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소주 인수 바탕으로 수출용 소주 선봬
동남아 중심 소비자 초기 반응 살피는 단계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오비맥주가 첫 자체 소주 브랜드 ‘건배짠(GEONBAE ZZAN)’을 선보였다. K-소주 열풍이 부는 동남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건배짠을 수출하겠단 구상이다. 그간 맥주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해온 오비맥주는 건배짠을 통해 소주까지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게 됐다.

20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오비맥주는 제주소주 인수를 바탕으로 수출 전용 소주 브랜드 ‘건배짠’을 론칭하고 동남아를 중심으로 수출을 준비 중이다.

◇‘맥주’에만 기댔던 오비맥주의 도전

오비맥주는 오랜 기간 맥주 사업에만 집중했다. 경쟁사인 하이트진로, 롯데칠성 등이 일찌감치 종합주류기업을 목표로 삼은 것과 대조적이다.

오비맥주 최근 실적 추이. / 표=김은실 디자이너
오비맥주 최근 실적 추이. / 표=김은실 디자이너

국내 맥주 시장에서 오비맥주는 1위 기업이다. 오비맥주의 대표 브랜드 ‘카스 프레시’는 올 1분기 맥주 가정시장에서 48%의 점유율로 판매량 기준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4.3%포인트 상승한 규모다. 카스 선전에 힘입어 오비맥주는 60.1%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제조사 중 1위를 차지했다.

올 2분기에도 카스 프레시는 48.8%의 점유율을 내며 가정 맥주 시장에서 브랜드별 판매량 1위를 기록했다. 카스 라이트는 4.9%의 점유율로 3위를 차지하며, 국산 맥주 브랜드 중 톱3에 카스 브랜드가 1·3위로 집계됐다.

오비맥주가 소주로 시선을 돌린 데는 맥주 시장의 침체가 있다. 지난해 국내 맥주 출고량은 163만7210㎘로 전년 대비 3% 줄어들었다. 주 소비층인 Z세대 음주 취향이 위스키, 하이볼 등으로 옮겨간 영향이다.

실적도 오비맥주는 지난해 성장 추세로 전환하긴 했지만 새 동력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오비맥주는 지난 2023년 매출 1조5500억원, 영업익 2348억원을 기록하며 잠시 주춤했다. 그러다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12.5% 오른 1조7438억원, 영업익은 55.9% 증가한 3661억원을 거두며 성장 흐름을 탔다.

오비맥주는 지난해 9월 신세계그룹 주류 계열사 신세계엘앤비(신세계L&B)로부터 제주소주를 인수하면서 소주 사업 확대를 예고했다. 같은해 12월 오비맥주는 제주소주를 흡수합병했다.

그간 소주 사업을 해본 적 없는 오비맥주는 카스와 제주소주의 글로벌 공략에 속도를 내는 동시에 브랜드 강점을 살려 글로벌 소비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한국 주류를 론칭하겠다고 공언했다.

구자범 오비맥주 수석부사장은 “오비맥주의 장기 성장 전략의 일환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것”이라며 “오비맥주는 한국 소비자들에게 최고의 맥주 경험을 제공하는 데 전념하는 동시에 카스 수출 네트워크 확장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소주 후발주자, 국내 대신 해외로

오비맥주는 소주 후발주자인 만큼 국내 대신 동남아를 중심으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주류업계에선 국내 소주 시장 기준 하이트진로가 참이슬로 시장점유율 53%를 차지하는 소주 강자로 꼽힌다. 그 뒤로 롯데칠성(처음처럼)이 20%, 무학(좋은데이) 9% 등 순이다.

현재 하이트진로는 참이슬 브랜드를 활용한 과일소주를 앞세워 동남아 시장에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소주 수출 1위 기업이다. 하이트진로는 올해 베트남 현지공장 착공식에 들어갔고 최근 필리핀에서의 성과를 바탕으로 동남아 소주 시장을 적극 공략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지난 5월 필리핀 대형마트 퓨어골드에서 만난 소비자 안드레아씨는 “드라마에서 한국 사람들이 소주를 마시는 모습을 자주 보다 보니 자연스럽게 접하게 됐다”면서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한 번에 한 병 정도씩 가족들과 마신다”고 말했다.

업계 추산 소주 시장 점유율. / 표=김은실 디자이너
업계 추산 소주 시장 점유율. / 표=김은실 디자이너

롯데칠성음료는 과일소주 ‘처음처럼 순하리’를 앞세워 수출량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순하리는 현재 유자·복숭아·블루베리·사과·딸기·요구르트·애플망고 등 9개 품목에서 수출 전용 제품을 운영 중이다. 과일소주로 확보한 각국 소비 수요를 기반으로 처음처럼, 새로 등 일반 소주 제품을 현지에 전파하는 데도 힘쓰고 있다.

경쟁사의 성과를 바탕으로 오비맥주는 건배짠을 오리지널과 과일소주(복숭아·자몽·요거트·청포도) 등 5종으로 구성해 해외 수출에 나설 방침이다. 오비맥주는 동남아를 시작으로 미국, 캐나다 등 수출국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그러나 업계에선 오비맥주가 소주 후발주자로서 어느정도 성과를 낼지에 의문을 품고 있다. K-팝, K-드라마 등 영향으로 한국 소주의 인기가 높아지는 것은 맞지만 해외 시장에서도 이미 하이트진로의 ‘~에 이슬’ 과일소주, 롯데칠성의 순하리 등이 성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또 오비맥주 건배짠의 경우 제주소주의 생산 공장인 제주공장에서 생산될 예정이다. 제주공장의 생산설비 등 역시 선두 사업자들과 경쟁할 만한 수준이 아리나는 점에서 신규 라인 증설이 불가피하다. 이 경우 대규모 투자는 물론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한류 열풍에 따라 동남아를 비롯한 해외 시장에서 K-소주가 인기가 있다보니 소비자 니즈에 부응하고자 건배짠을 출시하게 됐다”면서 “소주 시장의 경우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일단 해외 시장서 초기 반응을 살피는 단계”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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