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지널과 동일 확인 위해 생동시험 진행···복제약은 기존 의약품 단순 찍어내는 개념
제네릭 개발 시 특허 출원과 신기술 개발 사례도···업계 “전체 품목군에서 제네릭 필요”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조만간 특허만료로 당뇨약 제네릭 제품이 출시될 예정인 가운데 국내 제약업계는 ‘제네릭’ 의약품이 단순 ‘복제약’과 다르다는 점을 강조한다. 제네릭은 오리지널과 동일한 약효 등을 확인하기 위해 생동시험을 거치며 개발 과정에서 특허 출원과 신기술 개발을 진행하는 사례도 있다는 주장이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오는 4월 8일 이후 ‘SGLT-2’ 계열 당뇨병 치료제 ‘포시가’ 제네릭 품목 출시가 예상된다. 앞서 지난해 10월 DPP-4 억제제 계열 당뇨약 ‘테넬리아정’ 특허가 만료된 후 제네릭이 출시돼 해당 업체들이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다. 최근에는 HK이노엔 ‘케이캡’ 특허분쟁이 업계 이슈로 부상할 전망이다. 지난해 1252억원 외래처방을 기록한 케이캡 제네릭 품목을 준비하는 제약사는 80여곳으로 집계된다. 이들 업체는 대형로펌을 선임, 특허분쟁에 참여한다는 계획으로 파악된다.   

이처럼 제네릭 품목은 의약품 시장에서 비중이 높은데 일반인에게 복제약이란 이미지로 낮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이 제약업계 지적이다. 우선 용어 의미 파악을 위해 제네릭을 국어사전에서 찾으면 ‘신약으로 개발한 약이 특허기간이 만료돼 동일성분으로 다른 회사가 생산하는 약’으로 정의돼있다. 제형이 같을 수도 다를 수도 있지만 약효 동등성이나 생동성시험을 거쳐 생산되므로 약효는 본래 약과 동일하다는 설명이 나와 있다. 

정부가 제네릭 의약품을 ‘처음 개발된 원개발 의약품과 주성분 함량, 복용 방법, 효능·효과, 품질 등이 동등하게 만들어진 의약품’으로 설명하는 것도 이와 맥이 닿아있다. 오리지널 의약품과 성분이 동일하며 약의 효과가 같다는 점이 핵심으로 판단된다. 반면 복제약을 사전에서 찾으면 ‘이미 출시된 약을 그대로 만들어낸 의약품’으로 풀이됐다. 이전부터 사용해왔던 ‘카피약’ 용어와 일맥상통한다. 일반인은 기존 의약품을 단순하게 찍어낸다는 개념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이다.  

특히 제네릭은 개발 과정에서 오리지널과 동일한 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생물학적동등성 시험을 거치게 된다. 오리지널을 복제하는 것이 아니라 인체 내에서 의약품 효능과 안전성이 동일한 지 검사하고 허가 심사를 받아 제네릭이 개발된다고 제약업계는 전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복제약이라고 하면 오리지널을 단순하게 찍어낸 의약품이란 개념이 강하다”라며 “하지만 생동시험 등 여러 절차를 거쳐 출시되는 제네릭은 복제약과 다르기 때문에 적절한 용어 선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제네릭은 개발 과정을 거쳐 전략적으로 출시를 준비한다”며 “신약이나 개량신약은 아니지만 제약사 R&D(연구개발)에서 일정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제네릭”이라고 전했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제약사 품목전략에서 현실적으로 필요한 부분이 제네릭이란 점도 업계가 주장하는 부분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업체별로 수백여개 의약품을 생산하는 상황에서 신약이나 개량신약만으로 품목군을 채울 수 없다”며 “회사 여건을 감안해 제네릭을 생산, 매출이나 수익성을 맞추는 제약사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오리지널 품목 제형을 바꿔 개발하며 개량신약을 노렸지만 허가 과정에서 인정을 받지 못해 제네릭으로 출시하는 등 여러 사례가 있다”며 “신제품 출시 과정에서 제네릭이라는 이유로 평가를 낮게 받으면 아쉬울 때가 있다”고 말했다.  

제네릭이 중소 제약사 전유물로 인식하는 것에 대한 지적도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대형 제약사도 품목 전략에 따라 제네릭을 제조하는 경우가 많다”며 “품목에 따라 수백억원 연매출을 올리는 사례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상위권 제약사를 중심으로 고매출 제네릭 품목이 파악된다. 우선 유한양행의 로수바스타틴+에제티미브 복합제 ‘로수바미브정’은 지난 2017년 2월 출시됐다. 고지혈증 치료제인 이 품목은 스타틴과 에제티미브가 결합돼 치료효과를 높인 것이 특징이다. 지난해 3개 함량 총 660억원대 원외처방금액을 기록한 것으로 파악된다. 유한양행은 저용량 제품인 ‘로수바미브정10/2.5mg’도 허가 받아 현재 약가 등재 작업을 진행 중이다.  

종근당 면억억제제 ‘타크로벨’은 지난해 437억원 매출을 달성한 제네릭이다. 종근당은 타크로벨의 균주, 캡슐의 조성물 및 제조 방법에 대한 특허를 출원했으며 지난 2004년 주사제 조성물에 대한 특허까지 추가 출원했다. 2005년 9월 타크로벨캡슐을 출시하면서 고순도 원료를 생산하고 용출률을 개선한 독자 신기술을 개발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제네릭도 특허 출원을 하고 신기술 개발이 가능하다는 점이 타크로벨 사례에서 확인된다”고 말했다.  

한미약품의 발기부전 치료제 ‘팔팔’과 ‘구구’도 지난해 각각 472억원과 217억원 원외처방을 기록한 제네릭 제품이다. HK이노엔의 고지혈증 치료제 ‘로바젯’은 지난해 231억원 매출을 올린 제네릭이다. 지난해 12월 제형 축소를 통해 복용 편의성을 높인 바 있다. 결국 제약사들은 제네릭 제품을 개발하며 특허 출원과 신기술 개발을 병행하는 등 신약이나 개량신약 못지 않은 공을 들인 것으로 파악된다. 해당 품목도 연간 수백억원대 매출을 올리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제네릭을 단순하게 복제약 수준으로 폄하해서는 안 된다”며 “제약사들이 자사 상황에 맞춘 품목전략으로 영업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제네릭은 필요한 품목군”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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