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매각 수 차례 실패 경험···가능성 크지 않아
시간 지체에 회사 재정 고갈 지속···예측 못할 변수 발생 우려
데드라인 없는 방향 결정에 소비자 기만 지적도
"무엇보다 가입자 피해 발생하지 않는 것 가장 중요"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MG손해보험이 가교보험사를 통한 계약 이전과 매각을 동시에 추진하기로 하면서 소비자들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삼성화재·메리츠화재·KB손해보험·현대해상·DB손해보험 등 5대 주요 대형보험사로 원활한 계약 이전을 기대했던 계약자들 사이에서는 불안감이 크게 확산되고 있다.
이미 매각이 수 차례 실패했다는 점에서 이번에도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지만, 이번 결정으로 인해 시간은 지체되고 있는데다 회사 재정도 계속 고갈된다는 점에서 향후 어떤 변수가 또 생길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데드라인 없이 방향을 갑자기 바꾸는 것이 소비자를 기만하는 결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위원회는 예금보험공사가 100% 출자하는 가교보험사(가칭 예별손해보험)의 보험업 조건부 허가를 의결했다. 예별손해보험은 부실금융기관인 MG손해보험의 자산·부채를 이전받아 보험계약을 유지·관리할 목적으로 운영된다.
이번 예별손해보험의 보험업 허가에는 2년의 존속기간, 업무범위 한정(MG손해보험으로부터 이전받은 보험계약의 유지·관리) 등 조건이 부가됐다. 또한 예별손해보험이 한시적으로 존재하는 기업임을 감안해 지급여력비율(K-ICS·킥스) 유지 등 계속기업을 전제로 하는 일부 허가 요건에 대해서는 예외가 인정됐다.
예별손해보험의 경영에는 삼성화재·메리츠화재·KB손해보험·현대해상·DB손해보험 등 5개 손해보험사가 함께 참여할 예정이다. 예별손해보험은 MG손해보험의 인력 일부를 채용하고 전산시스템 등의 물적 설비를 이전받아 업무를 수행할 계획이다.
정부와 관계기관은 이번 가교보험사 허가를 시작으로 MG손해보험 정리를 위한 행정절차를 본격 개시한다는 방침이다. 노조들과 협의를 계속하면서 예별손해보험의 업무 개시 준비를 마치는 대로 MG손해보험의 모든 보험계약을 예별손해보험으로 넘기고 해당 계약이전 절차는 올해 3분기까지 완료할 예정이다.
동시에 금융당국은 MG손해보험의 자산·부채에 대한 실사를 바탕으로 잠재 인수자 물색과 인수 의향 확인 절차도 병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MG손해보험의 재매각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무엇보다 금리 인하 기조 속에 보험업의 매물 매력도가 떨어지고 있어서다. 지난 1분기 경과조치 적용 후 보험사의 지급여력비율은 197.9%로 약 23년 만에 200% 아래로 내려왔다.
올해 실적도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지급여력비율이란 보험회사가 예상치 못한 손실을 보더라도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제때 지급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가용자본(지급여력금액)을 요구자본(지급여력기준금액)으로 나눈 비율을 의미한다. 통상적으로 보험사의 자본 건정성을 가늠하는 중요 지표로 활용된다.
MG손해보험 국한에서는 상황이 더 좋지 않다. MG손해보험은 2022년 4월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후 진행된 네 차례 매각이 모두 무산된 바 있다. 매각 적기라는 금리 상승기에도 결과가 좋지 못했는데 이번에도 성공할 것이라는 기대가 난망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MG손해보험은 현재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온 다른 보험사들과 비교해도 열악하다. 올해 1분기 기준 MG손해보험의 지급여력비율은 -18.2%로 법정 기준치인 100%에 크게 못미친다. 또한 오랜 부실 누적과 낮은 수익성, 판매채널 경쟁력 부재 등으로 인해 전반적인 보험사 경쟁력이 크게 떨어진다. 여기에 노조의 고용승계 요구도 겹쳐 인수 이후 상당한 추가 비용 부담이 불가피하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관건은 계약자들의 반응이다. 계약자들 사이에서는 MG손해보험 처리 방안에 대한 입장이 한달 반만에 뒤집히면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유영하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MG손해보험 보험계약자 수는 개인·법인을 포함해 총 124만4155명에 달한다.
앞서 적정 매수자를 찾지 못한 MG손해보험은 지난 5월 결국 영업정지 조치가 내려졌고 이후 가교보험사를 세워 보험 계약을 이전한 뒤 1년여 시스템 구축 등을 거쳐 5개 손보사로 보험 계약을 이전한다는 계획이었다.
125만에 달하는 계약자들 사이에서는 부실기업인 MG손해보험의 매각 성사 가능성이 현저히 낮은데 '시간만 소모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5대 보험사에서도 계약을 안고 가기를 꺼리는 상황에서 매수를 희망하는 인수자가 나올 수 있겠느냐는 관측인데 시간이 지체되면서 다른 변수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MG손해보험 거취를 둘러싸고 결정이 번복되면서 가입자들의 불안한 마음이 커지고 있다"며 "구체적인 내용과 절차에 대한 정보 부족으로 인해 혼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데드라인 없이 방향을 갑자기 바꾸는 것이 소비자를 기만하는 결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기존안이 뒤집히고 방향이 선회됐지만 구체적 일정도 없고 소비자들의 목소리는 여전히 뒷전이라는 설명이다.
MG손해보험 상품에 가입한 한 소비자는 "상황만 계속 바뀌고 명확한 결혼은 나지 않아 혼란이 크다"며 "결국 시간만 허비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고 무엇보다 그 과정에서 가입자들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