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R 붙은 한전기술, 증시 급락 속에서도 15% 넘게 급등
SMR 관련주, 성장성에 올 들어 가파른 상승 흐름 보여
실적보다 스토리 강한 테마라는 점에서 리스크 있단 지적도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글로벌 증시에서 SMR(소형모듈원자로) 테마가 뜨겁게 달궈지고 있다. AI 산업 확산과 함께 탄소중립 필요성이 맞물리면서 SMR이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집중 조명받은 영향이다. 시장을 주도하는 장기적인 테마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아직 실적보다 스토리가 강한 테마라는 점에서 리스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한전기술은 전날 대비 15.92% 상승한 10만4100원에 장을 마쳤다. 장중에는 19.27% 오른 10만7100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이날 국내 증시가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에 급락한 것을 감안하면 눈에 띄는 주가 흐름이다. 한전기술은 전날에도 24.38% 상승하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았었다.
한전기술이 증시에서 강세를 보인 배경에는 SMR이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전날 미국 SMR 설계업체 오클로가 미 국방부로부터 알래스카 공군기지에 소형원자로 설치 허가를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SMR 산업의 성장 기대가 증시에 반영됐다. 한전기술은 경수로 기반 SMR 모델을 개발 중으로 시장 확대 수혜주로 분류됐다.
SMR은 300메가와트(㎿) 이하 용량의 소형원자로를 말한다. 탄소 배출이 없는 에너지원이며 비용이 저렴하고 건설 기간이 짧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다양한 지역에 설치가 가능하며 송전망이 부족한 지역에도 전력을 공급할 수 있어 급증하는 AI 전력 수요에 적시에 대응할 수 있는 에너지원으로도 꼽힌다.
SMR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부터 강조하고 있는 분야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3일(현지 시간) 원자력(이하 원전) 규제 완화안을 담은 행정명령 4건을 서명하며 “이제는 원전의 시대”라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핵은 매우 안전하며 환경친화적인 산업”이라며 “이번 행정명령은 SMR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대형 원전도 건설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국내에서도 SMR 육성을 위한 움직임들이 나타나고 있다. 전날 정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황정아 국회의원은 SMR 개발 지원을 위한 ‘SMR 특별법’을 대표 발의했다. SMR 특별법이 통과되면 정부는 SMR 시스템 개발 역량을 보유한 민간기업의 육성과 SMR 실증을 위한 부지와 비용 지원, SMR 관련 연구시설 장비의 이용 등을 위한 행정·기술·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게 된다.
시장에서는 SMR 관련주 찾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SMR 테마가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기대가 형성된 까닭이다. 그도 그럴 것이 SMR 시장은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경제포럼(WEF)은 SMR 시장 규모가 2027년 104억달러(약 14조원)에서 2040년까지 3000억달러(410조원)가 될 것으로 관측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경우 2035년 글로벌 SMR 시장 규모를 약 600조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한전기술 외에 SMR 대표주 중 하나로는 두산에너빌리티가 꼽힌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국내 원전 주기기 제작의 핵심 기업으로, 최근에는 원전 해체 사업과 SMR 부문에도 진출하며 사업 다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원전 경쟁력을 높게 평가받으며 연이은 수주 낭보를 전하기도 했다. 이 영향에 주가는 올 들어 3배 넘게 상승한 상태다.
NH투자증권은 지난달 30일 보고서에서 태웅을 진정한 SMR 관련주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태웅은 지난 2월 캐나다 내 300MW급 SMR용 단조부품 공급 계약 체결에 성공했는데, 이를 들어 SMR 관련 부품 수주에 성공한 몇 안 되는 수혜주라는 주장이었다.
발전설비 전문기업인 비에이치아이도 SMR 수혜주로 지목된다. KB증권은 지난달 말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비에이치아이가 향후 원정과 SMR 생태계의 구조적인 변화에 따른 수혜 가능성을 언급했다. 국내 유일 1계통 보조기기 납품이 가능한 기업인 데다 여러 가지 레퍼런스를 통해 납기, 단가 등에서 실제로 강점을 증명한 기업이라는 것이 근거였다.
건설사인 현대건설과 DL이앤씨, 삼성물산도 SMR 관련주로 분류되기도 한다. 이들은 글로벌 건설시장에서 뛰어난 안정성을 보유하고 있어 SMR 플랜트 사업 및 유지보수 사업을 따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현대건설의 경우 미국 SMR 원천기술 업체인 홀텍과 함께 수주전에 뛰어들기도 했다. 현대건설은 SMR 및 원전 수혜 기대에 주가가 올들어 191% 상승했다.
미국 증시에서는 테라파워가 거론된다. 테라파워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2008년 설립한 회사로, 미국에서 4세대 SMR 실증 플랜트 건설을 가장 먼저 한 회사다. 이 밖에 SMR 기업인 뉴스케일파워, 원전 기업인 콘스텔레이션 에너지와 오클로, 우라늄 생산 회사인 카메코 등이 SMR 관련주로 분류된다.
다만 아직 실적보다 스토리가 강한 테마라는 점에서 투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 투자업계 전문가는 “SMR 시장 성장에 대한 기대는 있지만 숫자로는 연결되기에는 아직 먼 상태”라며 “SMR 상용화가 늦어지거나 안전상의 문제가 발생하는 악재가 나올 경우, 그동안 많이 상승한 만큼 주가에 큰 충격이 있을 수 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