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원, 23년 8월부터 20개월째 근무···이기일은 19개월 활동
공통점은 파워맨, 인사 영향력, 청와대 2번 파견, 상사 인정
차이점은 대변인 직급, 업무스타일···향후 관운 여부 주목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과거 이기일 보건복지부 대변인 재임기간 19개월 기록을 깬 정호원 대변인이 주목된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돌발변수가 있었지만 특유의 성실성과 업무능력 결과로 분석된다.
12일 복지부에 따르면 정호원 대변인 재임기간이 20개월을 돌파했다. 2023년 8월 부임, 2025년 4월 현재까지 복지부 정책을 홍보하고 언론 관계 업무를 진행한 것이다. 대변인 재임기간 20개월은 과거 복지부 명대변인이었던 이기일 현 제1차관의 19개월 기록을 깬 것이다. 2016년 2월 발령 받았던 이기일 당시 대변인은 2017년 9월 보건의료정책관으로 옮길 때까지 활동한 바 있다. 날짜로 계산하면 594일이다.
통상 대변인은 업무 특성상 1년 전후로 활동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부처 전체 업무를 파악해야 하고 순발력을 필요로 해 업무 강도가 높은 편이다. 물론 윤석열 전 대통령의 갑작스런 계엄 조치와 이에 따른 탄핵 인용 등으로 조규홍 장관 등 복지부 정무직과 고위직 인사가 올스톱된 영향도 주요 원인이다. 하지만 성실하고 우수한 그의 업무능력이 장기간 대변인으로 활동한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같은 복지부 대변인 경력 외에도 이기일 차관과 정호원 대변인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우선 복지부 파워맨으로 인정받았던 점이 유사하다. 이 차관은 대변인 시절부터 복지부에서 파워를 갖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그를 20여년 지켜본 관가 관계자 A씨는 “이 차관은 보육정책관 시절에도 능력을 발휘했지만 대변인을 맡은 후 물 만난 고기처럼 두각을 보였다”며 “그가 기획했는지는 확인이 어렵지만 현 보직에서 최선을 다하면서 다음 보직을 염두에 두고 준비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실제 대변인→보건의료정책관→건강보험정책국장의 새로운 복지부 요직 코스를 밟은 것도 그다.
정 대변인 역시 드러나지 않았던 복지부 파워맨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통상 파워 원천은 복지부 인사에 대한 영향력으로 꼽힌다. 21개월간 복지부 인사과장으로 활동한 이 차관 영향력은 외부에도 알려졌다. 정 대변인도 막후 영향력을 보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행정고시 40회 동기 관료 B씨는 과거 기자와 통화에서 “호원이 형이 인사과장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을 정도다. 결국 40회 출신 인사과장은 정경실 당시 대통령비서실 행정관이 청와대 31개월 파견 근무를 마치고 지난 2015년 10월 복지부에 복귀하며 맡았다.
이 차관과 정 대변인이 청와대에 2번 파견 근무를 한 점도 동일하다. 이 차관은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에서 파견됐다. 정 대변인은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에서 파견돼 일했다. 상대적으로 진보 정부와 보수 정부에 각각 파견됐던 이 차관에 비해 정 대변인은 진보 정부에서만 파견된 것이 차이점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청와대는 아니지만 정 대변인은 윤석열 정부에서 여당 파견도 경험했다는 점이다. 2022년 8월 복지부에서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보건복지위원회 수석전문위원으로 파견 갔다가 1년 후 실장으로 승진하며 복귀한 것이다.
부드러운 성품을 토대로 상사들에게 인정 받은 점도 이 차관과 정 대변인 공통점으로 분석된다. 이 차관은 대변인 시절은 물론 이후에도 상사들로부터 언론 관련 민원을 받아 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대변인을 기자에게 소개시켜 준 관료도 배병준 당시 복지부 국장(현 현대바이오사이언스 전략 담당 사장)이었다.
윤석열 정부에서 지연과 학연으로 눈길을 끌었던 점도 유사하다. 알려진 대로 윤 전 대통령 부친 고향인 충남 공주에서 이 차관은 태어났다.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과 박종준 전 대통령경호처장, 심우정 검찰총장도 공주 출신이다. 최지현 대통령비서실 인사비서관은 서울 출생이지만 공주대학교 사범대학 부속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최근에는 정 대변인 모교인 진주 대아고가 전국적 유명학교 반열에 올랐다. 윤 전 대통령 탄핵을 발표한 문형배 헌법재판소 재판관이 진주 대아고 15회로 알려진 것이 영향을 줬다. 정 대변인이 국민의힘에 근무할 당시 상사였던 박대출 정책위의장도 진주 출신에 진주고를 졸업한 진주갑 현역 국회의원이다. 복지부와 인연이 깊은 진주는 강도태 전 제2차관 고향이다. 진주의 3대 명문고는 진주고, 대아고 외에 동명고가 있는데 행정안전부 스마트복지안전공동체추진단에 파견돼 근무하는 노정훈 복지부 부이사관(3급) 모교다. 최근 부이사관으로 승진한 정재욱 오송생명과학단지지원센터장도 진주 대아고를 졸업한 정 대변인 후배다.
물론 차이점도 있다. 과거 이 차관이 복지부 대변인으로 활동할 당시에는 고위공무원 나급(구 2급)이었지만 현재는 고위공무원 가급(구 1급)이다. 이 차관은 대변인에 이어 보건의료정책관과 건보국장을 거쳐 보건의료정책실장으로 승진한 바 있다. 반면 이미 고위공무원 가급에 오른 정 대변인은 기획조정실장이나 다른 실장으로 옮길 가능성이 있다. 오는 6월 3일 선거에서 차기 대통령이 당선된 후 차관이나 대통령비서실 비서관으로 영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복지부 대변인으로서 업무스타일도 다른 측면이 있다. 이 차관은 대변인 594일 동안 출입기자들과 소폭 6000잔을 하는 등 격의 없이 어울리며 복지부 정책을 홍보했다. 이같은 노력으로 중앙부처 홍보 평가 18위 복지부를 4위, 2위에 이어 1위로 끌어올리는데 성공했다. 앞서 설명대로 보건의료정책관으로 영전할 근거를 대변인 시절 준비한 것이다.
이같은 그의 활동이 평시에 진행된 것이라면 정 대변인은 전쟁에서 조규홍 사령관을 보좌하는 핵심 참모로 활약했다는 비유가 가능하다. 대변인 발령 이후부터 논란이 됐던 의대 증원 정책은 지난해 2월부터 전공의 파업으로 이어지며 각종 언론에 매일 등장하는 초특급 이슈로 부상했다. 복지부 다른 부서도 마찬가지지만 언론과 직접 상대하는 대변인 특성상 눈코 뜰 새 없는 시간이 이어졌다. 매일 10여 차례의 크고 작은 회의에 참석하고 나머지 시간은 기자들 전화를 받는 등 언론 대응에 투자했다. 의료대란이 국민 생명과 연결된 시급한 현안이었기 때문에 기자들 전화는 새벽과 밤에 관계 없이 걸려 왔고 수면시간 감소, 탈모 등 후유증도 있었다.
현재 시점에서 관운이 이 차관과 정 대변인에게 어떻게 작용할지도 최대 관심사로 꼽힌다. 윤 정부 출범 직후 복지부 2차관으로 발탁된 데 이어 1차관으로 옮겼던 이 차관은 공직생활 31년째를 맞았다. 다음 달 하순 60세가 되는 그는 새 대통령이 취임하면 교체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장관에 비해 바로 임명이 가능한 복지부 1차관은 새 정부 출범 후 사실상 장관 직무대리로 활용될 전망이다. 상대적으로 정 대변인 거취는 불투명한 상태다.
복지부 퇴직자 C씨는 “언제 물러나더라도 후회 없이 공직생활을 했다고 자부할 수 있는 관료가 이 차관이나 정 대변인이라고 판단된다”며 “마지막 시점까지 두 관료에게 운이 따르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