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4 생산 유력···한국산 EV3와 함께 고객 선택지 확대
중국車 공세에 악영향···라인업 확장 추진, 리더십 재편

/ 사진=
기아 슬로바키아 법인이 공식 SNS 계정 게시글을 통해 내연기관차 프로씨드(Proceed)의 연말 생산 종료를 안내하고 있다. / 사진=기아 슬로바키아 법인 인스타그램 캡처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기아가 최근 유럽 시장에서 부진한 가운데 슬로바키아 공장에서 전기차를 생산 개시해 실적 만회를 노린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내년부터 슬로바키아 질리나(Žilina) 공장에서 내연기관차 프로씨드(Proceed)의 생산을 중단할 예정이다.

기아 슬로바키아 법인은 SNS 공식 계정을 통해 “프로씨드는 2025년 1월부터 기아 제품 포트폴리오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마지막 판매 물량은 며칠 내 양산될 것”이라고 밝혔다.

프로씨드는 지난 2008년 기아 인기 모델 씨드(Ceed)의 차체 확장 버전으로 처음 양산 개시됐다. 2018년 슈팅 브레이크 형태로 새롭게 출시됐다. 슈팅 브레이크는 해치백처럼 차량 뒷유리와 트렁크 도어가 일체화했지만 더 큰 규모를 갖춰 넓은 실내공간을 제공하는 차종으로 유럽에서 인기 있다.

하지만 씨드, 엑스씨드 등 같은 제품군 내 다른 모델 판매량의 6분의1 수준에 그치는 등 시장에서 큰 반향을 얻지 못했다는 평가다.

기아가 프로씨드를 단종시킨 후 슬로바키아에서 후속 생산할 모델로 전기 세단 EV4가 유력하다. 준중형차인 EV4는 세단, 해치백 등 여러 형태로 개발돼 한국과 북미, 유럽 등 기아 주요 시장에 출시될 예정이다.

/ 사진=
기아의 EV4 콘셉트카. / 사진=기아

◇ EV3·EV6는 수출···EV4 현지 생산으로 가격 경쟁력↑

EV4가 슬로바키아 공장에서 양산되는 첫 전기차 모델로 예상되는 것은 단종된 프로씨드와 동급 모델일 뿐 아니라, 차량 출시 시점 때문이다.

기아는 최근 유럽 일부 지역에서 판매 중인 소형 전기차 EV3를 모두 한국(오토랜드 광명)에서 만들어 수출하고 있다. 슬로바키아 공장의 전기차 공정 전환 시점에 앞서 출시된 EV3는 생산 일정 조정을 거치지 않는 한 한국에서 지속 양산될 전망이다. 먼저 출시된 EV6, EV9도 같은 이유에서 한국에서 만들어져 보급되고 있다.

기아는 EV4를 전기차 점유율 확산에 기여할 글로벌 볼륨 모델로 낙점하고 현지 생산을 통한 가격 경쟁력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기아는 지난해 10월 EV3, EV4, EV5 등 전기차 3종을 3만5000달러~5만달러의 중저가에 글로벌 출시해 전기차 보급실적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기아 영국 법인이 누리꾼들에게 EV3의 기대요소를 설문한 결과를 나타낸 그래프가 공식 홈페이지에 게재됐다. 영국 소비자들은 가격(45%)을 가장 많이 꼽았다. / 사진=기아 영국 법인 공식 홈페이지 캡처
기아 영국 법인이 누리꾼들에게 EV3의 기대요소를 설문한 결과를 나타낸 그래프가 공식 홈페이지에 게재됐다. 영국 소비자들은 가격(45%)을 가장 많이 꼽았다. / 사진=기아 영국 법인 공식 홈페이지 캡처

현재 영국에서 판매 중인 EV3(배터리 용량 81.4㎾h 기준)의 가격은 세금 적용 전 최저 5350만원(2만9345파운드)이다. EV4는 EV3보다 크고 각종 첨단 사양을 추가해 상품성을 차별화하지만 현지 생산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전망이다.

최근 유럽 각국이 전기차 구매 보조금 등 무공해차 혜택을 점차 축소시키고 있기 때문에 EV4의 가격이 흥행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아 영국법인이 공식 홈페이지에서 누리꾼들에게 EV3에 주목하는 부분을 설문한 결과 ‘가격’(45%)을 가장 많이 꼽은 점에서도 유럽 소비자들의 우선순위를 엿볼 수 있다.

기아 권역별 신차 판매(소매) 추이. 미국 실적이 꾸준히 상승하고 한국에선 기복을 보인데 비해 유럽에서 꾸준히 감소했다. / 자료=기아
기아 권역별 신차 판매(소매) 추이. 미국 실적이 꾸준히 상승하고 한국에선 기복을 보인데 비해 유럽에서 꾸준히 감소했다. / 자료=기아

◇ 유럽은 기아 전기차 판매 1위 시장···판매 확대 ‘절치부심’

기아가 최근 유럽에서 부진한 가운데 EV4에 거는 기대가 커질 수밖에 없단 관측이다. 지난 1~11월 기아의 유럽 신차 판매대수(소매)는 56만6194대로 최근 3년 기준 지속 하락했다. 같은 기간 미국에서 지속 상승하고 한국에서 기복을 보인 데 비해 유럽 부진이 두드러졌다.

기아는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인해 유럽 판매 감소가 부각된 것으로 자평했다. 유럽(동유럽 포함) 전기차 판매실적은 2022년 6만6444대에서 지난해 7만3705대로 증가했다가 올해 6만2968대로 내려 앉았다. 캐즘으로 유럽 내 전기차 판매가 감소한 가운데, 중국산 전기차의 시장 점유율이 2020년 3%에서 지난해 22%로 급상승한데 기아가 악영향 받았단 분석이다.

유럽은 기아 사업 권역 중 전체 차종 2위, 전기차 1위의 신차 판매실적을 내는 주력 시장이다. 기아의 유럽 판매 부진이 뼈 아픈 이유다. 기아는 권역 대비 유럽의 전체 차종 대비 전기차 판매 비중이 높은 점을 고려해, 기아는 전기차 판매 확대를 통한 현지 점유율 개선에 공들인다는 전략이다. 전기차는 고부가가치 모델이기 때문에 사업 수익성을 높이려는 기업 입장에서 더욱 판매에 신경써야 하는 차종이기도 하다.

최근 신규 임명된 쇼어드 크니핑(Sjoerd Knipping) 기아 유럽법인 COO. / 사진=기아 유럽법인
최근 신규 임명된 쇼어드 크니핑(Sjoerd Knipping) 기아 유럽법인 COO. / 사진=기아 유럽법인

기아는 유럽 실적 개선을 위한 리더십 재편도 최근 단행했다. 기아 유럽법인은 지난 10일(현지시간) 제품·마케팅담당(매니징 디렉터) 쇼어드 크니핑(Sjoerd Knipping)을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승진 임명한다고 밝혔다.

그의 후임자로 기아 서울 본사에서 고객경험사업부장을 맡던 파블로 마르티네즈 마십(Pablo Martinez Masip) 상무가 임명됐다. 내부 승진자인 두 임원은 20년 이상 자동차 업계에 근무해왔고 여러 글로벌 브랜드를 거쳐 제품, 마케팅, 영업 등 분야에서 경험을 쌓아온 인재로 평가받는다.

기아는 유럽에서 2026년까지 전기차 11종을 출시하고 2027년까지 15대 모델로 늘릴 예정이다. 늦어도 2035년부터 유럽에서 전기차만 신차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마크 에드리히 기아 유럽법인장은 “기아는 유럽 자동차 산업이 어려운 시기에 고객에게 인상적이고 혁신적인 모빌리티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