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AI 칩 최강자 군림···지난해에만 주가 170%↑
올해 차세대 AI 칩 앞세워 시장 공략···로봇 모멘텀도 추가
올해도 성장세 지속 전망···시장 기대 충족 여부가 관건 평가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미국 반도체 팹리스(fabless·설계 전문 기업)인 엔비디아는 최근 수 년 동안 글로벌 증시를 통틀어 가장 뜨거운 종목이었다. AI(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을 장악하면서 AI 시대의 글로벌 리더로 자리매김한 결과였다.
AI 시장이 성장의 초입이라는 점에서 엔비디아는 여전히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로봇 시장에도 손을 뻗치면서 새로운 모멘텀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주가가 많이 오른 만큼 투자자들의 기대에 부합하는 모습을 지속해서 보일지가 추가적인 상승의 관건으로 꼽힌다.
◇ ‘AI 시대 제왕으로’···엔비디아의 이유 있는 상승
엔비디아는 현 CEO(최고경영자)인 젠슨 황과 그의 동업자가 1993년에 설립한 반도체 설계 회사다. 2010년대 초만 하더라도 주식 시장에서 엔비디아는 게임용 그래픽처리장치(GPU) 관련 종목으로 알려졌다. 그러다 그 쓰임새가 암호화폐 채굴과 관련 지어지면서 암호화폐 시장이 뜨거웠던 2018년, 2022년 각각 주가가 급등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그러나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엔비디아의 주가는 AI와 맞물려 파멸적으로 상승했다. 생성형 AI가 발달하기 시작하면서 고성능 GPU가 AI 산업에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엔비디아가 지난 2022년 10월 출시한 인공지능 서버용 GPU인 H100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 칩은 AI 훈련, 추론, 데이터 분석에서 높은 성능을 보이며 대규모 언어 모델(LLM) 및 생성형 AI 수요에서 우위를 점했다.
이는 곧바로 엔비디아의 실적 상승으로 이어졌다. 엔비디아의 2024회계연도(2023년 2월~2024년 1월)의 매출은 609억2200만달러를 기록했는데, 이는 2023회계연도(2022년 2월~2023년 1월)의 269억7400만달러 매출에서 126% 급증한 수치다. 2025회계연도에서도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이 직전 회계연도를 뛰어넘는 910억달러를 기록할 정도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 상태다.
엔비디아의 주가는 AI 산업이 태동하기 직전인 2022년 11월 11달러선에서 현재 144.47달러까지 13배가 넘게 올랐다. 실적이 급증한 지난해에만 170%가 넘는 주가 상승률을 보였다. 시가총액도 3조달러를 넘기면서 지난해 한때 애플을 제치고 미국 증시 시가총액 1위에 올라서기도 했다.
엔비디아를 향한 국내 투자자들의 ‘러브콜’도 뜨거웠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투자자들의 엔비디아 보관금액은 122억달러 수준으로 테슬라(245억달러)에 이어 상위 2위에 위치해 있다.
◇ 차세대 AI 칩에 로봇 시장 본격 진출하는 올해도 ‘주목’
엔비디아는 과거 미국의 ‘골드러시’(Gold Rush) 당시 청바지와 곡괭이를 팔던 자들과 비교되기도 한다. AI 서비스 시장에서 금을 캐려는 빅테크들이 많아질수록 엔비디아의 AI 칩 수요도 증가하기 때문이다. 엔비디아의 주가 전망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이들은 AI 시대가 이제 막 열렸다는 점을 주목한다.
실제 영국 시장 동향 조사 회사 옴디아에 따르면 클라우드 및 엔터프라이즈 데이터 센터의 AI용 GPU 및 기타 가속기 칩의 시장 규모는 2029년 151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780억달러에서 두 배 가까이 증가하는 것이다. 엔비디아의 AI 칩 점유율이 90%를 넘어선다는 것을 감안하면 여전히 성장 여력이 있는 셈이다.
올해 기대감도 여전하다. 우선 엔비디아는 차세대 AI 칩인 ‘블랙웰’ GPU의 양산을 앞두고 있다. 시장 일각에서는 블랙웰로 인해 2026회계연도(2025년 2월~2026년 1월)에도 전 회계연도 대비 50%가 넘는 매출 증가율을 보일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글로벌 IB(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의 경우 최근 보고서를 통해 블랙웰이 올해 가장 큰 화제를 모을 것이라며 ‘비중확대’ 의견을 냈고 반도체주 가운데 ‘최선호주’를 유지했다.
엔비디아는 여기에 지속적인 신제품 출시로 경쟁력을 높여 나간다는 방침이다. 엔비디아는 올해 상반기 중 블랙웰을 기반으로 한 AI 가속기 ‘GB200’을 출시할 예정이다. 내년에는 블랙웰을 잇는 ‘루빈’(Rubin) 등 차세대 AI 칩을 내놓을 계획이다. AI 산업에서 칩 성능이 중요한 만큼 엔비디아의 지위는 올해에도 공고하리라는 것이 대세적인 평가다.
엔비디아의 로봇 시장 진출도 새로운 모멘텀으로 분류된다. 엔비디아는 직접 로봇을 제조하는 것은 아니지만, AI 로봇 훈련에 사용되는 소프트웨어부터 AI 로봇에 들어가는 반도체까지 종합적인 솔루션을 공급해 로봇 시대에서도 핵심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한다는 전략이다.
젠슨 황 CEO는 지난해 11월 도쿄 엔비디아 AI 서밋 재팬 행사에서 “AI 혁신은 디지털에서 피지컬로 확산할 것”이라며 “앞으로 5년간은 인간형 로봇의 진화에서 큰 진척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한 행보로 엔비디아는 휴머노이드 로봇용 최신 소형 컴퓨터인 ‘젯슨 토르’를 올해 상반기 중 출시할 예정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엔비디아의 장밋빛 전망을 경계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한 투자업계 전문가는 “엔비디아는 숱한 시장의 의구심 속에 실적으로 성장을 증명하며 가파른 주가 흐름을 보인 종목”이라며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이 만연한 상황에서 자칫 실적 예상치에 못 미치거나 시장 기대가 꺾이는 이슈가 발생할 경우 조정이 나올 수 있다는 점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