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구, ‘브랜드리팩터링’에 10.8% 매각···경영권 완료 시 28억 수령
나원균 대표 등 경영진 인지 못해···브랜드리팩터링은 대표 확인 안 돼
브랜드 연결 C업체, 287억 영업손실···“68년 업체가 이렇게 인수되나”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동성제약 최대주주가 변경되면서 자칫 경영권 분쟁으로 확대될 조짐이 파악된다. 제약업계는 68년 전통 제약사가 설립된 지 2년 8개월 된 업체에 인수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견 제약사인 동성제약은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고 전날 공시했다. 이번 계약을 통해 ‘브랜드리팩터링’은 이양구 동성제약 회장 지분 368만 4838주를 주당 3256원에 매입키로 했다. 총 매매대금은 120억원이다. 해당 계약이 21일 체결된 데 이어 1차 매매대금 92억원은 22일 지급됐다. 이양구 회장의 잔여 주식은 86만 5165주로 파악된다. 향후 동성제약 임시주주총회에서 브랜드리팩터링에 경영권 이전이 완료되면 잔금 28억원을 수령할 예정이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이미 동성제약 최대주주는 ‘이양구 외 5인’(지분율 21.26%)에서 브랜드리팩터링(10.8%)로 변경된 상태다. 향후 브랜드리팩터링이 경영권 이전을 완료하면 동성제약 지분 총 14.12%를 확보할 전망이다. 보유자금을 통해 지분을 인수한 브랜드리팩터링은 경영참여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처럼 동성제약 최대주주가 전격적으로 변경되자 동성 임직원은 물론 업계 관계자들 관심이 쏠리는 분위기다.

우선 동성제약은 공식 입장 표명을 유보한 상태다. 향후 임시주총에서 가닥이 잡힐 것으로 예상, 주총 이후 입장 발표가 가능하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같은 입장과 별도로 동성제약 동향에 정통한 복수의 업계 소식통은 나원균 대표 가 이번 계약을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제약업계 관계자 A씨는 “당초 이 회장이 지난해 10월 대표이사를 조카인 나원균 부사장에게 넘기면서 경영실적 회복이 예상됐고 나 대표도 의욕적으로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이번 계약에 대해 나 대표 등 현 경영진이 통보받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로선 향후 경영권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실제 이번에 지분이 변경된 동성제약 주주는 이 회장이 유일한 상황이다. 이전 최대주주였던 ‘이양구 외 5인’ 중 이 회장만 인지하고 지분 매각을 추진했을 뿐 다른 5명은 사전 몰랐다는 분석이 업계에서 제기된다. 나 대표는 취임 후 ‘당박사쌀’을 시작으로 당뇨병 관리 식품 및 의약품, 공기청정기 판매 등에 박차를 가하며 신사업 포트폴리오 확대에 주력해왔다. 회계사 출신 원용민 씨를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등 외부 인재 영입과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나 대표는 동성제약 지분 매각을 몰랐으며 만약 알았으면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업계 관심은 동성제약 지분 인수에 120억원 투자를 결정한 브랜드리팩터링에도 쏠리고 있다. 금융감독원 사이트에서도 검색되지 않는 브랜드리팩터링 홈페이지를 통해 파악한 결과 브랜드 마케팅과 디지털 마케팅 전문업체로 추정된다. 홈피에는 대표 이름도 나와 있지 않다. 한 사이트에 따르면 2023년 기준 520억원 매출을 올렸으며 사원 숫자가 30명으로 기재돼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2022년 8월 설립으로 기재돼있는 점이다. 

반면 동성제약은 1957년 창업, 68년째 영업하고 있으며 지난해 말 기준 340명이 근무하고 있는 업체여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제약업계 관계자 B씨는 “현실적으로 실적과 자산이 중요한 기준이긴 하지만 설립된 지 2년 8개월 된 업체가 68년 영업한 제약사를 인수하는 사태를 어떻게 파악해야 할지 답답하다”고 말했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업계에서는 브랜드리팩터링과 연결된 것으로 추정되는 C업체도 거론된다. 브랜드리팩터링과 C업체의 공식 연관성은 확인이 쉽지 않다. C업체의 경우 지난해 12월 감사보고서에 관해 회계법인으로부터 의견 거절을 받아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 상태로 파악된다. 지난해 연결재무제표 기준 85억원 매출과 287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한 해당 업체는 현재 주식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지난달 사명 변경도 확인된다. 

브랜드리팩터링과 연관성이 맞다면 C업체의 10개 종속회사 중 보건의료와 관계 있는 5개 업체와 시너지효과를 겨냥, 동성제약 지분을 인수한 것으로 업계는 분석했다. 유전체 진단 및 검사를 기반으로 신체 특성 및 질병을 예측하는 상품 및 서비스 사업을 하는 C업체와 암 진단 목적으로 광과민제 ‘포노젠’을 개발하는 동성제약이 연결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제약업계 관계자 D씨는 “동성제약이 신중하게 결정하겠지만 현재로선 지분 매각 과정에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다수”라며 “3대를 경영해온 제약사가 이대로 인수되는 것을 어떻게 판단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제약업계 관계자 E씨는 “최대주주는 변경됐지만 경영권은 다른 문제”라며 “동성제약 경영진이 향후 상황을 슬기롭게 헤쳐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결국 동성제약 최대주주가 전격적으로 변경됐지만 경영권 향배 관련 논의는 지금부터 진행될 가능성이 예고된다. 동성제약 경영진이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지 주목되는 시점이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