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시포로신’ 계약해지 통보 받아···‘루피어데포’ 3상 중단
탈모약 ‘IVL3001’, 1상 종료 후 3년 무소식···대웅 “새 방향 모색”
대웅제약 IVL3001 3상 착수, 종근당과 경쟁·위더스제약과 연결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최근 신약후보물질 계약 해지와 임상시험 중단을 잇달아 경험한 대웅제약이 향후 어느 시점 탈모 치료제 임상 3상에 착수할지 주목된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부 제약사에서 신약후보물질 계약 해지와 임상시험 중단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대웅제약도 이같은 경우에 속한다. 우선 대웅제약은 파트너사인 ‘CS파마슈티컬즈’로부터 섬유증 질환 신약후보물질 ‘베르시포로신’에 대한 기술이전 계약 해지 의향을 지난달 통보 받았다. 대웅제약이 수령한 1000억원 규모 선급금은 반환되지 않는다.
2023년 1월 양사가 체결한 계약은 베르시포로신의 중국 내 개발과 상업화 권리를 CS파마슈티컬즈에 기술이전하는 내용이었다. 최대 계약금은 4000억원 수준이었다. PRS 저해 기전을 기반으로 한 섬유화 질환 신약후보물질 베르시포로신은 콜라겐 생성에 영향을 주는 PRS 단백질 작용을 감소시켜 섬유증 원인이 되는 콜라겐의 과도한 생성을 억제하는 기전을 갖췄다.
베르시포로신 향후 개발 계획과 관련, 대웅제약은 구체적 입장 표명을 유보했다. 단, 업계에 따르면 대웅이 폐섬유증 환자를 대상으로 베르시포로신 임상 2상을 준비하는 단계로 알려졌다. 제약업계 관계자 A씨는 “신약 계약 해지와 개발은 사실상 별개 사안으로도 볼 수 있다”며 “대웅제약이 대외적으로 신중하게 대응하고 있을 뿐 베르시포로신 개발을 진행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대웅제약은 ‘루피어데포’ 3개월 제형 임상 3상을 진행하다 최근 임상 실패 조건이 충족돼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루프로렐린’ 성분의 루피어데포는 오리지널인 한국다케다제약 ‘루프린’ 제네릭 품목이다. 3.75mg, 11.25mg, 22.5mg 등 3개 용량을 보유한 루프린에 비해 3.75mg 용량만 있는 루피어데포는 3개월 제형인 11.25mg 임상을 진행하다 중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 따르면 루프로렐린 성분 적응증은 복수인데 전립선암과 중추성사춘기조발증 등이 알려진 상태다. 루피어데포는 루프린과 유사한 연간 300억원대 매출규모로 추산된다. 대웅제약 입장에서는 루피어데포 3개월 제형 개발에 성공할 경우 안정적 매출 확보가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웅제약도 루피어데포 임상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대웅제약 관계자 B씨는 “이번 임상은 중단했지만 (루피어데포) 3개월 제형에 대해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관심이 쏠리는 대웅제약 임상은 탈모 치료제로 판단된다. 대웅제약은 인벤티지랩, 위더스제약과 함께 ‘피나스테리드’ 성분 장기지속형 탈모 주사제 ‘IVL3001(1개월 지속형)’를 개발해왔다. IVL3001은 호주에서 진행된 임상 1상을 통해 안정적 혈중 약물 농도 유지와 혈중 DHT(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 농도 억제, 내약성 등이 확인된 바 있다.
이를 포함, 대웅제약은 2023년 7월 IVL3001에 대한 1상 결과를 발표했지만 이후에는 관련 발표가 없다. 임상 1상에 이어 3상 착수가 예상됐지만 관련 사안에 대해 침묵을 지키는 상황이다. 대웅제약 관계자 B씨는 “구체적 시기는 미정이지만 다음 단계 임상시험을 최대한 빠르게 개시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웅제약의 IVL3001 임상 3상 착수는 두 가지 측면에서 중요성을 갖고 있다. 우선 업계 라이벌인 종근당과 임상 경쟁 여부다. 종근당도 지난해 7월 탈모 치료제 ‘CKD-843’에 대해 임상 3상을 승인 받아 같은 해 말 3상에 착수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신속한 임상 3상 착수로 대웅제약이 탈모 치료제 개발 주도권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으로 분석된다. 제약업계 관계자 C씨는 “대웅제약이 IVL3001과 별도로 ‘IVL3002(3개월 지속형)’ 임상을 준비하는 것은 여러 가능성에 대비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종근당 CKD-843 3상 기간은 3년으로 예정돼있어 2027년 하반기 결과가 도출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대웅제약은 2021년 6월 인벤티지랩, 위더스제약과 ‘탈모치료 장기지속형 주사제의 개발·생산·판매를 위한 3자간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에 위더스제약은 270억원을 투입, 연간 250만 바이알 생산이 가능한 설비를 구축하기도 했다. 즉 대웅제약의 IVL3001 개발 여부가 위더스제약과 연결된 상황이다. 제약업계 관계자 D씨는 “대웅제약의 IVL3001 임상은 3년여 공백이 있는 상태”라며 “탈모 치료제 임상은 단순히 대웅에만 여파가 있는 것이 아니라 인벤티지랩, 위더스제약과도 연계된 사안이어서 주목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