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비서관 6명, 부처 차관 영전···고득영 보건복지비서관 21개월 근무, 하마평만 무성
국회 출석 고 비서관 지친 모습 역력···의료대란과 의료개혁 분주, 복지부 복귀 시점 불투명
정 대변인은 회의 참석과 기자 전화로 체중 감소···산적한 현안에 피로 누적 관료 대책 필요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지난 1984년 서울대 입학 후 관료 생활까지 40년간 우정을 다졌던 고득영 대통령비서실 보건복지비서관과 정호원 보건복지부 대변인의 향후 거취가 주목된다. 대통령실에서 1년 9개월을 근무했던 고 비서관은 향후 복지부 차관이 유력하지만 복귀 시점은 불투명한 상태다. 의료대란으로 업무가 폭증한 정 대변인도 잇단 회의와 기자들 취재 전화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4일 장관급 후보자 3명을 지명하고 차관급 7명을 임명하는 개각을 단행했다. 이번 개각에서 고득영 대통령비서실 사회수석실 보건복지비서관이 거론돼 주목받았다. 개각 전날인 3일 한 종합편성채널이 고 비서관을 포함한 현직 비서관 3명의 차관급 발탁을 보도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4일 개각에서 영전한 인물은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에 임명된 박범수 대통령실 농해수비서관 뿐이었다. 고 비서관과 김성섭 중소벤처비서관은 후일을 기약하는 상황이다.
이번 개각에서 차관으로 영전된 대통령실 비서관은 기획재정부 1차관에 임명된 김범석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과 인사혁신처장에 발탁된 연원정 대통령실 인사제도비서관이다. 차관급 7명 중 3명이 대통령실 비서관이다. 앞서 지난달 27일에는 국무조정실 1차장에 김종문 대통령실 국정과제비서관이 임명됐다. 6월 20일 이병화 대통령실 기후환경비서관을 환경부 차관에, 김민석 대통령실 고용노동비서관을 고용노동부 차관에 임명하는 인사가 단행됐다.
종합하면 윤 대통령은 보름 여 기간 동안 대통령실 비서관 6명을 정부중앙부처 차관급으로 발탁하는 인사를 단행했지만 고 비서관은 포함되지 않았다. 또한 최근 차관급 발탁을 앞두고 인사검증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대통령실 비서관 5명 중 앞서 거론된 김성섭 비서관과 고 비서관만 이날 기준 대통령실에 남은 것으로 파악된다. 물론 장차관 인사가 수시로 진행될 전망이지만 의료개혁이라는 핵심과제를 복지부가 수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복지부 정무직과 고 비서관의 인사 시점은 불투명하다는 지적이다.
정치권 관계자 A씨는 “내년 의대 정원은 확정됐지만 미복귀 전공의 대책이나 중장기 의료개혁 등 현안이 산적했으며 자칫 복지부 장차관 교체가 의대 증원 정책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으로 인식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일단 현안을 마무리한 뒤 정무직이 교체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영전한 비서관 6명 중 김민석 전 고용노동비서관과 이병화 전 기후환경비서관은 고 비서관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사회수석실 선임비서관인 고 비서관은 4명의 비서관과 같이 근무하는데 이 중 두 명이 같은 날 영전한 것이다. 김민석 현 고용노동부 차관은 고 비서관과 행정고시 37회 동기다. 1966년생 동갑이며 공교롭게 정부세종청사에는 복지부 옆에 고용노동부가 자리 잡고 있다. 그는 대통령실 25개월 근무 기록을 썼다. 기술고시 출신 이병화 현 환경부 차관은 고 비서관과 서울대 동문이며 김민석 차관과 동일하게 2년 1개월 동안 대통령실에서 일했다.
이같은 대통령비서실 인사 관행과 의료개혁 과제를 맡고 있는 업무 특성상 고 비서관이 언제 복지부에 복귀할 지는 전망이 어렵다고 관가는 판단한다. 익명을 요청한 관가 관계자 B씨는 “대통령실이 고 비서관을 복귀시키고 싶어도 기존 복지부 정무직이 진행하던 업무와 현안이 산적해 그가 돌아갈 틈이 보이지 않는다”며 “최근에는 고 비서관 건강이 나빠졌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고 전했다.
관가 관계자 C씨는 “정작 고 비서관은 인사검증을 받았는데 고 비서관 후임자는 고위공무원 가급(구 1급) 2명이 잠시 하마평에 올랐다가 잠잠해져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파견 근무는 관료들에게 현실적으로 승진과 보직의 기회로 받아들여지지만 업무강도가 높다는 점은 여러 경로로 확인된다. 새벽에 출근, 각종 회의에 참석하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등 외부 판단보다 업무가 많다는 것이다. 관가 관계자 D씨는 “지난 1일 국회 운영위원회의 대통령비서실 현안질의에서 맨 뒷줄에 앉아있는 고 비서관이 더 마른 것 같아 마음이 불편했다”며 “이같은 주변 상황에 불만 없이 일할 정도로 품성이 바른 사람”이라고 말했다.
고 비서관과 지난 1984년 서울대 사회복지학과에 같이 입학한 후 40년 동안 친분을 유지했던 인물이 정호원 복지부 대변인이다. 1966년생 나이와 성격 심지어 외모까지 닮았다는 이야기를 듣는 그들은 공직 생활 마지막 여정에서 의료대란과 의료개혁으로 높은 업무강도를 경험하는 것도 유사하다. 절친인 고 비서관에 비해 공직 입문이 다소 늦어 행시 40회에 합격했던 정 대변인은 동기들에 비해 많은 나이가 부담이 되기도 했다. 이에 2022년 8월 자원해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보건복지위원회 수석전문위원으로 파견가기도 했다. 공식적으로는 복지부에서 퇴직하고 여당에서 근무하는 자리이며 급여 삭감도 감수해야 한다.
결국 여당으로부터 능력과 실력을 인정 받아 지난해 8월 실장급 대변인으로 승진하며 복지부에 복귀했다. 장관비서관도 역임했지만 주로 사업부서에서 근무했던 정 대변인은 업무에 몰두하면 식사도 하지 않고 수면시간도 줄어든다. 보육정책관 시절에는 저녁식사를 건너뛰고 부하 직원들이 작업한 문서를 보기도 했다. 특히 지난 2월부터 의료대란이 진행되자 정 대변인은 사실상 수면 외 시간 전체를 업무에 투자했다.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나며 혼란이 발생하자 각종 언론이 기사 상당수를 의료대란에 할애했기 때문이다.
이에 하루 10여 건 회의를 제외한 나머지 시간은 주로 기자들 전화를 받는 것이 정 대변인 업무였다고 직원들은 전했다. 의료대란이라는 특수상황 속에서 하루 100건은 기본이고 대형 이슈까지 발생하면 그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고 한다. 모 방송사 기자는 밤 12시가 넘은 시간에도 전화를 걸어 궁금한 사안을 정 대변인에게 물어본 것으로 알려졌다.
흔히 말하는 ‘빠른’ 1966년생 정 대변인은 규정상으로는 2026년 6월 말 정년퇴직이지만 고위직 관행상 한해 전인 2025년 6월 말까지 명예퇴직이 가능하다. 서울대 84학번 동기인 전병왕 전 보건의료정책실장이 조규홍 복지부 장관 부탁을 뿌리치고 민간인이 된 지 1년이 경과되면 그도 퇴직 가능성이 있다. 복지부 직원들은 정 대변인도 업무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식사도 제 때 못하고 수면시간도 줄어 체중이 급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가 관계자 E씨는 “복지부 전체 직원들 피로도가 높고 고참 관료인 정 대변인도 지쳐 있는 상황”이라며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