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 호조 이어온 HL클레무브 최고재무책임자 맡아
재무건전성 악화 숙제···이 부사장 리더십 시험대 올라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정몽원 HL그룹 회장 맏사위이자 경영 후계자로 재계에서 주목받는 이윤행 HL만도 부사장이 최근 그룹 주력사 HL클레무브로 전출했다. 이윤행 부사장이 최근 성과가 들쑥날쑥한 HL클레무브 회계 분야를 맡아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단 관측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이 부사장은 올해 들어 HL만도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북미권역장에서 HL클레무브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자리를 옮겼다.
이 부사장은 작년까지 김기성 상무보가 직무대행하던 CFO 직책을 정식으로 맡았다. 이 부사장은 전출을 계기로 미국에서 귀국해 현재 인천 송도 본사에서 내부회계관리자로 업무를 수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사장은 지난 2012년 배우자인 정몽원 회장의 장녀 정지연씨가 일신상 사유로 HL만도에서 퇴사한 후 그룹 후계자로 재계 시선을 모았다. 이재성 현대중공업 전 회장의 아들인 이 부사장은 1982년생으로, 미국 조지타운대 졸업 후 미국 변호사로 근무하던 중 2017년 HL만도(당시 만도) 경영 전략 매니저로서 그룹에 몸담기 시작했다.
이후 HL만도 미국법인에서 준법경영·위기관리 수석 매니저를 거쳐 2020년 회계·인사 담당 상무보, 2022년 부사장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이 부사장은 작년 말 기준 HL만도나 HL클레무브의 지분을 보유하지 않은 상태다.
이 부사장은 최근 그룹 내 위상이 높아진 HL클레무브로 자리를 옮겨 리더십을 공고히 다져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HL만도가 지분 100%를 보유한 자율주행 전문 자회사인 HL클레무브는 라이다, 센서, 카메라 등 첨단주행보조시스템(ADAS) 관련 부품을 개발, 생산하고 있다.
HL클레무브는 최근 글로벌 신차의 고급화, 전동화 추세가 이어짐에 따라 한국을 비롯해 미국, 중국, 인도 등지에서 공급 성과를 늘리고 있다. HL클레무브는 2021년 계열사간 합병을 통해 설립된 후 지난해 최고 매출액 1조6306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491억원(영업이익률 3.0%)으로 전년(469억원) 대비 4.7% 증가했다.
정몽원 회장이 작년 12월 HL클레무브 사내이사를 중임해 이 부사장 경영에 더욱 힘 싣는 모양새다. 정 회장은 그간 HL클레무브 이사회에서 경영상 중대한 결단을 내리는데 참여하고 기업 중장기 성장을 위한 리더십 및 비전 제시, 대외 업무 등을 수행해 왔다.
기존 최고경영진도 이 부사장과 합을 맞춰갈 예정이다. 조성현 HL만도 대표이사 겸 자동차 섹터장(부회장)이 작년 12월 정 회장과 함께 사내이사에 중임했다. 윤팔주 HL클레무브 대표이사(사장)도 기업 설립과 함께 줄곧 재직하며 수완을 발휘하는 중이다.
◇ HL클레무브, 영업성과로 금융손실 메꿔···재무건전성 개선 과제
HL클레무브가 최근 영업 외 분야에서 성과 기복을 보이는 점은 이 부사장의 과제로 꼽힌다. HL클레무브 실적은 작년 당기순손실로 전환했다. 환율, 금리 인상에 따른 손실을 비롯해 재고자산 감가상각, 홍콩 자율주행 벤처기업 아이모션 오토모티브 테크의 주가 하락에 따른 주식가치 절하 등에 영향을 받았다. HL클레무브는 영업 성과로 금융 분야 손실을 일부 충당하는 실정이다.
HL클레무브가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어 재무 건전성을 단기간 개선하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HL클레무브는 작년 연구개발(R&D) 비용으로 전년(932억원) 대비 23.6% 증가한 1152억원을 지출했다. 같은 기간 기계 장치 등 생산 능력(케파) 확장을 위한 투자는 948억원에서 739억원으로 22.0% 줄였지만 영업이익을 웃도는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이 가운데 HL클레무브의 부채 비율은 작년 270.3%로 회사 설립 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HL클레무브가 금융 비용, 경상·전략투자 뿐 아니라 차입금을 늘리고 있는데 당기순손실로 자본총계까지 일부 상실해 재무 건전성이 악화하는 중이다.
HL클레무브는 지난달 28일 재무건전성 제고 목적으로 900억원 규모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후순위사채(채권형 신종자본증권)를 발행해 급한 불을 끄기도 했다. HL클레무브 CFO를 맡은 이 부사장의 어깨가 무거운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