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도시보증공사 보증한도, 100%→90%···대출에 상환 능력 반영

지난 2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단지와 빌라 모습 / 사진 = 연합뉴스
지난 2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단지와 빌라 모습 / 사진 = 연합뉴스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정부가 대출 잔액 기준 200조원을 넘어선 전세대출 조이기에 나선다. 올해 1분기부터 세입자가 전세대출을 못 갚을 때 보증기관이 대신 갚아주는 비율을 100%에서 90%로 일괄 축소하고, 올 하반기엔 소득 등 세입자의 상환 능력을 고려해 보증 한도에 차등을 두기로 했다.

9일 국토교통부는 올 하반기부터 차주의 소득, 기존 대출 등 상환 능력을 반영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대출 보증 한도를 정하기로 했다. 세입자는 HUG, 주택금융공사(HF), 서울보증보험 중 한 곳에서 받은 보증을 토대로 전세대출을 받을 수 있다.

은행은 세입자가 대출금을 갚지 못하면 보증기관이 대신 갚아주겠단 보증서를 믿고 담보가 없어도 전세대출을 해준다. 지금까지 HUG는 세입자의 소득을 고려하지 않고 임대보증금의 80% 이내에서 수도권 4억원, 지방 3억2000만원까지 대출금의 100%를 보증해왔다.

예컨대 3억원의 전셋집을 구한 세입자는 소득과 관계없이 2억4000만원까지 전세대출을 받을 수 있고, 세입자가 대출금 2억4000만원을 못 갚으면 HUG가 모두 갚아준다.

그러나 정부는 올 1분기 중 현재 100%인 HUG와 서울보증의 전세대출 보증 비율을 HF 수준인 90%까지 낮추기로 했다. 수도권은 90% 이하로 축소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2억4000만원을 빌린 세입자가 대출금을 못 갚으면 2억1600만원만 갚아주겠단 의미다.

보증 한도가 축소되면 은행들은 대출 심사를 더 깐깐하게 하고, 금리를 높일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하반기부터는 HUG 전세대출 보증도 HF처럼 소득과 기존 대출을 고려해 보증 한도를 조정한다. 소득이 낮거나, 기존 대출이 많으면 전세대출 가능 금액이 줄어들 수 있다.

정부가 전세대출 조이기에 나선 것은 전세대출 증가가 전셋값과 집값의 연쇄 상승을 불러오는 상황에서 그 규모가 계속해서 커지는 것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양대 보증기관의 지난해 전세대출 보증 규모는 HF 52조5914억원, HUG 32조9397억원으로 총 85조5311억원에 달한다. 2019년 전세대출 보증 규모는 총 57조1584억원이었지만, 5년 새 50%(28조3737억원) 급증했다. 특히 HUG 보증 규모는 2019년 16조8291억원에서 2배 늘었으며, 총 보증 규모가 줄었던 지난해에도 11억원 늘며 증가세를 이어갔다.

전문가들도 전세대출이 서민 주거 안정을 뒷받침한단 도입 취지와 달리 전셋값·집값을 끌어올리는 수단이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국토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전세자금대출 보증이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정책방향’ 보고서에서 “전세대출 증가는 전세 수요를 증가시켜 전셋값을 높일 수 있고, 임대인은 갭투자로 주택을 구매하기 더 수월해져 매매 수요도 증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연구원은 전세대출 보증이 3.8% 증가할 때 전셋값은 연간 8.21% 오른다고 분석했다.

다만 보증 축소는 전세대출 금리가 일부 오르면 저소득층의 부담 증가와 빌라 전세대출이 어려워질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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