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변경 없는 계약이전 하면 '형평성' 문제 발생
비갱신형 계약 이전받는 보험사는 손해만 볼수도
'관치'로 공적자금 규모 줄이는 것 사실상 불가능
노조, 설계사 문제 해결도 쉽지 않아

 

[시사저널e=전상현 HBC자산관리센터 대표] 2022년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된 후 수 차례 진행된 매각시도가 모두 무산된 MG손해보험은 다른 기업에 매각될 가능성은 사실상 없는 상황이다. 청산 혹은 계약이전으로 정리될 확률이 더욱 높아졌다.

이렇게 된 가장 큰 원인은 부채비율 급등으로 인한 재무건전성 악화다. 장기보험 손해율 상승으로 영업적자가 불어났으며, 매각 실패로 투자금을 유치하는 데 실패했다. 이 모든 원인의 가장 근본적인 책임을 경영진에게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MG손보의 청산 혹은 계약이전을 빠르게 결정하지 않고 있는 이유는 수많은 이해 관계자들이 얽혀 있기 때문이다. 가입자, 설계사, 타보험사, 금융당국, 노동조합 등 이해당사자들과 보험산업 전체 관계자들의 복잡한 시각과 셈법에 존재한다. 

먼저 124만에 달하는 기존 가입자들은 신뢰성을 바탕으로 하는 가입자 보호를 통해 단일 보험사나 다수 보험사로 현재의 계약을 변경 없이 그대로 이전해주기를 바란다. 이들은 현재 국민청원과 1인시위 등 목소리를 내고 있는 중이다 

다만 내용 변경 없이 기존 계약을 다른 보험사가 인수하는 방식은 쉽지 않아 보인다. MG손보 계약을 이전받아야 하는 보험사와 시장의 다른 가입자들의 입장도 고려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또 공적자금의  투입이 필수인 상황에서 부실의 이전 가능성 등 부가적인 여러 변수들도 동시에 검토해야 한다. 

보험상품은 각 회사의 재무구조와 서비스 수준에 따라 각각 다르게 만들어진다. 구체적으로, 보험개발원에서 업계 전체의 통계자료에 의한 해당위험별 평균요율인 참조순보험요율을 책정한다. 이를 토대로 각 보험회사는 자사 실적과 사업비 등을 반영해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순보험요율을 적용해 보험료를 산정한다.  

이 과정을 거쳐 결정된 보험료는 상대적으로 회사의 재무구조와 서비스가 더 안정적인 우량 보험회사는 더 비싸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조금 더 저렴하게 책정된다. 즉, 참조순보험요율이라는 동일한 재료로 만들지만 각 보험사의 규모별, 이익별, 안정성 등의 조정을 통해 보험료가 정해지는 것이다. 이후 경영을 통해 계약이 유지되고 보험금이 지급되게 된다. 

따라서 부실에 빠진 MG손보가 보유한 계약을 이전한다면 이전 받은 보험사의 기존 계약자들은 형평성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이들은 더 안전한 보험을 가입하기 위해 높은 보험료를 내는 것에 동의했기 때문이다. 이에 계약을 이전받을 보험사의 고객들을 대상으로 충분한 설득 작업이 필요해 보인다. 

​더불어 일정 기간 동안만 납입하고 이후 유지기간 동안 보장만 받는 비갱신형 계약은 문제가 더 복잡하다. 자동차보험이나 일반보험처럼 매년 갱신되는 형식의 보험은 다음 해 손해율과 위험률 조정을 통해 보험료에 반영할 수 있다. 하지만 MG손보가 보유한 비갱신형 계약 중 부실하게 운영한 부분을 이전받은 보험사는 보험금만 지급하게 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보험회사에 대한 설득과 함께 부실의 전가에 따른 위험의 계리적 고민은 예상보다 깊을 수 있다. 

어느 방향으로 결정이 나더라도 반드시 발생하게 되는 공적자금의 투입도 쉽지 않은 문제다. 일부에서 고려하는 다수의 보험사가 계약을 분할해서 이전받는 방식보다는 단일보험사가 실사를 진행하고, 전산 시스템을 개발해서 이전받는 것이 공적자금 투입을 최소화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인수희망자가 없어 떠넘기듯 인수주체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서는 특정보험사에 부실을 모두 떠넘기는 것은 어렵다.

현재 예상되는 공적자금 규모가 최소 1조원 이상이다. 이를 위한 재원에 대한 적정성과 함께 이해당사자들 간의 전체적인 합의가 이어져야 한다. 더불어 금융당국은 배임의 성격을 배제하기 어려울 수도 있는 이전을 강제해야 하는 ‘관치’ 부담도 해소해야 할 부분이다.

마지막 문제는 계약이전을 진행하게 되면 노동조합과 설계사는 완전히 배제되게 된다는 점이다. 이 역시 어떠한 지점에서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지 쉽게 예상하기 어렵다. 노조와 설계사 문제가 중요한 이유는 모든 결정의 시작인 실사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어떤 형식으로든 노조의 도움이 필요하며, MG손보 설계사도 계약자와 함께 피해자이기 때문이다.  

MG손보 처리 방안이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현재 시장에서 인수합병(M&A) 매물로 나와 있는 KDB생명, BNP파리바카디프생명 등 다수의 다른 보험들의 운명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들의 매각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MG손보 결정의 뒤를 따를 수 있다. 금융당국의 신중한 결정이 필요한 이유다. 

사상초유의 보험사 청산을 막기 위해 자칫 무리한 선택하게 되면 부실은 상위 보험사에 전가되고, 이는 결국 공적자금으로 메우게 된다. 책임져야 하는 경영진이 빠진 상황에서 노조와 설계사들이 직장과 일터를 잃게 되는 악순환이 되풀이 될 수 밖에 없다. MG손보의 관리감독을 포함한 매각, 청산, 이전 등의 전반적인 결정을 힘으로 해결하기는 어려운 금융당국의 고민도 충분히 이해된다. 조금씩 양보해서 가장 좋은 타협점을 찾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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