정에 앞서 처음으로 깜짝 도열 행사를 한 건 현대건설이다. 현대건설은 지난달 중순 압구정특별계획2구역에서 250명의 임직원이 아침 출근길에 단지 인근 도열 인사를 하며 주민뿐 아니라,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해당 사업장은 조합의 입찰공고 이후 삼성물산이 사업성 판단하에 철수하긴 했지만, 당초 시공권을 둘러싸고 국내 건설업계 1,2위인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의 빅매치가 예고된 사업장이었다. 도열 인사는 조합원에 건설사를 각인시키는 것은 물론, 경쟁사 기선 제압에도 주효했다는 평을 받는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상품성을 강화한 입찰제안서로 표심을 얻는 게 이상적이지만 입찰요건을 세세하게 따져보는 조합원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전문성을 요하는 내용이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수가 통일된 모습으로 정중한 인사를 하는 것 자체로 정체성을 나타내는 상징적 행위가 될 수 있어 택하는 건설사가 늘어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받아들이는 조합원 입장에서는 불편하다는 의견도 많다. 최근 개포동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두 건설사의 도열 인사에 대한 불편함을 표하는 글들이 올라왔고, 만족한다는 글은 하나도 없이 보기 불편하다는 댓글만 다수 이어졌다.

개포우성7단지 한 조합원은 “찜통더위에 고생하는 것도 보기 불편하고, 홍보인력을 투입한 비용도 사업비에 녹여내면 결국 조합원만 불피요한 돈을 소비하게 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자신은 조합원이 아니라고 밝힌 행인은 “이른 아침 민낯에 목욕바구니 들고 헬스장가는 와중에 (명함 받을) 손이 없다고 해도 무작위로 목욕 바구니에 명함을 구겨넣더라. 너무 창피했다. 참고로 나는 조합원도 아니다”면서 과열된 분위기에 불편함을 토로했다. 또 다른 행인도 “무슨 일인가 쳐다보다 사고날 뻔 했다”고 전했다.

한편 삼성물산과 대우건설 양사 간 대결은 지난 2020년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시공사 재선정 이후 약 5년 만이다. 당시에는 경쟁 끝에 삼성물산이 승리를 거뒀다. 이후 다시 만난 양사는 정식 홍보관 개관 전 단지 내 홍보부스를 마련한 가운데 신경전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시공사는 다음달 23일 총회서 최종 결정된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