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부터 수소차 연구 시작···IMF 사태에도 미래 먹거리 투자
독자 스택 기술 확보해 2013년 첫 수소전기차 ‘투싼 ix’ 양산 시작
2018년 수소전기차 전용 모델 ‘넥쏘’ 출시···7년 뒤 완전변경모델 선보여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기후변화 대응과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친환경 모빌리티 전환이 전 세계적인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전기차를 중심으로 친환경 자동차 시장이 커지고 있으며, 수소차 역시 중요한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수소전기차 분야에서 글로벌 선두주자로 꼽히며, 지난 수십년간 기술 개발과 인프라 확대에 지속적인 투자를 이어왔다. 이번 기획을 통해 현대차 수소모빌리티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조명하며, 수소 생태계 구축을 향한 비전에 대해 살펴본다. <편집자 주>

현대자동차 수소차 역사는 27년 전인 19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내연기관 후발주자였던 현대차는 다른 완성차 기업들을 따라잡기 위해 다양한 신차를 개발하는데 열을 올렸다.

장재훈 현대차  / 사진=현대차
장재훈 현대차 부회장이 지난해 열린 수소전기차 콘셉트카 '이니시움' 공개 행사에서 현대차의 수소헤리티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사진=현대차

정몽구 현대차 명예회장은 “돈 걱정 하지 말고 만들고 싶은 차는 다 만들어라”며 “100대가 다 다른 차여도 좋다”고 말하며 연구원들에게 신차 개발을 독려했다.

이에 현대차는 1998년 수소연구개발을 전담하는 조직을 신설하고 본격적으로 수소전기차 개발을 시작했다.

당시 전세계적으로 수소차는 생소한 분야였고, 수소 관련 산업도 미지의 영역이었다. 특히 1998년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사태까지 터지면서 여러모로 어려운 시기였으나, 현대차는 미래를 위한 새로운 투자에 집중하기로 했다.

현대차의 첫 수소차 프로젝트는 ‘머큐리’다. 미국의 우주선용 연료전지 및 항공기 엔진을 개발하는 UTC파워와 협약을 맺고 연구원들이 미국으로 넘어가 공동 개발을 진행했다. 이 때 현대차 연구원들은 6개월 내에 수소차를 완성하겠다는 목표 하에 밤낮없이 연구에 매진했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국내 최초 수소전기차인 ‘싼타페 수소차’다.

이와 함께 현대차는 머큐리 프로젝트 뿐 아니라 수소차 독자개발을 위한 ‘폴라리스 프로젝트’도 함께 진행했다. 당시 현대차와 협업한 UTC파워의 스택은 내부 가습 방식이라 추운 날씨에 시동이 잘 걸리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었다. 스택은 수소와 산소 전기화학반응을 통해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장치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수소연료전지 내부는 습도가 높아야 수소 이온 움직임이 최적화되고, 이를 통해 충분한 출력을 낼 수 있다. 이에 현대차는 독자적으로 부동액을 활용해 외부 가습 방식으로 스택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연료전지 스택은 기존 내연기관차로 말하자면 엔진의 역할을 담당하는데, 수소의 경우 가장 가볍고 작은 원소이기 때문에 작은 틈으로도 빠져나오는데, 가스가 새어나오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대차는 기술 개발을 통해 현재는 2주일간 세워둬도 스택 내 수소가 유지되는 수준으로 기밀성을 높였다.

◇ “위기를 기회로”···금융위기에 대량생산 체제로 전환

수소차 기술 개발에 집중하던 현대차에게 2008년 또다시 위기가 찾아온다. 미국 리만 브라더스가 파산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가 세계를 강타하자, 수소차 연구에 마냥 집중할 수 없는 환경이 조성됐다.

당시 현대차에겐 2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다른 자동차 기업들처럼 수소차 연구 개발을 중단할 것인지, 아니면 대량 생산 체제로 전환해 시장을 더 키워나갈지에 대해 고심이 깊어졌다.

현대차는 고심 끝에 대량 생산 체제로 방향을 틀기로 했으며, 기존에 사용했던 흑연분리판은 양산이 어려워, 모빌리티에 적합한 저렴하고 얇은 금속판으로 스택 전면부를 재설계했다.

이같은 기술 개발 노력 끝에 현대차는 지난 2013년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차 양산 체제를 갖추고 ‘투싼 iX Fuel Cell’을 출시했다.

현대차 수소전기차 '넥쏘' / 사진 = 현대차
현대차 수소전기차 '넥쏘' / 사진 = 현대차

그로부터 5년 뒤인 2018년에는 마침내 수소전기차 전용 모델 ‘넥쏘(NEXO)’를 선보이며 글로벌 수소전기차 선두 기업으로 우뚝 섰다.

넥쏘는 2019년 미국 10대 엔진상, 2018년 CES 에디터 초이스, 2018년 CES 아시아 기술혁신상 등을 수상하며 세계적으로 우수한 상품성을 인정받았으며, 수소전기차 시장에서 승용 수소전기차 분야 누적 판매량 1위를 달성했다.

이어 현대차는 올해 넥쏘 완전변경모델(풀체인지)을 7년만에 선보이면서, 수소차 퍼스트무버 자리를 공고히 하겠다는 방침이다. 신형 넥쏘는 주행거리 최대 720㎞, 차별화된 디자인, 넓어진 실내공간, 최상급 편의 사양 등을 통해 수소차 시장을 키울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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