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재건축 수주전 재대결···개포우성7차 놓고 정면승부
삼성물산, 고급 설계로 표심 잡기 나서
대우건설, 김보현 사장 직접 진두지휘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서울 강남구 개포우성7차 재건축 시공사 자리를 두고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이 5년 만에 다시 대결을 펼친다. 2020년 반포3주구 수주전 이후 두 건설사가 정비사업에서 정면으로 맞붙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는 이번 경쟁을 단순한 수주전이 아닌 자존심이 걸린 ‘리벤지 매치’로 평가하고 있다.

◇ 2020년 반포3주구 악연, 5년 만에 재대결

2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개포우성7차 재건축 사업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에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이 최종 참여했다. 당초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됐던 포스코이앤씨가 빠지면서 수주전은 두 회사의 2파전이 됐다. 강남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대형 수주전인 만큼 두 건설사 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두 건설사가 수주전을 벌이는 건 2020년 5월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이후 5년 만이다. 반포3주구는 당시 강남권 최대 규모 재건축 사업 중 하나로 꼽히며 업계의 이목 집중된 단지였다. 대우건설과 삼성물산은 약 2개월간 치열한 홍보전과 제안 경쟁을 벌였고, 최종 총회에서 조합원 투표로 승부가 갈렸다. 결과는 삼성물산의 승리였다. 득표율은 52%로 대우건설과는 불과 70표 차이였다. 삼성물산은 이후 ‘래미안 트리니티원’으로 단지명을 확정지었고, 해당 단지는 2026년 입주 예정이다.

/ 그래픽=시사저널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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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두 건설사가 다시 ‘강남권 대형 단지’를 놓고 맞붙었다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이 크다. 특히 개포우성7차는 강남 재건축 시장의 핵심지인 개포지구 내 마지막 남은 유력 단지로 단지 규모와 입지, 사업성 등을 모두 갖춘 ‘알짜 사업지’로 꼽힌다. 단순한 수주전이 아니라 지난 패배의 설욕과 브랜드 위상을 건 재대결인 셈이다.

◇ 6778억 규모 강남 알짜단지···삼성·대우 앞다퉈 입찰보증금 선납 

개포우성7차는 사업성과 입지 모두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1987년 준공된 802가구 규모 단지로 용적률이 157%로 낮은 편이다. 이번 재건축을 통해 지하 5층~지상 35층, 1122가구의 대단지로 탈바꿈한다. 서울 지하철 3호선 대청역과 수인분당선 대모산입구역 사이에 위치한 더블역세권 입지이기도 하다. 일원초·영희초·중동중·고 등 강남 8학군이 인근에 몰려 있다. 이미 재건축을 마친 ‘디에이치자이개포’와 ‘래미안개포루체하임’ 등과 함께 고급 주거 타운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상 공사비는 6778억(3.3㎡당 880만원) 수준이다.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은 입찰 마감 전부터 입찰 보증금(현금 150억원)을 선납하며 수주 의지를 드러냈다. 먼저 움직인 건설사는 삼성물산이다. 삼성물산은 마감 사흘 전인 16일 보증금을 납부해 사실상 선전포고를 했다. 이어 대우건설도 마감 하루 전인 18일 보증금을 납부하며 발을 맞췄다. 입찰 보증금은 통상 마감일 직전에 납부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번처럼 조기 납부가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누가 먼저 보증금을 냈는지 자체가 기사화되는 상황에서 조기 납부는 단지에 대한 자신감과 책임감을 보여주는 일종의 수단이 되기도 한다”며 “조합원들의 신뢰를 선점하려는 심리전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 글로벌 스타 건축가 영입, 프리미엄 설계 경쟁

두 건설사는 고급 설계로 조합원 표심 잡기에 나섰다. 삼성물산은 글로벌 디자인 설계사 ‘아르카디스’(Arcadis)’와 협업해 개포 스카이라인을 새롭게 바꾸겠다는 계획이다. 아르카디스는 국내에서 압구정4구역, 신세계백화점 본점, 더현대 대구 등 주요 고급 상업·주거시설 설계를 맡은 바 있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10월 수주한 서울 용산구 남영2구역에서도 아르카디스와 협업해 구름의 형상을 모티브로 딴 파노라마 스카이 브릿지와 스카이라인 등 랜드마크 디자인을 적용했다. ‘래미안’이라는 프리미엄 이미지에 세계적인 설계사의 디자인을 더해 개포우성7차 자체를 강남 대표 랜드마크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서울 용산구 남영2구역 재개발 조감도. / 사진=삼성물산
서울 용산구 남영2구역 재개발 조감도. / 사진=삼성물산

대우건설은 세계적인 프랑스 건축가 ‘장 미셸 빌모트’(Jean-Michel Wilmotte)와 협업해 개포우성7차만의 차별화된 설계를 선보일 계획이다. 빌모트는 프랑스 대통령궁 개보수, 파리 루브르박물관 확장, 서울 신세계 센트럴시티 등 세계 각국에서 상징성 있는 프로젝트를 수행한 경험이 있다. 아울러 지난해 리뉴얼된 하이엔드 브랜드 ‘써밋’(SUMMIT)을 개포우성7차에 최초로 적용해 디자인과 상품성을 모두 강화한 고급 주거단지를 선보이겠다는 전략이다.

◇대우건설 ‘설욕전’ vs 삼성물산 ‘연승 행진’ 맞대결

반포3주구에서 밀렸던 대우건설은 이번 개포우성7차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김보현 대우건설 사장이 직접 입찰 과정을 챙기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지난 12일에는 개포우성7차 단지를 찾아 “강남 재건축 사업의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도록 최고의 사업 조건을 제시해야 한다”며 “대우가 하면 다르다는 점을 보여주고, 이익보다는 조합원의 마음을 얻는 데 혼신을 다하겠다”고 수주 의지를 드러냈다.

대우건설은 개포우성7차 수주를 통해 개포 일대에 ‘써밋 타운’을 완성하겠다는 전략도 세웠다. 지난해 개포주공5단지 재건축 수주에 성공한 데 이어 이번 7차까지 확보하면 총 2400여가구 규모 써밋 벨트를 구축하게 된다. 이번 입찰을 위해 대우건설은 개포우성4차에서 철수하고 7차 사업에 ‘올인’한 상태다.

지난 12일 김보현 대우건설 사장(왼쪽에서 3번째)이 개포우성7차 단지를 방문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 사진=대우건설
지난 12일 김보현 대우건설 사장(왼쪽에서 3번째)이 개포우성7차 단지를 방문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 사진=대우건설

다만 삼성물산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삼성물산은 지난 1월 용산구 한남4구역 재개발을 시작으로 송파구 방이동 대림가락아파트 재건축, 송파구 한양3차아파트 재건축, 서초구 신반포4차아파트 재건축 등 굵직한 사업장을 잇따라 따내며 수주 강자로 떠올랐다. 올해 신규 누적 수주액만 5조213억원으로 시공능력평가 상위 10개 건설사 중 도시정비 수주 실적 1위를 달리고 있다. 이번 수주를 통해 강남권 대표 정비사업의 주도권을 이어가겠다는 전략이다.

업계에선 개포우성7차 수주전이 단순한 브랜드 대결을 넘어 얼마나 조합의 요구에 맞는 세부 설계와 조건을 제시하느냐가 승부를 가를 것이라고 본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단지의 입지와 학군, 개발 규모 모두 강남권 최고 수준인 만큼 조합원들의 기대치도 높다”며 “어느 건설사가 실제로 조합 입장에서 필요한 요소들을 제대로 짚고 실현 가능한 제안으로 설득하느냐가 핵심 경쟁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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