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드 가격도 전달 대비 11.1% 상승
삼성·SK, 각각 2Q 메모리 출하량 확대
[시사저널e=고명훈 기자] 지난달 범용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반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D램은 지난해 말 한차례 큰 폭으로 하락한 이후 오랜만에 20% 이상 상승했으며 낸드플래시 역시 올 초부터 지속 상승세를 유지하다가 크게 상승했다.
반도체업계에서 이번 가격 반등두고 메모리 구매업체들의 사재기 수요가 본격한 결과란 분석이 나온다. 최근 미국 관세 정책 변화에 따른 불확실성이 확대되자, 세트업체들이 선제적으로 메모리 재고 비축에 나섰단 해석이다.
6일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 4월 PC용 D램 범용 제품(DDR4 8Gb 1Gx8)의 평균 고정거래가는 1.65달러(2366원)로 전달 대비 22.22% 급등했다. D램 가격은 지난해 11월 20.59% 급락한 이후 12월부터 4개월간 보합세를 이어오다 이번에 다시 크게 올다.
낸드플래시는 1월 이후 4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지난달 더 큰 폭의 상승을 기록했다. 메모리카드·USB용 범용 제품(128Gb 16Gx8 MLC)의 4월 평균 고정거래가는 2.79달러(4004원)로 전달 대비 11.06% 올랐다.
고정거래가는 기업 간 대량 거래 가격으로,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경기 흐름을 가늠하는 주요 지표다.
D램익스체인지의 모회사 트렌드포스는 범용 D램 가격이 올해 1분기에 전분기 대비 8~13% 하락했지만, 2분기 3~8%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낸드플래시 가격 역시 1분기 15~20% 떨어졌다가 2분기부터 3~8% 상승으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가격 반등이 일시적 현상에 불과할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2분기에 집중된 메모리 사재기 수요가 하반기 수요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단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최근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주요국 관세정책 변화 및 AI향 반도체 수출 통제 강화로 하반기 수요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다”며 “2분기의 경우 관세 유예 영향을 받아 세트 선제적인 재고 축적을 위한 일부 고객들의 선행 공급 요청이 접수되고 있고, 이러한 2분기 선행 구매 현상이 하반기 수요에 다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세트업체들의 메모리 선행 구매가 향후 재고 조정을 우려할 만큼 크지 않단 의견도 있다.
김우현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는 “2분기 여전히 국가별 관세와 관세 부과 대상 등 세부 내용이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고, 고객들 역시 수요에 대한 가시성이 낮아서 선제 공급을 요구하는 수요의 규모가 재고 조정을 우려할 만큼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공급업체 역시 시장의 불확실성을 반영해서 투자와 생산 운영을 할 것으로 보여 팬데믹 때와 같은 급격한 구매 수요의 조정이 올해 하반기에 발생할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2분기 메모리 빗그로스(출하량 증가율) 전망으로 D램은 전분기 대비 10% 초반대, 낸드플래시는 10% 중반대 상승을 제시했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는 D램과 낸드플래시 출하량이 각각 10% 초반대와 20% 이상의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재준 부사장은 “2분기 D램의 경우 상대적으로 평균판매단가(ASP)가 낮았던 모바일과 PC 응용부터 가격 회복이 예상된다”며 “낸드플래시의 경우 전반적으로 가격하락 폭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일부 제품에 대해선 플랫 또는 소폭 상승 수준으로도 가격 변화를 전망한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