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G손해보험 사태 해결 국민 청원 목표치 미달
청·파산 가능성 거론···피해 현실화 우려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MG손해보험 매각이 무산되면서 회사의 향후 운명은 청·파산이란 중대 갈림길에 섰다. 이 가운데 MG손해보험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가입자 국민 청원이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종료되면서 가입자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졌다. 금융당국은 여전히 명확한 대응 방안을 내놓지 않은 채 고심을 거듭하는 상황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MG손해보험 사태 해결을 요구하는 국민 청원은 총 3만3401명(67%)의 동의를 얻는 데 그쳐 국회의 공식 답변 기준인 5만명을 채우지 못한 채 마감됐다. 국회 국민 청원은 30일간 5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답변을 받을 수 있다.
이처럼 가입자 호소가 힘을 얻지 못한 가운데 금융당국은 MG손보 매각 실패 이후 처리 방향에 대해 아직 확정적으로 정해진 게 없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매각, 청·파산, 계약이전 등 다양한 방안을 놓고 저울질하고 있지만 가시적인 논의 일정이나 구체적인 로드맵은 공개되지 않았다.
◇ 예금자보호 못 받는 5000만원 초과 계약자 1.1만명
유영하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MG손해보험 보험계약자 수는 개인·법인을 포함해 총 124만4155명에 달한다. 이 중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최대 5000만원까지 보호받을 수 있는 계약자가 대부분이지만 이를 초과하는 1만1470명(개인 2358명, 법인 9112곳)은 별도의 보호 장치가 없어 손실 위험에 노출됐다.
5000만원을 초과하는 계약 규모는 총 1756억원에 이르며 이 가운데 개인 피해 예상액은 737억원, 법인 피해는 1019억원에 달한다.
일부 5000만원 초과 계약자의 경우 청·파산 배당을 받을 가능성은 있지만 이 또한 상당 시간 시간이 소요돼 구제 절차가 늦어질 우려가 크다. 예금보험공사는 MG손해보험이 청산 과정에 돌입해도 파산배당률은 최소 50% 이상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정확한 배당률은 파산 이후 산정된다.
예보 관계자는 “통상 파산절차에 들어가면 5000만원을 초과하는 금액은 법원에 파산채권으로 신고한 후 일부 배당을 받을 수 있다”면서 “(매각회사) 자산을 현금화한 음 배당해주기 때문에 시간이 상당히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청산이 현실화될 경우 이후 가장 큰 문제는 기존 계약자의 보장 축소다. MG손해보험 과 동일한 조건으로 타 보험사에 재가입하기는 사실상 어렵고 보장이 축소되는 등 불이익을 감수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 계약이전도 실손보험 등 고위험 상품 인수 꺼려
계약이전 방식이 과거 리젠트화재 사례처럼 소비자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으로 거론되지만 현재 상황에서 난관이 적지 않다. 리젠트화재는 지난 2001년 3월 매각이 실패한 뒤 2002년 금융당국이 5개 보험사에 계약을 이전해 처리했으며 당시 40만건의 계약이 원조건 그대로 이전된 바 있다.
하지만 20여 년이 지난 지금은 같은 방식이 어렵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금융당국이 이전을 강제할 수 없고 계약을 받아야 할 보험사 역시 이사회 의결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MG손보의 계약 가운데 1세대 실손보험처럼 손실이 큰 상품이 많아 보험사들이 인수를 꺼릴 수 밖에 없단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MG손보 계약 대부분은 1세대 실손보험 등 손실이 뻔히 보이는 과거 판매된 상품들”이라며 “최근 건전성 등 보험사에 대한 관리감독이 강화된 상황에서 계약 이전은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입자들 사이에서 계약이전이 현실화될 것이란 기대가 퍼지고 있다. 최근 금융위원회와 예금보험공사가 주요 5개 손해보험사와 계약이전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가입자들 사이에서 계약이전이 ‘시간 문제’란 낙관론도 나온다.
계약이전 과정에서 보상액이나 보장이 줄어든 감액이전도 아닌 원래의 보장이 그대로 유지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당국 입장에서는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할 방안을 마련하는데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아직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 않은 만큼 추이를 조금 더 봐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