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해외 시장 소주 매출 5000억원 달성 목표
“주류 산업 통해 시간, 공간, 문화 만들어야”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새로운 100년을 시작한 올해는 하이트진로의 ‘진로(JINRO)의 대중화’에 있어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입니다.” (김인규 하이트진로 사장)
하이트진로가 지난 18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기자 간담회를 갖고 ‘진로의 대중화’ 방향성을 제시했다.
◇과일소주에서 후레쉬로, 진로의 대중화
김인규 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하이트진로는 단순 수출을 넘어 현지화된 브랜드로 문화와 감성을 전하는 현지인들의 동반자가 되고자 한다”면서 “필리핀을 넘어 아세안 전역에서 진로의 존재감을 확장하고, 글로벌 주류 시장에서도 참이슬, 진로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술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하이트진로는 전 세계 소주를 80여개국에 수출하고 있는 대한민국 대표 회사”라면서 “필리핀은 소주 세계화와 진로 대중화가 가장 모범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시장”이라고 했다.
이어 “이제 해외에서 소주는 더 이상 한국 음식점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주류가 아닌 현지인들이 주로 찾는 편의점, 마트, 온라인 쇼핑몰, 심지어 칵테일 바에서도 트렌디하고 친근하며 즐거운 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면서 “필리핀 시장에서 대한민국 소주 역사를 새롭게 써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하이트진로는 지난 2019년 7월 필리핀 사업허가증을 취득하고, 10월 수입인허가를 받아 영업을 시작했다. 같은해 12월엔 동남아시아 일대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해외전용상품 딸기에이슬을 비롯해 참이슬 등 1만3000여상자(1상자=360㎖ 병 30본)를 초도 수출했다.
앞서 하이트진로는 2016년 ‘소주의 세계화’를 선포하고 경제성장, 인구기반, 주류시장 현황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베트남 등 인도차이나 밸트 내 동남아 국가를 집중 공략해왔다.
지난해 창립 100주년을 맞은 하이트진로는 창립 100주년을 맞아 ‘글로벌 비전 2030’을 선포하고 ‘글로벌 소주 1위’ 브랜드로 도약하겠단 비전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세계인이 단순 하이트진로 소주를 아는 것을 넘어 일상에서 손쉽게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소주 대중화’에 앞장서겠단 계획도 밝혔다.
하이트진로는 새로운 글로벌 태그라인(TAGLINE·슬로건)으로 ‘편하게 한 잔, 한 잔 후 가깝게(EASY TO DRINK, DRINK TO LINK)’도 제시했다. 이를 위해 하이트진로는 베트남 하노이 인근 타이빈에 첫 해외 생산 기지를 짓고 있다. 면적 약 8만2083㎡(5000여 평) 축구장의 11배 크기 공장으로, 과일소주 생산을 위해 1개 라인이 들어설 예정이다. 연간 약 100만상자(3000만병)를 생산하는 것이 목표다.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해외에서 연평균 12.6% 성장을 기록했다. 지난 2022년 세계 최초 1억 상자 판매를 돌파했고, 소주 단일 품목으로 1억달러를 수출하는 성과도 냈다. 하이트진로의 목표는 2030년 해외 시장 소주 매출액 5000억원 달성이다.
◇“모든 문화가 주류 산업의 경쟁자”
필리핀 현지를 둘러본 김인규 사장은 “시장을 둘러봤는데 편의점에 물건이 상당히 많이 진열돼 있어 결과적으로 만족할 만하다”면서 “다량이 아니여도 소주가 진열돼 있다는 것은 고무적이다. 지금도 앞으로도 편의점, 슈퍼 등에서 참이슬, 진로를 볼 수 있다는 것은 굉장한 성장”이라고 말했다.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3.1% 성장한 2조5992억원, 영업익은 68% 오른 2081억원으로 기록됐다. 올 분기에도 매출은 6128억원으로 1.3% 감소했으나, 영업익은 627억원으로 29.7% 증가했다. 필리핀법인 매출은 올 1분기 26억원, 영업익 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9%, 33%가량 감소했다. 다만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필리핀 법인은 지난해 기준 동남아 시장에서 현지 판매량 1위를 기록했다.
김인규 사장은 “우리 경쟁자는 오비맥주, 롯데칠성음료가 아닌 넷플릭스, 여행, 스포츠, 다양한 취미 활동 등 문화·엔터테인먼트 산업 전반의 콘텐츠가 경쟁자”라면서 “이들이 제공하는 것은 단순 제품이 아니라 ‘시간을 소비할 가치가 있는 경험’”이라고 밝혔다.
이어 “진로는 술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 소비자가 시간과 공간 속에서 진로 브랜드를 직접 체험하고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콘텐츠를 제작하려 노력하고 있다”면서 “사람과 문화를 연결시켜줄 만한 촉매체는 주류라고 생각한다. 진로를 세계인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브랜드로 성장시킬 것”이라고 했다.
필리핀 법인 실적 저조에 대해선 투자를 언급했다. 김 사장은 “지금 주류 시장의 경쟁은 치열하기 때문에 투자해야 하는 시점이라 투자비용이 많이 들고 마케팅 비용, 관세, 운반비 등이 뒤따른다”면서 “외국 시장에서 주류 영업은 로컬 시장이 튼튼하게 자리 잡고 있어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하이트진로가 소주 대표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