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인공지능(AI)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 탄생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 공급책 기대감
美 ESS 시장 규모 10년 뒤 3배···투자 나선 LG엔솔·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의 생산한 ESS(에너지저장장치). / 사진=LG
LG에너지솔루션의 생산한 ESS(에너지저장장치). / 사진=LG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올해도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여파로 배터리 업계가 고전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 부문의 성장세가 버팀목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데이터센터 등 인공지능(AI)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ESS용 배터리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31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AI 인프라 구축을 위한 데이터센터 설립에 최소 5000억달러(약 718조원)를 투자하는, 이른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챗GPT 개발사 ‘오픈AI’, 일본 정보기술(IT) 기업 ‘소프트뱅크’, 세계 2위 소프트웨어 업체 ‘오라클’ 3사가 합작사를 설립해 미국 정부의 지지를 받는 AI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스타게이트가 구축하는 데이터센터의 전력 공급원으로 일부 태양광과 배터리가 사용된다. 데이터센터용 대규모 태양광 시스템에서 전력을 생산하면 ESS가 이를 저장해 전력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ESS는 전력 변동성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신규 발전소 구축 비용을 절약하게 해 데이터센터 구축 비용을 절감하는 데 효과적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데이터센터 수요가 2030년까지 3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이에 따른 ESS 수요도 함께 뛸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미국 ESS 시장 규모는 789억달러(약 115조원) 규모였지만 2030년에는 3000억달러(약 436조)를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초대형 AI 프로젝트 출범 소식에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틈새시장을 창출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ESS에 탑재될 배터리를 공급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쏠린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캐즘 버팀목 역할···LG엔솔·삼성SDI, ESS 전면에

LG에너지솔루션은 테슬라에 이어 미국 내 2위 ESS 사업자다. ESS를 통해 체력을 비축해 다가올 전기차 시대를 대비하겠다는 방침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지난해 미국에서 따낸 ESS 계약은 약 5조원 규모에 달한다.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ESS 자회사 버테크에 배터리를 조달하면, 버테크가 ESS 시스템을 관리·운영하는 구조다. 버테크는 미국 내 150곳의 태양광 발전 단지에서 ESS를 운영하며 노하우를 쌓아왔다.

현지 생산시설 구축을 통해 ‘관세 리스크’에도 대응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은 미시간주 공장의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라인을 ESS 용도로 전환했다. ESS용 배터리 생산을 위해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생산 시기도 당초 2026년에서 2025년 상반기로 앞당겼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첨단제조생산 세액공제(AMPC)도 받을 수 있다. AMPC 제도의 존속 여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공화당 지역구가 혜택을 많이 받는 만큼 폐지 가능성은 작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의 대(對)중국 관세 장벽을 높이는 점도 K배터리에겐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이창실 LG에너지솔루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24일 열린 2024년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2026년부터 미국의 중국산 ESS용 배터리의 수입 관세를 기존 10.9%에서 28.4%로 상향 조정함에 따라 현지 생산 거점 기반의 배터리 공급 니즈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삼성SDI도 올해는 ESS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해 4분기 ‘어닝쇼크’를 기록했던 삼성SDI는 ESS 부문에선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SDI ESS 부문은 지난해 4분기 미주 전력용, UPS 판매 확대에 힘입어 분기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삼성SDI는 올해 ESS 생산능력을 지난해보다 20% 이상 늘린다는 계획이다. 우선 일부 전기차용 생산라인을 ESS용으로 전환하고, 장기적으로 미국 내 현지 생산 거점을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내년에는 차세대 전력용 ESS 배터리인 ‘SBB(삼성 배터리 박스) 2.0’ 양산에 들어간다.

박종선 삼성SDI 부사장은 “ESS 생산능력의 90% 수준에 해당하는 수주를 이미 확보한 상황”이라며 “미주 지역 ESS의 수요는 AI 산업 및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향후에도 고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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