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공항 공약 남발 속 우후죽순 늘었던 LCC 시장 합종연횡

새 대한항공 CI를 입힌 보잉 787-10 항공기. / 사진=연합뉴스
새 대한항공 CI를 입힌 보잉 787-10 항공기.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코로나19와 해외여행 폭증기를 거치며 조금씩 지각변동 해온 국내 항공업계가 최근 들어 완전히 재편되고 있습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으로 우리도 세계 10위권 FSC(풀서비스) 항공사를 갖게 됐고, 너도나도 만들어 난립하던 LCC(저비용항공사)는 진에어 계열, 제주항공, 소노 계열로 3강 체제로 정리돼 가는 모습입니다.

업계 및 전문가들은 이를 비정상적이던 항공시장이 정상화되는 것이라고 평가하는데요. 왜 그럴까요? 이번주는 최근 이슈인 항공시장 재편에 대해 다뤄봅니다.

◇ 정치인 공항 공약 남발, 시장 혼탁화 초래

업계 및 전문가들에 따르면 그간 국내 항공업계 상황은 정상적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우후죽순 늘어난 LCC 회사 숫자가 미국 수준으로 많아져 치킨게임이 돼 버린 양상이었습니다.

당시 한 LCC직원은 “몇 곳은 죽어 나가야 끝난다”고 표현하기도 했는데요. 이렇게 비정상적으로 항공사가 난립하게 된 배경엔 역시나 또 정치권이 있다고 합니다. 선거때만 되면 수요나 실효성과 무관하게 공항 공약을 남발하는데, 그때 덩달아 항공사들도 함께 생기며 다같이 생존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갔다는 것입니다.

그나마 다행히 항공업계 지각변동이 일어나면서 크게 3분화되는 듯한 모습인데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합병으로 진에어와 에어부산, 에어서울이 합쳐지게 됩니다. 또 대명리조트를 운영하던 소노 그룹도 항공업에 뛰어들어 티웨이항공과 더불어 에어프레미아를 품을 것으로 점쳐집니다. 이렇게 통합 LCC들과 제주항공이 살아남게 된다면 LCC 시장은 3개사로 깔끔하게 정리되게 됩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을 두고 일각에선 독과점 우려를 하기도 했지만, 국내 인구수를 감안할 때 FSC, 즉 대형종합 항공사를 1개로 운영하는 것은 오히려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합니다. 항공업 특성상 국제선과의 경쟁구도도 유지되기에 소비자 선택권을 유지토록 하는 방안도 강구할 수 있다고 합니다.

또 갈수록 규모의 경제가 중요해지는 상황 속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라도 세계 10위권 항공사를 갖게 된다는 건 국가적으로 이득이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 합병 산 넘은 대한항공, ‘통합’ 마무리해야 진짜 성공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합병은 그야말로 순탄치 않았습니다. 국제적으로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 속 경쟁당국의 승인을 받는 것도 어려웠고, 국내 공정위 심사부터 까다로웠습니다. 그런데 아직 조직을 제대로 통합해야 한다는 주요 작업이 남아 있어 진정한 메가 캐리어가 만들어질 수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윤철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종 기업 간 통합보다 같은 사업을 운영하지만 다양한 직군, 다른 시스템을 갖고 있던 항공사 간 통합이 더 미묘하고 어려울 수 있다”며 “통합작업을 잘 마무리 해야 위상을 갖춘 항공사가 탄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