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도강 5월 매수자, 채권최고액 비율 일제히 상승···실수요자 증가 움직임
기준금리 인하·李대통령 정비사업 활성화 공약 기대감 영향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서울 부동산 시장이 다시 불장을 맞은 모습이다. 지금까지는 강남3구(강남, 서초, 송파구)에서 시작된 매수세가 마용성(마포, 용산, 성동구)으로만 옮겨 붙었지만 최근에는 서울 외곽지역까지 확산하며 중저가 시장인 노도강(노원, 도봉, 강북구)까지 꿈틀대고 있다. 금리인하와 정부 정책 기대감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9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5월 서울 노도강 지역의 집합건물(아파트, 빌라, 오피스텔) 소유권이전등기 기준 거래가액 대비 채권최고액 비율은 직전 월인 4월 대비 일제히 높아졌다.
노원구는 4월 63.6%에서 66.4%로 2.8%p 올랐고, 도봉구는 59.5%에서 65.0%로 5.5%p 상승했다. 또한 강북구는 4월 62.2%에서 5월 68.6%로 전월 대비 6.4%p 높아졌다. 채권최고액은 은행이 대출자에게 상환을 요구할 수 있는 한도 금액으로, 금융권 대출을 활용해 매수에 나선 실수요자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노도강 지역이 움직이기 시작한 건 지난달 말부터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을 보면 노도강 지역은 그간 매수수요가 붙지 않으면서 지난달 중순까지 집값이 하향곡선을 그렸다. 그러나 금리가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이후 실제 한국은행이 지난달 29일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2.50%로 0.25%p 인하하면서 직전주까지 보합을 보이던 세 곳 자치구는 즉각 상승세로 전환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전부터 공급부족에 대한 해결책으로 재건축과 재개발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밝혀 온 만큼, 새 정부의 정책으로 인해 기대감이 커진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노도강 지역은 전체 25만여세대 가운데 90%가 준공 20년을 넘긴 노후주택이다. 재건축 추진 단지만도 100여개에 달한다. 다만 원자잿값과 인건비 상승으로 예정 추가분담금이 높아지면서 사업이 멈춰선 단지도 적지 않다. 일례로 노원구 상계주공5단지는 2023년 11월 GS건설과 분담금 문제로 계약을 해지했지만 2년째 시공사를 다시 선정하지 못하며 답보상태에 빠져 있다.
올해 초부터 이어진 전셋값 상승도 매수세에 영향을 줬다. 전셋값이 올해 초부터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고 내년 하반기까지 오름세를 내다보는 전문가들이 늘어나면서 다음달 3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시행 전에 매매를 고려하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금리 인하라는 호재와 7월부터 시작되는 대출규제라는 악재 속에서도 시장은 금리인하로 인한 매수세 증가 쪽에 더 힘을 싣는 모양새라고 평가한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노도강과 같은 중저가 지역은 대출 의존도가 높은 만큼 금리 인하 효과가 빠르게 체감되는 곳”이라며 “금리 뿐만이 아니다. 공급 위축 우려감, 정부의 재건축 활성화 약속에 따라 수요 증가, 지속적인 전셋값 상승 등으로 매수심리 전반에도 이전과 다른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