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셧다운 이슈 지속 여부에 FOMC 의사록, WGBI 편입 등 대기
“시장 예상 벗어난 이벤트 발생 가능성에 현금 일부 보유 전략 유효”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국내 증시가 긴 추석 연휴를 맞게 되는 가운데 이 기간 지수에 영향을 미칠 이슈에 투자자 관심이 늘고 있다. 발생하는 이벤트에 따라 연휴 이후 증시 방향성과 색깔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연방정부 ‘셧다운’(업무정지),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의사록, WGBI(세계국채지수) 편입 일정 등이 주요 변수로 꼽힌다.
30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긴 연휴를 앞두고 투자자들의 경계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설 연휴의 경우 ‘딥시크’(DeepSeek, 중국판 생성 AI) 이슈가 불거져 미국 증시에 악영향을 미쳤고, 연휴가 끝난 직후 SK하이닉스가 9.86% 급락하고 삼성전자도 2.42% 하락하는 등 국내 증시에 한꺼번에 반영된 바 있다.
이번 추석 연휴 역시 다양한 대내외적인 이슈들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우선 미국의 셧다운 이슈가 추석 연휴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점쳐진다. 미국 의회가 30일(이하 현지 시간)까지 단기 지출법안(임시예산안·CR)을 처리하지 못할 경우 연방 정부는 내달부터 셧다운에 들어가게 된다.
셧다운은 미국 경제 성장에 단기적인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증시에 불확실성을 높이는 이슈로 분류된다. 미국 의회조사국(CRS)에 따르면 2018년 12월 22일부터 이듬해 1월 25일까지 이어진 셧다운의 영향으로 2019년 1분기 GDP가 0.3%포인트 낮아졌다. 이후 재정 지출 확대를 통해 상당 부분 회복되긴 했지만, 단기적인 경기 충격은 불가피했다는 평가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9월 FOMC 의사록도 추석 연휴 기간인 내달 8일 공개된다. 연준은 9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면서 금리 인하 사이클 진입 기대를 높였으나, 이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금리 인하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시사하면서 기대감이 다소 후퇴한 상황이다.
만일 의사록에서 이보다 강한 매파(통화 긴축 선호)적인 발언이 있을 경우 증시의 위험 선호 심리는 다소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국내 증시의 경우 원·달러 환율이 주요 변수가 되고 있는데, 연준의 기준금리 기대가 옅어져 달러 강세 국면으로 접어든다면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로 연결될 수 있다.
한국 국채의 WGBI 편입 일정 확정도 투자자들의 관심사다. 글로벌 지수 산출사 FTSE러셀은 내달 7일 반기 리뷰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으로, 한국 국채의 WGBI 편입 시작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 국채는 지난해 10월 지수 편입이 결정됐지만, 지수 투자자의 의견이 반영돼 연기된 바 있다.
이번에도 일정이 연기되면 시장 불안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WGBI는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는 해외 국채 투자 관련 벤치마크 지수로, 한국의 국채 발행 증가 물량을 흡수해 대외적인 충격에 도움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 리스크 속 재정 확장 정책에 나서는 우리나라로선 WGBI 편입 일정이 확정되는 것이 긍정적이다.
이 밖에 내달 4일 치뤄지는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 결과도 증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정으로 여겨진다. 이번 선거는 이시바 시게루 총리의 사임 후 새로운 자민당 대표를 선출하기 위한 선거로, 신임 당대표는 총리로 지명되는 수순이다. 증권가에선 상대적으로 확장 재정을 선호하는 다카이치 사나에 후보가 당선되면 증시에 부정적인 장기 금리 상승을 자극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일각에선 예상치 못한 이벤트가 가장 큰 리스크가 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미 예정된 일정과 관련해선 부정적인 결과가 나오더라도 증시가 소화해낼 수 있는 부분이지만, 이를 넘어서는 ‘블랙스완’(예상의 충격 이벤트)이 나올 경우가 가장 위험하다”며 “추석 연휴가 길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금을 일정 부분 보유해 리스크를 관리하는 전략도 필요하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