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시총 206조원 증발···비트코인도 폭락

일론 머스크(왼쪽)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지난달 11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팔짱을 낀 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일론 머스크(왼쪽)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지난달 11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팔짱을 낀 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5일(현지시각) 서로를 향해 노골적인 설전을 벌였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머스크가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 성공의 '1등 공신'으로 대우받는 등 두 사람은 ‘밀월관계’를 과시했지만, 집권 1년도 지나지 않아 파국에 이른 것이다. 두 사람의 갈등으로 금융시장도 충격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와 백악관 집무실에서 만난 자리에서 머스크가 자신의 감세 등 국정 어젠다를 반영한 법안에 공개적으로 반대한 데 대해 "매우 실망했다"고 밝혔다. 그는 "일론(머스크)과 나는 좋은 관계였다. 우리(관계)가 더 이상 좋을지 모르겠다. 나는 놀랐다"라고 말했다.  

머스크는 지난달 말부터 트럼프 대통령이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The One Big Beautiful Bill)으로 이름 붙인 감세 법안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바 있다. 트럼프는 머스크가 자신의 감세 법안을 비판한 이유로 전기차 보조금 혜택 폐지와, 머스크가 지지한 인사의 미 항공우주국(NASA) 국장 지명을 철회한 것, 정부효율부(DOGE) 수장 임기를 의도치 않게 끝내게 된 것 등을 거론했다. 

그러자 머스크는 자신이 소유한 소셜미디어(SNS) 엑스를 통해 즉각 반박했다. 자신의 감세 법안 비판 이유로 전기차 보조금 폐지 등을 지목한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이 나오자 발언의 수위를 높인 것이다. 그는 "이 법안에서 전기차/태양광 인센티브 삭감을 유지해라. 하지만 법안 속의 역겨운 특혜의 산더미를 차버려라"라면서 "크고 추악한 법안 또는 얇고 아름다운 법안 중 하나를 가져야 한다. 얇고 아름다운 것이 정답이다"라고 썼다.

머스크는 또 자신이 이 법안 내용을 잘 알고 있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에도 "거짓"(False)이라며 "이 법안을 내게 한 번도 보여준 적이 없고, 의회에서 거의 아무도 읽어볼 수조차 없을 정도로 한밤중에 통과됐다!"고 반박했다.

머스크는 지난 대선 당시 자신의 도움 없이도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에도 정면 반박했다. 그는 "내가 없었으면 트럼프는 선거에서 졌을 것이고, 민주당은 하원을 장악했을 것이며, 공화당은 상원에서 51대 49가 됐을 것"이라며 "아주 배은망덕하다"(Such ingratitude)고 직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머스크에 대해 다시 자신의 SNS인 트루스소셜에서 "내가 그에게 떠나라고 요청했고, 아무도 원하지 않는 전기차를 강요하는 정책을 빼앗았다"며 "그리고 그는 그저 미쳐버렸다!(he just went CRAZY!)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머스크 소유 사업체와 맺은 연방 정부 계약 파기를 시사했다. 그는 "우리 예산에서 수십억달러를 아끼는 가장 쉬운 방법은 일론의 정부 보조금과 계약을 끊는 것이다. 난 바이든(전 대통령)이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게 늘 놀라웠다"고 말했다.  

그러자 머스크는 곧바로 "대통령의 정부 사업 취소 발표에 따라 스페이스X는 드래건 우주선 철수를 즉시 시작할 것"이라고 맞받았다. 그러면서 그는 보수성향 정치평론가의 '트럼프는 탄핵돼야 한다'는 엑스 게시글을 재게시하면서 "예스"라고 적었고,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대외 경제 정책인 관세 정책에 대해서도 "관세로 올 하반기 경기 침체가 예상된다"고 쏘아붙였다. 

두 사람의 정면 충돌로 미국 증시도 흔들렸다. 이날 오전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통화 소식에 강세를 보였던 뉴욕증시는 하락 마감했다. 특히 테슬라 주가는 급락해 종가 기준 시가총액에서 1520억 달러(약 206조원)가 날아갔다.  가상화폐 비트코인 가격도 10만달러 초반 수준으로 폭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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