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 신제품 출시 통한 시장 선점이나 매출 확보 주력
한미약품, ‘무조날맥스’ 허가···새로운 성분, ‘주블리아’ 도전
동국제약, ‘암포좀주사’ 허가···280억대 오리지널 시장 진입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한미약품과 동국제약이 제네릭(복제약) 출시를 통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거나 선점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오리지널 품목을 영업하는 동아에스티, 유한양행과 각각 경쟁이 예상돼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제약사들은 최근 신약이나 개량신약, 제네릭 등 구분에 얽매이지 않고 신제품 출시를 통한 시장 선점이나 매출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이미 경쟁이 치열하게 진행 중인 품목보다는 비교적 경쟁품목이 적은 시장에서 신제품을 선보이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새로운 시장을 창출했거나 경쟁이 적은 시장을 선점할 경우 매출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제약업계 관계자 A씨는 “과거에도 이같은 경향은 있었지만 최근에는 더욱 두드러지는 추세”라며 “일종의 틈새시장을 노려 꾸준한 매출원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우선 한미약품은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일반의약품 ‘무조날맥스외용액’을 허가 받았다. 이 품목은 국내 시장에 없었던 새로운 성분 ‘테르비나핀염산염’의 바르는 손발톱 무좀치료제다. 국내 최초 출시여서 기존 치료제와는 차별화된 성분을 통해 무좀 치료에서 효과적 옵션을 제공할 수 있다는 회사측 설명이다. 무조날맥스외용액은 2023년 허가 받은 코오롱제약 ‘넬클리어외용액’ 제네릭이기도 하다.
넬클리어는 현재까지 출시되지 않았는데 오는 8월 비급여로 출시 예정이라는 것이 코오롱제약 입장이다. 이에 넬클리어 출시 전 무조날맥스외용액이 먼저 시장에 선보인다면 약계에서 흔치 않은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한미약품은 무더위 시즌에 앞서 무조날맥스를 발매할 예정이다. 제약업계 관계자 B씨는 “지난해 무좀치료제 시장에서 동아에스티 전문약 ‘주블리아’ 제네릭이 다수 출시됐는데 한미약품은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 것”으로 분석했다.
한미약품이 향후 무조날맥스외용액을 출시하면 타깃은 넬클리어보다는 시장 1위인 주블리아가 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일반약과 전문약 등 차이점이 존재하지만 한미가 기존 영업력을 가동, 매출 확보를 노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제약업계 관계자 C씨는 “한미약품은 이미 무좀치료제 시장에서 5개 품목 라인업을 보유해왔는데도 무조날맥스외용액 작업을 진행해왔다”며 “무조날맥스가 출시되면 본격적으로 영업에 공을 들일 것”으로 전망했다. 참고로 5개 품목은 전문약 ‘무조날정’, 일반약 ‘무조날크림’, ‘무조날쿨크림’, ‘무조날외용액1%’, ‘무조날에스네일라카’ 등이다.
국내 손발톱 무좀치료제 시장 중 바르는 치료제만 기준으로 하면 전문약과 일반약을 합친 금액이 500억원대 시장을 형성한 상태다. 시장조사 전문기관 ‘아이큐비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시장 1위 품목은 주블리아로 302억원이다. 이어 ‘푸루나졸’(39억원), ‘이지케어’(32억원), ‘다코나졸’(25억원), ‘유나졸’(24억원) 순이다. 주블리아에 이어 200억원대와 100억원대 품목이 부재한 상황이다. 1위와 2위 품목 매출 차이가 큰 것이다. 상위 5개 품목 중 주블리아와 이지케어만 바르는 치료제로 파악된다. 나머지 3개 품목은 경구제다. 또 이지케어만 일반약이고 나머지는 전문약이다.
또한 동국제약은 최근 제네릭 ‘암포좀주사’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오리지널은 길리어드사이언스코리아 ‘암비솜주사’인데 국내에 제네릭 품목이 없는 상태로 확인됐다. 즉 동국제약이 국내 처음으로 암비솜주사 제네릭 허가를 획득한 것이다. 지난 1997년 허가 받은 암비솜주사는 국내 시장을 독점해 온 항진균제다. 침습성 진균 감염 치료에 있어 국내외 주요 가이드라인에서는 암비솜주사를 높은 등급으로 권고하고 있다. 약물 상호작용이 적어 혈액암 및 조혈모세포이식 등에 사용되는 약제와 병용이 가능하다.
이에 2012년 암포좀주사 개발에 착수한 동국제약은 허가 시점까지 13년을 투자했다. 동국은 오리지널 품목과 비교해 생물학적 동등성을 갖추는데 주력했다고 설명했다. 생물학적 동등성이란 오리지널과 제네릭이 생물학적으로 동등한 정도를 지칭한다. 이를 확인하는 임상시험을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이라고 한다. 제약업계 관계자 D씨는 “일반인은 제네릭이라고 하면 오리지널을 단순하게 카피하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는데 암포좀주사 사례처럼 10년 이상 자금과 시간을 투자해 성과를 얻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길리어드는 그동안 유한양행에 암비솜주사 독점 유통권을 제공해왔다. 길리어드가 유한양행에 품목을 공급하면 유한은 전국 의약품 유통업체에 납품하는 방식이다. 영업 역시 유한양행이 단독으로 진행하고 있다. 유한의 최근 5년간 암비솜주사 매출액을 보면 2020년 259억원, 2021년 263억원, 2022년 261억원, 2023년 302억원, 2024년 281억원으로 집계됐다. 동국제약은 암포좀주사 출시에 대해 내부 조율 중인 상태라고 설명했다. 제약업계 관계자 E씨는 “국내에서 250억원 이상 꾸준한 매출을 기록하며 독점했던 오리지널 시장을 제네릭과 분담한다고 이해하면 된다”며 “향후 영업 현장에서 동국제약과 유한양행이 경쟁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결국 한미약품과 동국제약의 제네릭 공략 작전은 허가 획득으로 절반 가량 성공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어 영업 등 차후 진행 여부가 시장 1위 품목이나 오리지널 공략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