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최고가 기록할 때 테슬라는 올해 ‘마이너스’
로보택시 안정성 우려와 유럽 전기차 판매 부진 영향 평가
주가 전망엔 의견 갈려···“결국 숫자로 증명해야” 목소리도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서학개미들의 대표 종목으로 꼽히는 테슬라가 좀처럼 상승 국면을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다. 투자자들의 기대가 컸던 ‘로보택시’(무인 자율주행 택시)는 기술 완성도에 대한 우려로 이어졌고, 유럽 시장에서의 연이은 판매 부진도 투자 심리를 위축시킨 요인이 됐다. 테슬라가 다시금 상승세를 타기 위해선 성장세를 증명할 만한 숫자들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26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밤 뉴욕증시에서 테슬라는 전 거래일 대비 3.79% 내린 327.55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이는 올해 시작가인 390.1달러 대비 16%나 낮다. 테슬라 주가가 고공행진을 했던 지난해 말과 올해 초 테슬라를 적극적으로 사들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웃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주요 대형주 일부가 올해 기준 상승 전환하고 있다는 점에서 테슬라의 주주들의 ‘포모’ (Fear of missing out·FOMO, 나만 뒤처지고 있다는 공포)는 극에 달하고 있다. AI 칩 관련주인 엔비디아의 경우 전날 154.31달러를 기록하며 최고가를 경신했고 시가총액 1위 자리도 차지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시총 1위 자리를 내줬지만, 오름세를 지속하며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테슬라가 이들과 달리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한 배경에는 부정적인 소식들이 연이어 나온 영향이 컸다. 우선 투자자들이 오랜 기간 기다렸던 로보택시 출시와 관련해서 기술 완성도와 안전성에 우려가 불거졌다. 테슬라는 로보택시를 지난 22일(이하 현지시간) 출시했는데 서비스 첫날부터 과속이나 중앙선 침범, 급제동 등 주행 안전성에 의문을 가지게 한 사례가 연이어 나온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최근 테슬라 로보택시 운행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들을 인지하고, 이에 대한 추가 정보를 요청하는 등 정식 조사에 앞선 예비 절차에 돌입했다. 무인 자율주행 택시 시장이 이제 막 태동한 상황에서 이 같은 소식은 테슬라에 대한 기대감을 꺾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여기에 시장 규모가 큰 유럽에서의 판매량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도 투심을 얼어붙게 했다. 이날 유럽자동차제조업협회(ACEA)에 따르면 지난 5월 유럽 전 지역에서 테슬라의 신차 등록 대수는 1만3863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1만9227대 대비 27.9% 감소했다. 테슬라의 유럽 내 점유율은 지난해 1.8%에서 1.2%로 낮아지면서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 중국 전기차가 성장세를 보인다는 부분도 테슬라에 불안 요소로 작용했다. 유럽의 시장조사업체 자토 다이내믹스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중국 자동차 업체들은 유럽에서 총 6만5808대를 판매해 시장 점유율이 1년 전 2.9%의 2배 수준인 5.9%로 끌어올렸다. 중국 전기차 기업 BYD(비야디)의 신차 등록 대수는 같은 기간 397% 늘면서 테슬라와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결과적으로 중국 전기차의 저가 공세와 테슬라 CEO(최고경영자)인 일론머스크의 정치적인 이슈로 인해 테슬라의 유럽 내 시장 영향력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숫자로 나타난 셈이다. 머스크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정부효율부(DOGE) 수장을 맡으면서 진보 성향이 강한 유럽 전기차 소비자층으로부터 반감을 샀다.
이에 테슬라의 미래를 부정적으로 전망하는 글로벌 IB(투자은행)들이 나오고 있다. 대표적으로 UBS는 지난 23일 보고서를 통해 “테슬라의 미래로 꼽히는 자율주행과 휴머노이드 로봇에 대한 기대감은 이미 주가에 반영됐다”며 테슬라의 투자 의견을 ‘매도’로 유지했다. 목표가는 190달러에서 215달러로 높였지만, 이는 현재 주가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반대로 이 같은 악재에도 미래를 긍정적으로 바라본 IB도 존재한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이번 로보택시 서비스 개시가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전반적으로 안전성이 우수했으며 탑승객으로부터의 긍정적 반응이 뚜렷하다고 평가했다. 이를 근거로 테슬라에 대한 비중 확대 의견을 유지했다.
일각에선 테슬라가 기존 최고가를 깨고 장기 우상향하기 위해선 숫자로 증명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투자업계 전문가는 “주가가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으로 올라가기 위해선 숫자로 투자자들에게 성장의 증거를 보여줘야 한다”며 “전기차 판매 증가뿐만 아니라 로보택시의 점유율 확대, 휴머노이드 로봇의 상용화 후 판매 호조 등이 숫자로 나올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