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강세→외국인 유입→증시 상승→원화 강세 선순환
WGBI 내년 4월 편입 기대↑···MSCI 선진국 편입은 과제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국내 증시가 장기적으로 상승세를 유지하려면 환율 안정화가 필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내 증시를 좌지우지하는 핵심 수급 주체는 외국인이다. 외국인은 달러 기준 수익률을 따지는데 원화가 강해지면 외국인 입장에서는 환차익이 더해지므로 국내 증시에 자금을 더 넣게 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
실제로 올해 달러 약세와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 효과로 환율이 1300원대로 하락하면서 외국인들의 수급은 한층 개선되고 있다.
내년 4월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이라는 호재도 원화 강세를 기대할 수 있는 이벤트다. 장기적으로 외국인 수급 개선을 위해서는 모건스탠리캐피널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환율 하락과 외국인 수급은 ‘동행지표’
8일 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산 제품에 대한 25% 상호 관세 부과 통보에도 원·달러 환율은 0.1원 오른 1367.9원에 장을 마쳤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4월 8일 1486.5원을 정점으로 꾸준히 하락세가 유지되고 있다. 지난 4월 4일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파면 결정 이후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점차 해소되고 미국 달러화 약세 현상도 겹치면서 지난 5월 중순 이후부터는 1400원 아래로 하향 안정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달러 가치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대비 달러의 상대적 가치를 뜻하는 달러지수(DXY)는 내리막을 보이며 90대 중반까지 떨어진 상태다.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관세 부과 정책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압박이 지속된 영향이다.
환율 하락 영향으로 지난 5월부터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은 순매수로 돌아섰다. 국내 증시에 투자하는 외국인 입장에서는 환율이 하락하면 주가 상승분에 환차익까지 거둘 수 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5년 5월 외국인 증권투자 동향'에 따르면 지난 5월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1조8670억원, 코스닥에서 1430억원 등 국내 주식 2조100억원을 순매수했다. 외국인은 지난해 8월부터 올해 4월까지 국내 주식을 순매도했는데 환율이 안정화되면서 순매수로 돌아선 것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에도 외국인들은 코스피에서 3조4420억원, 코스닥에서 688억원 등 총 3조5109억원 어치를 순매수했다. 외국인들은 지난 6월 한 달간 SK하이닉스를 1조5330억원 어치 샀는데 이 기간 SK하이닉스는 42.79% 급등했다.
외국인의 국내 증시 유입은 환율 하락의 원동력이기도 하다. 국내 주식을 사기 위해 달러를 원화로 환전하는 수요가 환율을 끌어내리기 때문이다. 환율이 하락하면 외국인 유입이 늘어나면서 증시가 상승하고 다시 원화 강세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기대되는 이유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6월 이후 외국인 국내 주식 순매수세가 강화된 것은 하반기 환율의 지지선을 낮출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고 분석했다.
◇ WGBI 편입으로 환율 하락 기대↑
장기적으로 환율 안정화는 국내 증시의 지속 성장을 위한 과제로 꼽힌다.
원화는 글로벌 시장에서 위험자산으로 분류된다. 글로벌 정세가 불안해지면 환율이 급등하고 외국인들이 이탈하는 요인이 된다.
다만 내년까지는 환율 안정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요인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대표적으로는 내년 4월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이 꼽힌다.
WGBI는 세계 최대 채권지수로 추종자금만 2조5000억~3조 달러로 추정된다. 지난해 10월 각고의 노력 끝에 한국 국채는 WGBI 편입이 결정됐고 내년 4월 정식 편입된다. 한국이 WGBI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5% 수준이고 500억~600억 달러 규모의 자금이 유입될 전망이다.
외국인들이 한국 국채를 사기 위해서는 달러를 원화로 환전해야 하기에 환전수요가 늘어나면서 환율이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8개월에 걸쳐서 균등하게 유입되므로 2026년 3월부터 매월 640~769억 달러(9.4조~11.3조원)가 유입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장기적으로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도 기대할 수 있다.
MSCI지수는 미국 투자은행인 모건 스탠리가 만들어 발표하는 글로벌 주가지수로 글로벌 패시브 자금의 지침서 역할을 한다. MSCI는 매년 전 세계 주요 증시를 선진시장(DM), 신흥시장(EM), 프론티어시장(FM), 독립시장으로 분류하고 있는데 한국은 여전히 신흥시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한국이 MSCI 선진국 지수에 편입되면 최대 75조원 규모의 외국인 자금이 유입될 수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MSCI의 선진국 지수에 편입되려면 매년 6월 결정되는 심사에서 관찰대상국으로 선정되고 이후 1년 이상 자격을 유지해야 한다. 한국 증시는 지난달 심사에서 관찰대상국에 들어가지 못했다. 내년 6월 관찰대상국에 지정된다면 빨라야 2027년 6월 선진국 지수 편입이 결정되고 2028년 6월에야 실제 편입이 이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