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페이 도입, 높은 수수료와 초기 비용 부담
순익 1위 뺏긴 신한카드, 애플페이 도입 '신중'
시장 점유율 확대 도움되나 복잡해진 손익 셈법
'수익성 악화 vs 시장 점유율 확대' 딜레마적 상황서 전략적 판단 필요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올해 초 신한카드의 애플페이 도입 소식이 전해졌지만 반년 가까이 지난 현재도 잠잠하다. 애플페이로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릴 수 있지만, 높은 수수료와 초기 비용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신한카드의 경우 실적 부진으로 지난해에 이어 1분기도 삼성카드에 업계 순이익 1위 자리를 내준 만큼, 수익성 악화와 시장 점유율 확대 사이에서 전략적 고민이 더 깊어질 수 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까지 현대카드에 이어 애플페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드사는 전무하다. 올해 초부터 신한카드가 애플페이 도입을 위한 준비 절차를 밟고 있지만, 서비스 개시 시점에 대해서는 여전히 확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안팎에서는 신한카드는 금융당국의 약관 심사는 물론 애플페이 개시 시점에 맞춰 진행할 프로모션까지 대부분의 준비가 끝났지만 선뜻 뛰어들지 못하는 상황으로 해석하고 있다.
카드업계는 지난 12년간 지속된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업계에선 가맹점 수수료 인하 여파로 최소 9조2700억원, 많게는 25조원에 달하는 손실을 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경기 둔화로 신용판매 실적이 감소하고 연체율까지 상승하면서 전반적인 수익성이 약화됐다.
특히 신한카드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신한카드는 지난 2007년 LG카드와 합병한 이후 업계 1위 자리를 지켜왔으나 지난해에 이어 1분기 삼성카드에 왕좌를 내준 바 있다. 지난해 신한카드의 4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87.2% 감소한 194억원을 기록하며 업계 1위 자리를 삼성카드에 내줬다. 올해 1분기에도 삼성카드의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7% 증가한 1844억원을 기록한 반면 신한카드는 전년 동기 대비 26.7% 감소한 1357억원으로 집계됐다.
건전성 부문에 있어서도 삼성카드의 1분기 연체율은 1.03%로 주요 카드사 중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한 반면 신한카드의 연체율은 지난 2015년 3분기(1.68%) 이후 최고치인 1.61%로 나타났다.
애플페이 도입 시 발생하는 수수료는 카드사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애플은 카드사로부터 결제액의 최대 0.15%를 수수료로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중국(0.03%)과 비교했을 때 약 5배 높은 수준이다. 지난 2023년 현대카드의 제휴사 지급수수료는 5025억원으로 전년 대비(2752억원) 대비 82.6% 급증했다. 이미 현대카드가 높은 수수료를 내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신한카드 역시 애플페이를 도입한다면 비슷한 수준의 수수료를 부담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발급 시스템 개편, 결제망 구축 등에 쓰이는 초기 비용을 포함하면 애플페이 도입이 카드사 순이익 증가에 효과가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신용카드학회는 해당 비용이 최소 6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달 23일 열린 '2025 한국신용카드학회 춘계세미나'에서 "카드사가 애플페이를 도입해도 당기순이익 측면에서 이익이 크지 않을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애플에 줘야 할 수수료, 단말기 설치 비용, (비자 등) 브랜드 수수료를 감안하면 카드사에 기존 수수료 외 많은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애플페이 도입을 늦출 수도 없는 상황이다. 애플페이 도입은 아이폰 선호도와 맞물려 애플 충성도가 높은 젊은층 유입을 통해 신규 고객과 점유율 확보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대카드는 2023년 3월 애플페이 도입 이후 한 달간 신규 카드 발급량이 전년 대비 2.5배 증가했으며 신규 고객의 79%가 20~30대였다. 개인 신용판매 실적에서도 현대카드는 두각을 나타냈다. 현대카드는 1월 개인 신용판매 14조3171억원을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다. 전년 대비 증가율은 5.2%로 삼성카드(4.4%)보다 높았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최근 신한카드와 삼성카드의 개인 신용판매 점유율 격차는 더욱 좁혀진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사 순위 평가 주요 지표인 개인 신용판매 점유율이 신한카드는 지난달 18.50%로 전월 대비 0.01%포인트 줄어든 반면, 같은 기간 삼성카드는 17.88%에서 18.04%로 0.16%포인트 커지면서 양사의 점유율 격차 역시 0.66%포인트에서 0.46%포인트로 줄었다. 지난해 5월(1.31%포인트)과 비교해도 격차는 계속 좁혀지는 추세다.
업계 관계자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애플페이 도입이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하지만 현 상황에서는 실익이 부족하다고 본다"면서도 "수익성 악화와 시장 점유율 확대라는 딜레마적 상황에서 전략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