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유예로 ‘밀어내기 수출’ 본격화
운임 급등에 HMM 실적 기대감 상승
“단기 반등일 뿐” 신중론도 공존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글로벌 해상운임이 다시 들썩이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상호 고율 관세를 90일간 유예하기로 합의하자 미주 항로를 중심으로 물동량이 폭증했고 선복 확보 경쟁에도 불이 붙었다. 글로벌 컨테이너 운임이 단기간에 급등세로 전환되면서 국내 최대 해운사인 HMM의 실적 반등 기대도 고조되고 있다.
◇ SCFI, 한주 만에 30% 급등···미주 노선 ‘발화점’
3일 상하이해운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2072.71P을 기록하며 전주 대비 30.6% 급등했다. SCFI가 2000선을 넘어선 건 지난 1월 이후 4개월 만이다. 특히 미주 서안 노선 운임은 FEU(40피트 컨테이너) 기준 5172달러로, 1주일 만에 57.9% 폭등했다.
이번 SCFI 급등의 방아쇠는 미·중 관세 유예다. 양국이 최근 스위스 제네바 협상에서 상호 115%P씩 관세를 낮추기로 합의한 뒤, 몇 달간 멈췄던 중국발 수출이 일시에 재개됐다. 이른바 ‘밀어내기 수출’이 시작되면서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지고 있다.
문제는 해당 수요에 맞춰 운항할 선박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미·중 간 무역이 얼어붙었던 지난해 글로벌 선사들이 미주 노선에서 대규모로 선복을 감축한 영향이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에 유럽과 지중해 노선 운임도 영향을 받고 있다. 선사들이 다시 선대를 미주로 몰리면서 타 노선 공급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지중해 노선은 TEU(20피트 컨테이너)당 3061달러로 전주 대비 31.49% 상승했고, 유럽 노선도 20% 넘게 올랐다.
◇ “이런 시황이면 컨센서스 상회”···HMM 반등 기대
운임 급등에 따라 국적선사 HMM의 실적 상향 기대가 본격화되고 있다. 증권업계에선 올해 2~4분기 HMM의 영업이익 컨센서스(시장예측평균치)를 각각 3000억원대 수준으로 보고 있으나, 최근 운임 추세가 이어진다면 1개 분기 기준 6000억원 이상 영업이익도 가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은 선사가 화주보다 가격 결정권을 쥔 시장”이라며 “단기적인 오버슈팅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특성상 HMM 실적이 가파르게 개선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나증권은 HMM이 올해 매출 10조6000억원, 영업이익 1조9200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존 컨센서스인 매출 10조2701억원, 영업이익 1조6212억원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다만 이번 운임 급등을 무작정 낙관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나온다. 최근 운임 상승은 단기 수급 충격에 따른 ‘스파이크’일 뿐 시황이 구조적으로 상승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보기는 아직 이르다는 평가다. 실제로 SCFI가 30% 넘게 급등한 주간, 유럽 증시에 상장된 글로벌 해운사들의 주가는 오히려 내림세를 보이기도 했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컨테이너선 물동량 전망치가 근본적으로 개선되려면 우크라이나 전쟁이 종식되고 과거와 같은 자유무역 질서가 복원돼야 한다”며 “하지만 현재 미국의 대중 무역 압박 기조를 고려하면 이를 기대하긴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