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부진에 금리 인하 필요성 여전하지만, 한미 금리 격차 및 가계부채 증가세 등 부담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가 1월, 3월, 5월에 이어 또 한번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한국과 미국의 금리 격차가 역대 최대 수준으로 벌어진 상황에서 미국이 금리 인하에 제동을 걸면서 한국은행 역시 숨고르기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18일 연준은 이틀간 진행된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후 정책금리(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연 4.25∼4.50%로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미국의 정책금리는 ▲지난해 9월 0.50%포인트 ▲11월 0.25%포인트 ▲12월 0.25%포인트 등 연이어 인하된 바 있다. 그러다 올해 1월 29일 금리 동결을 결정하며 인하 행렬이 멈췄고 이후 3월과 19일과 5월 7일, 이번까지 총 네 차례 연속 동결됐다.
연준의 이번 결정으로 한국(2.50%)과 미국 간 금리 격차는 상단 기준으로 역대 최대 수준인 2.00%포인트를 유지하게 됐다. 한미 금리 격차가 높은 수준을 지속하면서 한국은행 역시 기준금리 인하보다 동결을 통해 시장 상황을 관망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앞서 12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한은 창립 75주년 기념사에서 “최근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 중반 수준으로 낮아졌지만 미국의 금리 인하 속도 조절에 따라 내외 금리차가 더 커질 수 있고 무역 협상 결과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도 커서 외환시장 변동성이 다시 확대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은 지난 5월 기준금리를 인하하며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5%에서 반토막 난 0.8%로 하향했다. 경기 부진으로 경기 하방 압력을 완화할 필요성이 커지자 이를 고려해 기준금리 인하에 나섰지만 추가 인하는 미국의 통화 완화 속도를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아울러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 증가세가 가팔라지고 있다는 점도 기준금리 인하 흐름에 제동을 거는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 서울에서는 2020∼2021년 주택가격 급등기의 가격을 넘어서는 아파트가 속출했으며, 5대 은행 가계대출은 이달 들어 불과 12일 사이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약 2조원이나 불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만약 다음달 10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 시점까지 서울 집값과 가계대출 증가세가 뚜렷하게 안정되지 않는다면, 한은으로서는 불안한 금융·부동산 시장을 고려해 일단 금리를 동결하고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효과 등을 지켜볼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