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테라파마, 지난해 파킨슨병 임상 2상 실패
희귀질환 신약후보 연구 강화 재도약 채비
[시사저널e=최다은 기자] 부광약품의 덴마크 자회사 콘테라파마가 희귀질환 치료제를 타깃해 신약 사업 의지를 높이고 있다. 지난해 임상 실패를 만회하고자 새로운 신약후보물질 발굴과 연구 고도화가 이뤄지고 있다. 모회사인 부광약품은 최근 유상증자를 추진하며 콘테라파마 연구에 힘을 싣겠다는 계획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부광약품의 덴마크 자회사 콘테라파마(Contera Pharma)가 미충족 의료 수요가 높은 희귀 질환을 겨냥해 중장기 성장동력을 모색하고 있다. 모회사인 부광약품은 지난 3월 93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며 자금조달에 나선 가운데 일부는 콘테라파마의 연구개발 실탄으로 활용될 것으로 예상돼 시너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앞서 콘테라파마는 지난해 파킨슨병 이상운동증 치료제 'JM-010'의 임상 2상에서 1차 평가변수 목표를 충족하지 못하며 개발에 실패한 바 있다. JM-010의 2개 용량을 12주간 치료 후 평가한 통합이상운동증평가 스케일 총점의 변화량이 위약(가짜약) 투여 환자군 대비 유의미한 개선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JM-010은 파킨슨병 치료제 ‘레보도파’ 투여 시 발생하는 이상운동증을 치료하기 위해 콘테라파마에서 개발한 후보물질이다.
콘테라파마는 부광약품이 99.33% 지분율을 보유한 신약 개발 전문 자회사다. 부광약품이 2014년 약 34억원을 투자해 인수했다. 연구개발비 확보를 위해 IPO를 추진했지만 2021년 기술성평가에서 탈락했다. JM-010의 2상 실패까지 맞물리면서 IPO 계획은 잠정 연기됐다.
콘테라파마의 신약후보물질 개발은 수년째 기초 연구와 전임상 단계에 머물러 있다. 콘테라파마의 신약 포트폴리오에서 인체 대상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는 파이프라인은 파킨슨병 치료제 JM-010와 임상 1b상 진행 중인 아침무동증 치료제 'CP-012' 뿐이다. JM-010의 2상이 실패로 끝나면서 콘테라파마는 후속 파이프라인으로 성장 비전을 그려야 하게 됐다.
또 모회사인 부광약품은 지난 3년간 영업적자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콘테라파마에 대규모 연구비를 집행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었다. 2014년 콘테라파마 인수 이후 좀처럼 임상 전개에 속도가 붙지 않은 이유다. 부광약품은 지난 2022년 연구개발 비용과 매출원가 상승, 경영개선 조치 등의 영향으로 창립 최초로 적자를 기록했다.
부광약품은 실적 개선을 위해 지난해 고강도 구조조정을 시행하고 외상매출과 유통재고 축소, 채권기일 단축을 단행하며 재무건전성을 높였다. 그 결과 올해 1분기 영업이익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또 지난 3월 대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하며 자본 확충에 나섰다. 연구개발(R&D)에 쓸 실탄을 늘려 재도약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부광약품은 유상증자 자금 활용 계획에 대해 약 845억원은 시설 자금으로 사용하고 남은 현금은 제제개발 등 R&D 운영자금으로 쓰겠다고 밝혔다. R&D 자금 일부는 콘테라파마 연구비로도 쓰일 전망이다. 부광약품은 중장기 성장동력인 신약개발 투자를 점진적으로 늘려가겠다는 방침이다.
부광약품 관계자는 “현재까지 콘테라의 연구개발 활동은 부광약품의 지원자금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추가적인 연구개발 자금 확보를 위해 외부 투자유치나 해외 기업들과 연구 협력과 기술이전 등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콘테라파마의 신약 파이프라인들이 아직 초기 단계에서 개발되고 있는 점은 부광약품에게 시간과 비용 투자 부담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부광약품은 신속한 개발을 위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희귀의약품 지정 및 패스트트랙 절차 등도 검토 중이다.
콘테라파마의 주력 파이프라인은 파킨슨병 대상 임상 1b상이 진행 중인 CP-012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11월 첫 환자 투약이 진행된 후보물질이다. 카나반병 치료제로 개발 중인 CP-102, 희귀 단일유전자성 신경질환인 대사성 백질이영양증 치료제 CP-101, 샤르코-마리-투스병 타깃의 CP-301 등도 있다. 향후 파이프라인 확장을 위해 RNA 플랫폼의 고도화 및 확장 작업을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콘테라파마 관계자는 “현재는 각 파이프라인에 대해 임상 2상 단계 전후에서 기술이전을 추진하는 것이 수익화 전략으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며 “다만 희귀의약품 지정을 통한 패스트트랙 절차를 활용할 수 있다면 중장기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희귀질환은 전체 환자 수는 적지만 미충족 의료 수요가 높아 환자들의 치료 옵션 수요가 높다”며 “개발 효율성이 높은 분야로 여겨져 희귀질환 분야로 R&D 전략을 구체화하게 됐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