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가격 경쟁력 높아진 한국산 강관
조강 생산량 감소 속 유일한 성장세
트럼프 정책 변화로 수출 기회 확대 기대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미국의 25% 관세 부과에도 한국 강관의 수출은 흔들리지 않았다. 1분기 강관 수출량은 전년 동기 대비 상승세를 보였고 미국 시장에서도 관세 장벽을 뚫고 수출 증가를 기록했다. 국내 조강(쇳물) 생산량이 감소하는 가운데 강관만이 예외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11일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국내 조강 생산량은 1550만톤(t)에 그치며 4년 연속 감소했다.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0년 이후 15년 만에 최저치다. 

반면 강관 생산량은 매월 증가세를 기록했다. 1월 35만3783(t)에서 2월 37만759t, 3월 38만1111t으로 상승세를 보였다.

생산량 증가에 발맞춰 수출도 탄력을 받고 있다. 강관 수출량은 1월 14만2655t, 2월 14만6703t, 3월 18만91t으로 꾸준히 늘다가 4월에는 17만9794t으로 3월과 비슷한 수치를 보였다. 

대미 수출량이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전체 수출량이 늘었다는 분석이다. 1월만 해도 7만8102t에 그쳤던 대미 강관 수출은 2월 9만188t, 3월 11만2545t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주목할만한 건 지난 3월 12일부터 미국이 한국산 강관에 25%의 관세를 부과했음에도 불구하고 3월 한 달간 대미 수출량은 전월 대비 23.1% 증가했다는 점이다. 4월 대미 수출량은 전월 대비 소폭 하락했지만 1~2월보다는 크게 늘었다.

미국 인프라 투자 확대와 현지 강관 수요가 그만큼 탄탄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세아제강지주의 미국 강관 생산법인 SSUSA는 현지 수요에 발맞춰 공장 ‘풀가동’ 중이다. 현지 강관 수요가 그만큼 높다는 의미다. 

넥스틸 유정용 강관. / 사진=넥스틸
넥스틸 유정용 강관. / 사진=넥스틸

미국 내 강관 가격이 크게 오른 점도 수출량 증대에 도움이 됐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내 강관 가격이 상승하면서 관세에도 불구하고 한국산 강관의 가격경쟁력도 한층 높아진 상황”이라고 했다. 미국 내 철강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한국산 강관이 상대적으로 매력적인 가격대를 형성했고, 이에 따라 수출 물량이 확대됐다는 설명이다. 중국산 철강이 사실상 미국에서 퇴출된 상황에서 품질이 좋은 한국산 철강이 주목받는 영향도 있다.

업계는 미국의 25% 철강 관세가 미국 내 강관 가격 상승을 동반한 가운데 쿼터제 폐지로 수출량이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화석연료 회귀’ 기조에 따라 관련 철강 수입도 늘고 있다. 다만 한국 철강 업체들은 수출 물량을 갑작스럽게 늘리지 않고 자제하고 있다. 쿼터 해제를 기회로 물량을 크게 늘렸다가는 트럼프 행정부의 견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향후 미국이 추진하는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가 본격화하면 강관업계가 더욱 바빠질 전망이다. 알래스카 북부와 남부를 잇는 1300㎞ 길이의 가스관을 건설하는 데만 LNG 메인 파이프라인 80만t, 그 외 기타 강관 수요가 40만t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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