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유상증자로 보령 2대 주주 부상, 공고한 지배구조 평가
보령 지배구조 정점은 김은선, “김 대표 서두르지 않을 것”
작년 확보 자금으로 신사업 투자 전망, CDMO와 우주사업 주목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지난해 11월 유상증자로 보령 지분구조를 변경한 김정균 대표가 향후 어느 시점에서 경영권 승계를 완료할지 주목된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김정균 보령 대표는 회사 창업주 김승호 회장 외손자이자 김은선 회장 장남이다. 1985년생으로 미시건대학교를 졸업하고 중앙대 의약식품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마친 그는 삼정KPMG를 거쳐 2014년 보령에 이사대우로 입사했다. 이후 2017년 1월부터 보령홀딩스 사내이사 겸 경영총괄 임원을 지냈다. 2019년 12월 보령홀딩스 대표이사에 선임된 그는 2022년부터 보령 대표이사도 맡고 있다.
지배구조 관련 현안은 보령이 지난해 11월 보령파트너스를 대상으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시행, 1750억원 자금을 조달한 사실이다. 유상증자 이전 보령 지분구조는 보령홀딩스 37.1%, 김은선 회장 10.4%, 김 대표 1.19%였다. 이같은 구조는 증자 후 보령홀딩스 29.01%, 보령파트너스 20.60%, 김 회장 8.13%, 김 대표 0.93%로 변경됐다. 참고로 보령파트너스는 보령수앤수 투자부문을 물적분할해 만든 컨설팅회사다.
보령은 유상증자를 통해 회사의 장기적 성장을 지속하기 위한 투자 재원을 선제적으로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결과적으로 오너 3세 김 대표 위상과 지배력 강화에도 역할한 것으로 판단된다. 실제 지난해 11월 단행한 유상증자로 인해 보령 지분의 20% 가량을 확보한 김 대표가 회사 2대 주주로 부상, 지배구조 체제를 공고히 했다는 분석이다.
제약업계 관계자 A씨는 “보령파트너스의 김 대표 지분이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았지만 거의 대부분으로 추산된다”며 “공식적으로는 보령파트너스가 2대 주주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김 대표 지분이 급증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참고로 보령파트너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김 대표 및 특수관계자가 주식 100%를 소유한 것으로 나와 있다.
하지만 보령 그룹 경영권이 김 대표에게 완전히 승계된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그룹 지주사인 보령홀딩스 지분구조를 보면 지난해 6월 말 기준 김 회장이 44.9%를 소유한 최대주주로 파악된다. 김 대표 지분은 22.6%였다. 현재로선 보령 지배구조 정점을 김 회장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분석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김 대표가 보령홀딩스 최대주주로 나서며 경영권 승계를 완전하게 마무리하는 시점은 불투명하다는 전망이다. 그룹이나 김 대표도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적지 않다. 제약업계 관계자 B씨는 “지난해 11월 유상증자를 단행한 상황에서 김 회장과 김 대표 연령 등을 감안하면 굳이 신속하게 경영권 승계를 진행할 필요는 없다”며 “현 시점에서는 김 대표가 원활한 사업과 투자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보령 지분구조와 관련, 눈길을 끄는 사안은 지난해 그룹이 확보한 자금과 용처다. 보령홀딩스가 추진한 보령빌딩 매각은 지난해 7월 성사됐으며 대금은 1300억원대로 알려졌다. 보령 관계사 보령바이오파마 역시 매물로 내놓았는데 같은 해 6월 지분 80%를 3200억원대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파악된다. 보령그룹이 지난해 175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한 후에도 2000억원 이상 자금이 확보된 상황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향후 보령은 △제약사업 강화를 위한 공장 및 설비 증설과 △전략적 필수 의약품 확보, 공급, 유통 사업 확장 △장기적인 국가 및 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신사업 투자에 자금을 활용할 계획으로 파악된다. 특히 보령 신사업 핵심은 CDMO(위탁개발생산)와 우주사업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12월 대만 ‘로터스’ 사와 세포독성 항암제 CDMO 계약을 체결한 보령은 올해 경구제 EU-GMP 인증을 취득한 후 2026년부터 해외 시장에 공급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미국 우주 개발 기업 ‘액시엄스페이스’에 1000만 달러(121억원)를 투자하는 등 우주사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액시엄스페이스는 2030년 국제우주정거장을 대체할 민간우주정거장 ‘액시엄스테이션’을 개발하고 있다. 김 대표가 그동안 우주사업에 투자한 금액은 1000억원에 육박한 것으로 추산돼 추가 투자 가능성도 관심사다. 제약업계 관계자 C씨는 “김 대표의 경영권 승계 작업은 9부 능선에 도달, 사실상 마무리 단계”라며 “그가 연매출 1조원 기업으로 변신한 보령 신사업을 어떻게 추진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