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조숙증 치료제 시장 1800억대 규모···‘키 크는 약’ 알려져
의료계 “성조숙증약, 성장 손실 일부 보완···키 크는 약 아냐”
성장호르몬·성조숙증약 시너지효과 예상···“동아는 정도영업해야”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성장호르몬제 ‘그로트로핀’을 공급하던 동아에스티가 성조숙증 치료제 판매에 나서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1800억원대로 추산되는 국내 성조숙증약 시장 진입과 동일 거래처에서 성장호르몬제 등 두 개 의약품을 영업하는 시너지효과를 노린 것으로 분석된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동아에스티는 최근 입센코리아와 성조숙증 및 전립선암 치료제 ‘디페렐린’ 공동판매 협약을 체결했다. 이어 양사는 전날부터 디페렐린 국내 홍보 및 마케팅을 공동 진행하고 있다. 종합병원 대상 영업은 양사가 협력한다. 병의원 영업은 동아에스티가 전담하는 구조다. 입센이 개발한 GnRH(생식샘 자극 방출 호르몬) 작용제인 디페렐린은 중추성 성조숙증 및 전립선암에 쓰이는 치료제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동안 성장호르몬제 그로트로핀을 공급했던 동아에스티가 성조숙증 치료제를 판매한 사례는 디페렐린이 처음이다. 이에 관련 시장 동향과 성장호르몬제-성조숙증 치료제 연관성이 주목되는 상황이다. 우선 성조숙증이란 사춘기 발현 한계인 9세가 되기 전 성적(性的) 발달이 일어나는 증상을 지칭한다. 구체적으로 여아는 8세 이전, 남아는 9세 이전 사춘기가 시작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여아는 가슴발달, 남아는 고환발달이 특징이다.

국내 성조숙증 치료제 시장이 최근 수년간 급성장한 것은 사실이다. 지난해 기준 시장규모는 1800억원대로 추산된다. 대웅제약 ‘루피어’와 다케다 ‘루프린’, 입센코리아 디페렐린, 아스트라제네카 ‘졸라덱스’ 등이 주도하고 있다. 성조숙증 치료제 시장의 급성장은 치료제 특성과 관련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글자 그대로 성조숙증 치료제는 성조숙증을 치료하는 약제인데 일부 국민과 학부모 사이에서는 ‘키 크는 약’으로 인식하는 흐름이 있었다. 이에 성장클리닉 등 의료기관에서 치료제 처방 건수가 늘어난 것으로 업계는 판단한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이와 관련, 윤종서 키탑소아청소년과의원 원장은 시사저널e와 통화에서 현황을 설명했다. 윤종서 원장은 “통상 초등학생이 1년 평균 5cm 성장하는데 성조숙증 발병으로 사춘기가 2년 앞당겨졌다고 가정하자”며 “사춘기 조기 발현에 따른 10cm 성장 손실을 보완하는 약물이 성조숙증 치료제라고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윤 원장은 “성조숙증은 성장기 아이들 키가 크는 것을 저해하는 질환이며 대부분 늦게 발견되기 때문에 치료제가 일부 손실만 보완한다”며 “성조숙증 치료제는 절대 키 크는 약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비만 치료제가 비만 환자들만을 대상으로 한 약물인데 정상인이 복용하면 위험한 것처럼 성조숙증 치료제는 성조숙증 환자들만 대상으로 한 의약품이라는 것이다. 참고로 대웅제약은 자사의 루피어 적응증에 대해 ▲자궁내막증 ▲과다월경, 하복통, 요통 및 빈혈 등을 수반한 자궁금종에서 근종핵 축소 및 증상 개선 ▲전립선암 ▲폐경전 유방암 ▲중추성 사춘기조발증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동아에스티가 성조숙증 치료제 판매를 개시한 것은 성장호르몬제와 같이 공급하며 발생할 시너지효과를 감안한 것으로 분석된다. 성장클리닉을 중심으로 현재 그로트로핀을 판매하는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동아에스티가 성조숙증 치료제도 공급하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이같은 분석을 증명하는 것이 병의원 대상 디페렐린 영업을 동아가 전담하는 부분이다. 종병은 두 제약사가 공동으로 하지만 동아에스티가 강점을 갖고 있는 병의원은 기존 영업력을 동원해 최대한 매출을 올리겠다는 의도로 판단된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이처럼 성장호르몬제를 공급하는 제약사가 성조숙증 치료제 판매에 관심을 보인 사례는 LG화학에서도 확인된다. 역시 성장호르몬제 ‘유트로핀’을 판매하는 LG화학도 2023년 11월 펩트론과 계약을 맺고 전립선암 및 성조숙증 치료제 ‘루프원’ 공급권을 확보한 것이다. 단, 루프원의 경우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허가를 신청하고 대기하는 상태로 파악돼 동아에스티와 LG화학의 본격 대결은 미뤄지고 있다. 

이에 제약업계는 동아에스티의 성조숙증 치료제 판매는 캐시카우 발굴이라는 측면에서 환영하지만 일부 국민의 ‘성조숙증 약은 키 크는 약’이라는 오해를 푸는 정도영업을 당부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성조숙증 치료제 판매가 불경기 여파로 올해부터 주춤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지만 전적으로 동감하지는 않는다”라며 “아이들과 관련된 의약품 인만큼 동아에스티는 부모의 마음으로 영업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키 크는 약이라는 오해로 성조숙증 치료제 시장이 커지니까 정부가 급여기준을 강화하며 지켜보고 있다는 점을 동아도 알고 있을 것”이라며 “정도영업으로 차근차근 매출을 늘려나갈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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